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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형 인간
로맹 모네리 지음, 양진성 옮김 / 문학테라피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김난도 교수가 <낮잠형 인간>의 리뷰를 쓴다면? 궁금해졌다. 소설 속
청춘은 "새벽형 인간"은 커녕, "아침형 인간"이 되려는 노력도 없이 자발적 "낮잠형 인간군"에 속한다. 번번이 퇴짜맞는 이력서 취미란에는
'자위'와 '낮잠'을 적어넣을 정도로 무식하게 솔직하다.
그럼 나는 그동안 뭘 하고 지냈을까?
그런 질문을 받게 될 것 같았다. 내가 간단히 계산한 바에 따르면,
-천 시간 넘게 잠을
잤다.(낮잠 포함)
-텔레비전 앞에서
500시간을 보냈다.(뮤직비디오,
광고,
드라마)
-책 34권을 읽었다.(전부 포켓판)
-앞으로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272번 자문해
보았다.
-20시간 동안 자위를
했다.(물론 여러 번에
나눠서)
<낮잠형 인간> 본문 중에서
주인공은 우울과 무기력이 극에 이르자 방문 밖으로 나가기도 귀찮아서 페트병에 소변을
처리한다. 창문을 활용하여 폐기한다. 양치질조차 안해서 구내염이 생길 지경인 이 '낮잠형 인간'은 스물 아홉살이다. "여우같은 마누라랑 결혼해서
토끼같은 자식 한 둘"은 낳았을 나이건만, 스스로를 아직 "어른으로 가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 프랑스 젊은이는 석사 학위까지
소지한 고학력자여도, 프랑스 정부가 주는 최저통합수당 (RMI-무소득자가 받는 수당) 받기에 부끄러움이 없다. 하우스메이트이자 동변상련의
실업자 브뤼노가 받았던 불합격 통지서의 이름을 위조해 RMI 상담원을 속여 돈을 타내기까지 한다. 이렇게 묘사하고 나면, 이 '낮잠형 인간'
한심한 인간 말종같아 보이리라.
이쯤해서 슬며시 주인공을 변호하자면, 그는 저주받은 비정규직 세대이다. 대학원을 졸업했어도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낮잠만 청하자, 아버지는 그를 "곰과 뱀의 유전자가 합쳐셔 생긴 괴물쯤"으로 경멸하는 듯 했다. 그래도 자립해보고자 "베개로나 써 먹을
석사 학위가 든 가방 하나 달랑 들고서" 월세를 아껴줄 하우스 쉐어에 들어간다. 최소한의 노력은 했고 스파게티 면에 케첩을 발라 먹어도 불평은
안 했다. 정규직 일자리를 위한 발판부터 다지려고 대졸자들 다 그렇듯 수습직부터 구했다. 방송국 편집보조직으로 채용되었나 싶었지만, 편집
업무대신 온갖 잔심부름에 남자상자로부터의 성상납 제의까지 받는다. 결국 그는 가혹한 사회현실에서 정서적으로 착취받으며 노동 의지를 상실해간다.
이왕 상실하는 거 아주 착실하게.....
1980년생 젊은 작가 로맹 모네리(Romain Monnery)는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체로 현대 프랑스 청년들의 위태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 주목받고 있단다. <낮잠형 인간>을 원작으로 영화가 제작, 개봉되었고, 그의 두 번째 소설이라는 <상어
뛰어 넘기>역시 영화제작중이라한다. 말의 설사에 가까울 정도로 다변성의 프랑스 소설을 좋아하는데 로맹 모네리의 작품 역시 프랑스 소설의
향기를 폴폴 풍긴다. 시니컬한듯 하면서도 나른하고, 오로지 자기 세계에서 말의 설사를 쏟아내는 것 같은데도 세상에 대한 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로맹 모네리의 문체를 보여주는 부분을 발췌 소개해보겠다. 웃다가 한참을 소리내어 킬킬 거렸다.
운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는데 브뤼노(하우스 메이트)는 액운을 타고난
사람이었다.......(중략).......백 명이 함꼐 있어도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리거ㅏ 유통기한 지난 요구르트를 집어 들거나 개똥을 밟거나
기왓장이 떨어지는 일은 항상 브뤼노에게만 일어났다. 브뢰노는아무리 물에 빠뜨리려고 해도 다시 떠오르는 검은 고양이 같았다. 그의 조상들이
'타이타닉'호에 탔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었다. 어느 날, 대학교 사무실에서 전화를 걸어 와 브뤼노의 학위가 유효하지 않다며 박탈하겠다고
말했다. 또 언젠가는 브뢰노의 고향 도서과에서 어렸을 때 빌린 만화책에 대한 연체료를 요구하는 편지를 받기도 했다. 계속 그런 식이다 보니 어느
날 브뢰노는 왜 그런 일이 자신한테만 일어나는지 심각하게 질문을 했다.
<낮잠형 인간> 62쪽
주인공은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모터쇼 판매원 수습직으로 취직한다. "자동차를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란 거짓말 한 마디에 채용되다니! "삶은 짓궂은
농담"인가. 하긴 마력(horse power)의 의미를 몰라 "엔진에 있는 말은 뭘 먹나요?"라던 여자도 모터쇼 수습직이더라. 주인공은 "야망을
품지 않을 권리도 있지만 (부모님을 향한 책임감에서) 야망을 가진 것처럼 보여야 할 의무도 있었다 (p.224)"며 우수 사원 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자동차 세일즈를 한다. 결국 우수 판매 사원 메달을 거머쥐게 되었다. 하지만 독자도 주인공도 기쁘지 않다. 씁쓸해서 더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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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모네리는 낮잠형 청춘들이나 야망과 노동의지를 포기하도록 학습시키는 사회에 대해 쓴소리도 날카로운 한 마디도
건네지 않는다. 되려 무심하다 할만큼 날 모습을 보여주고 만다. 스칼렛 요한슨 닮은 여자를 찾으러 갈것인가, 우수 사원 메달을 받으러 남을
것인가를 동전을 던져 결정하는 주인공마냥........그래서 읽고 나서 더 여운이 오래 간다. <낮잠형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