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초록섬 너른세상 그림책
한성민 글.그림 / 파란자전거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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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초록섬

 

 
 
검정색과 흰색에 빨간 포인트를 주는 등 색채를 절제한 그림책은 많이 보아왔지만, 검정 그림선에 초록색과 주황색만을 대비시키듯 쓴 그림책은 처음입니다. 한성민 작가가 쓰고 그린 <행복한 초록섬>말입니다. 색채를 제한했기에 오히려 이미지는 강렬하고, 깊숙히 뇌리에 남습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작가의 의도가 읽힙니다. 작가는 자연, 희망, 미래의 메세지에는 초록색을, 현재와 문명의 이기심으로 물든 환경은 주황색으로 채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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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도시풍경으로 시작됩니다. 하늘이 있기나 했을까 싶을 정도로 동서남북 모두 높은 건물들로 꽉막힌 페이지가 등장합니다. 네모 도시입니다. 기껏해야 직사각형으로, 마름모로, 정사각형으로 네모를 변주할 뿐 인간의 손길이 가해진 인공물의 세계에서 곡선미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루는 망원경으로 세상 구경하기를 좋아했던 할아버지 눈에 초록색이 들어옵니다. 호기심에 할아버지는 배를 타고 초록색에 다가가는데, 그것은 낙웍으로서의 초록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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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에게서 낙원의 소식을 들은 할머니는 살림살이를 챙겨서 섬으로 이사가기로 합니다. 그리 욕심 부리지 않고 짐을 쌌는데도 모터보트에 간신히 실어야할 정도로 이삿짐이 많았습니다. 두 노부부는 만족하며 살았을까요? 물론 시간을 되돌린 듯 할머니가 어린시절에 보았던 푸르름을 가진 숲에서의 삶은 평온하고 행복했습니다. 행복하다 보니, 아들 딸 손자 며느리 다 생각납니다. 초록섬에 놀러왔다 반한 몇몇 가족들은 이 섬에 살기로 했습니다. 초록섬에 다녀가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초록섬에도 높은 건물이 세워졌습니다. 이곳으로 이주해온 가족들 역시 많아졌기 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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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초록섬을 연결하는 다리가 놓이더니, 급기야 공항과 활주로도 생겼습니다. 초록섬을 개발하려다보니 도시의 공장은 더욱 바쁘게 돌아가야했지요. 사람들은 초록섬을 "적당히"개발하여 지상낙원 휴식처로서 자신들을위해 초록섬이 봉사해주길 원했나봅니다. 그러나 자연이 그렇게 호락호락하나요? 해일이 초록섬을 집어 삼켜버렸습니다. 다 휩쓸려 사라져버렸습니다.

 
하긴 휩쓸려 사라진 것도 이름만 초록섬이지, 3/4은 주황색 인공건물로 뒤덮힌 반인공섬이었지요. 사람들은 초록섬을 버리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버렸어요. 이렇게 허무하게 이야기가 끝나냐고요?
 

 
동식물을 사랑하고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한성민 작가는 '오늘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 사과 나무를 심는' 이의 심정으로 (아마도), 할아버지에게 멋진 미션을 드렸네요. 할아버지는 페허가 되버린 초록섬을 향해 작은 초록 나무 세 그루를 싣고 노 저어 갑니다. 할아버지라고 믿기지 않게, 등과 팔은 곧고 노를 젓는 모습에서 활기가 넘칩니다. 초록섬에 초록 나무를 싣고 가는 건, 생명이자 희망을 향한 발걸음이니까요. 그 노젓기에 동참하고 싶고, 동참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행복한 초록섬>을 읽습니다. 우리들 마음 속에 초록섬을 키우려면 많이 읽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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