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을 오라니 철학하는 아이 1
클레어 A. 니볼라 글.그림, 민유리 옮김 / 이마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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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ther's Village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

 

 
 
한 주일 내내 가방에 넣고 다니며 매일 본 그림책,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원제: My Father's Village). 내 마음의 영화 <그랑 블루>(Le Grand Bleu 1988)를 아련하게 떠올리게 하는 정서와 풍경이 배어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작가 클레어 리볼라(Claire A. Nivola)가 썼지만,  배경은 이탈리아이다.  제목 그대로 작가 아버지의 고향이자 현실의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오라니. 그렇다.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는 자전적 그림책이자 마음의 고향인 오라니를 향한 헌사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1911년 지중해의 심장부에 위치한 샤르데나 섬의 오라니에서 태어났다. 1939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일평생 미국에서 살았지만,  마음 속으로는 한 번도 오라니를 떠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작가와 작가의 남동생을 데리고 종종 오라니를 방문했다는데, 작가는 이후에도 계속 오라니를 찾았다. "오라니에서 모든 것의 근원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얼마나 황홀한 것인지도 느낄 수 있었 ('작가의 말'에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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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오라니를 오가고 머물렀던 작가의 애정만큼이나,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에서 묘사는 구체적이다. 실제 그 곳의 알고 사랑하는 이들만이 그려낼 수 있는 삶의 풍경이다. 그 아름다운 구체성 덕분에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는 볼 때마다 새로운 '아하 모먼트  A-ha moment'를 주며 다가온다. 예를 들어,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오는 그림 속에서 마을 외곽에 짓고 있는 건물 여섯 채를 발견할 수 있다. 마을 동쪽 외곽의 사이프러스 숲 속 건물이 묘지라는 것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알게 된다. 또한 빨래 줄에 널려 있던 흰색 물방울 무늬의 셔츠를 또 다른 페이지에서는 한 소녀가 입고 있다. 그림 속에서 작가의 남동생으로 추정되는 소년은 맨발을 좋아하는지, 여러 번 맨발차림으로 등장하는 것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는 텍스트 뿐만 아니라 그 섬세하고 사실적인 그림으로 오라니의 삶을 독자에게 한 뼘 거리로 상상하게 해준다.


 
작가는 어린 시절 오라니의 거리를 사촌들과 뛰어 다니며 놀던 떄의 설레임과 흥분을 담아내고 싶다 했다.  아버지의 고향에서 한 아이에게 완전한 세상이 되었는지, 공동체적 삶이 이상이 아닌 현실이었음을 보여준다. 오라니에서 아이들은 태어나는 아가를 함꼐 축복했고, 누군가의 죽음을 함께 애도했고, 함께 빵을 굽고 나누어 먹고, 축제에서 춤을 추고 놀았다. 마을의 누군가가 따온 신선한 올리브로 샐러드를 해 먹고, 또 마을 재단사 아저씨가 옷 짓는 것을 구경하고, 함께 나무에 올라 과일을 따 먹었다. 작가는 "조각조각의 일들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느꼈다. 내가 먹는 것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것들이 누군가 수고롭게 만들었음을 자연스레 배웠다"며 마음의 고향 오라니를 예찬한다.
 


작가는 이런 질문으로 이야기를 끝맺는다. "저 사람들(New Yorkers)에게도 자기만의 오라니가 있을까?"  아마도 작가는 "세상 어떤 곳에서도 느끼지 못할, 따뜻하고 강렬한 그 무엇"을 오라니에서 느꼈기에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 테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질문에 "예스"라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자화된 도시의 삶에서 오라니를 품고 사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동시에 저 질문에 "예스"라고 대답하기를 갈망할 것이다. 오라니를 품고 살고 싶지 않은가? 사람들과 강렬하고 따뜻하게 교감하며 '공동체적'인 삶이 가능한 마을을. 물론, 오라니 역시 시간이 멈춘 이상화된 낙원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공간이지만, 적어도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을 꿈꾸게 해준다.


 
작가 클레어 리볼라(Claire A. Nivola)의 인터뷰 기사 링크 & 작가의 대표작 소개http://blaine.org/sevenimpossiblethings/?p=2104
 
 
 
리뷰에 이용한 이미지는 <아버지의 마을 오라니>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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