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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샤베트 - 개정판 ㅣ 그림책이 참 좋아 19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국민그림책, <구름빵>은 비상상비약 해열제나 모기약처럼 책장에 꽃혀
있으리라. <구름빵> 원전은 물론 구름빵 캐릭터를 특화한 영어전집에 <장수탕 선녀님>까지..... 아무튼 우리집 책장에도
백희나 작가 컬렉션이 작게나마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오호 통재라! 여태껏 그 유명한 <달 샤베트>를 직접 읽어본 일이 없다니! <독이 되는
동화책, 약이 되는 동화책>의 한복희 작가가 우리나라 그림책의 변화를 백희나의 <구름빵>이전과 이후로 나눈다며 백희나를
극찬하고, <달 샤베트>를 언급하자 민망하고도
궁금해졌다. 도대체 얼마나 기발한 상상력으로 현실과 상상을 버무려 놓았길래 한복희 작가가 깜짝 놀랐다고 평할까?
2014년, <달
샤베트>가 보다 큼직해진 몸통(판형)으로 다시 출간되었다기에 반가운 마음에 펼쳐 들었다.
7, 8월의 무더위에 읽기 딱 좋은 여름방학용 바이블, <달 샤베트>. 너무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열대야를
시간적 배경으로, 늑대들이 사는 서민 아파트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너무 덥다보니 아파트 주민들은 창문을 꼭꼭 닫아 걸고 에어컨이니
선풍기로 더위를 몰아내보려 한다. 그런데 '똑....똑......똑,' 하늘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달도 하늘의 열기를 못 이기고 뚝뚝
녹아 내리는 중. 반장 할머니가 고무 대야에 달 방울들을 받아와 샤베트 틀에 부었다. 그러다 갑자기 정전.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딱 한 집에서만
빛이 새어 나왔다. 바로 반장 할머니 댁의 달 샤베트! 노랗고 환한 것이 달을 닮아 밝기뿐만 아니라 시원하기 까지 하다. 아파트 늑대들은
할머니가 나눠준 달 샬베트를 먹고 더위를 훠이 몰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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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렇게 샤베트만 먹고, 달은 녹아 내려 사라진 채 이야기가 끝일까? 백희나 작가의 통통튀는 상상력은
절구공이와 절구를 짊어 맨 오고끼 두 마리를 등장시킨다. 과연 토끼들은 왜 온 살림을 다 짊어지고 지구를 찾았을까? 이민 온 것일까? 무슨
하소연을 하려기에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있을까? (스포일러가 될까봐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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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물을 부어 씨앗의
싹을 틔우고, 다시 그 싹에서 나온 꽃이 피어나 우주로 신호를 보내 우주의 기운과 교감을 하고, 달이 차오르고 지고.....백희나의 로맨틱하면서
환타스틱한 상상력에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에너지 효율
생각않고 집안 조명을 백열등으로 다 바꿔버리고 싶을 만큼 노르스름한 달꽃의 빛은 낭만적이고 따스하다.
<달
샤베트>는 단순히 늑대들의 아파트촌에서 열대야에 벌어진 환타스틱한 이야기로뿐 아니라, 공동체의 가치, 아날로그적 삶의
아름다움, 자연 및 우주와 꽃의 입자가 사실 하나라는 식의 메세지, 환경사랑, 이웃 존중 등 많은 가치들을 담은 수작이다. 어떻게 보아도
사랑스러워서 꼭 품어주고 싶은 노랑 병아리 같은 책이다. 달물을 뚝뚝 흘리기도 하고, 노란 달꽃을 피우기도 하는 노랑 병아리. 백희나 작가님,
감사합니다! '책을 만들 자신감과 용기가 사라지려 할 때조차, 그림책이 너무 좋아 손을 놓지 못하고 만들어내었다는
<달 샤베트>!
덕분에 이 무더운 여름 많은 아파트촌에서 창문이 열리고 이웃과 소통하고 달과 교감하는 친자연의 향연이 벌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