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여행작가 조정연이 들려주는 제3세계 친구들 이야기, 개정판
조정연 지음, 이경석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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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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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책 제목만 보고 편견을 가질뻔 했습니다.  미소도 없이, 주워입은듯 헐렁한 누더기를 걸친 아이의 사진 아래,  "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라는 의문형의 제목으로 온정주의를 불러일으려나보다 생각했거든요. "이리도 비참하고 가난한 삶을 사는 아이들이 있는데 넌 얼마나 행복하니? 감사하며 살아라"며 상대적 행복한 자의 안도감을 담았으려나 착각할 뻔했습니다. 오해였습니다. 이미 2006년 출간되어 어린이 인권문제의 절실함을 많은 이들에게 일깨워준 <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는 소박하기에 진정성이 어린 목소리로 전합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8개 나라 아이들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놓인 가혹하고 잔인한 현실의 모습을 가감없이 전함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돕기 위해 행동해야겠다"고 결심하도록 이끕니다.
이 책을 쓴 조정연 작가는 세계 120개국을 배낭여행하였는데, 인도의 거리에서 비 맞는 소녀와의 만나고 이 책의 집필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영국의 사회단체인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통해 인권을 유린당하는 아이들의 현실에 눈뜨고는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도 이를 알려야 겠다는 사명감에서 책을 썼다네요. 교육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사회공헌기구인 "와이즈만 해누리"와 자매기구인 와이즈만 Book에서 개정판으로 출간하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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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에서는 책과 연계한 교육자료를 QR코드로 본문 곳곳에 실어 놓았습니다. 아랍 에미리트의 낙타 경주나 코트디부아르 공정무역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보면서, 독자들은 추상적인 이야기거리가 아닌 구체적 현실로서 어린이 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도와야 겠다는 결심을 다지게 됩니다. 나아가 관련 주제로 더 읽어볼 책들도 중간 중간에 소개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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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현대판 하녀 아미나타,' '낙타몰이꾼 알스하드,'  '팔려가는 소녀들,' '쓰레기 더미 위에 피어난 꽃,'  '검은 연기에 갇힌 라타,'  '달의 여신 찬드라,'  '소년병 피바람,'  '목화 따는 아이들,'  '초콜릿의 쓰디쓴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총 9개 국가에서의 어린이 인권문제를 고발합니다. 각각 가봉, 아랍 에미리이트, 아프가니스탄, 케냐, 캄보디아, 인도, 시에라리온, 우즈베키스탄, 코트티부아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문제입니다. 읽다보면 '왜 전혀 모르고, 관심조차 없이 살았을까?'하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훅 달아오를 만큼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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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봉에서 하녀로 팔려간 아미나타는 같은 처지의 소녀들이 탈수증과 일사병으로 죽어나가자 중개업자가 시신을 바다로 유기해버리는 것을 보아야만 했습니다. 코르티부아르의 아이디는 고된 강제노동과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탈출했던 두 친구가 감독관에게 모된 채찍질을 당한 후 나무에 매달린 채 죽음을 맞은 모습을 보아야만 했습니다. 캄보디아의 쓰레기 마을에 사는 소년 라티는 쓰레기가 타면서 내는 유해 가스를 들이마시면서도 행여 쓰레기에서 식구들에게 가져갈 음식물 찌꺼기나 팔만한 쓰레기가 있을지 새벽부터 뒤지고 다닙니다. 인신매매당해서 5년동안이나 낙타몰이꾼으로 강제로 일한 소년 알스하드는 5년전의 몸무게가 변동이 없을 정도로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로 지냈는지라 구출되어 나온 후에도 뇌세포가 죽어서 평생 불구의 신세로 살아야합니다.
 

<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에서 조정연 작가는 뭉뚱그린 복수가 아니라 구체의 단수, 이름을 가진 현실의 아이들을 중심인물로 기술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아이가 살고 있는 나라도 지도로 소개하고요. 작가의 이런 서술전략 덕분에 독자들은 또래 친구들의 고통을 추상이 아닌 구체의 현실로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나아가 정녕 행동해야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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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을 배경으로 한 9가지 이야기 중 가장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던 사연은 시에라리온의 소년병 피바람의 이야기였습니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잇권 다툼에 아이들이 동원되어 인간병기로 쓰이다니! 게다가 마약과 세뇌교육으로 아이들의 판단력마져 마비시켜 인간으로서 가질 최소한의 양심이나 인류애조차 지워버렸다니! 비록 강요받아서 행했을지라도 무차별 살상을 계속해온 이 소년병들을 어떻게 사회에 복귀시키고, 어떻게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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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절망 속에 희망이라고, 조정연 작가는 학대에 무방비 노출된 어린이들이 겪는 처참한 실화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 이 아이들을 참담한 비극에서 구출하고 도와주기 위해 국제 사회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또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들도 열어둡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폭력과 죽음에 닿아있는 아이들을 놔두고, 다른 이슈들로 뜨거운 어른들의 세상이 왠지 가식적이고 이중적으로 느껴집니다. 겨울이면 유기농초콜렛을 박스 째 해외에서 구입해서 간식으로 먹는 스스로가, 카카오 농장에서 비인간적 대접을 받으며 강제노동에 동원된 아이들 앞에서 위선적으로 느껴집니다. 행동해야겠습니다.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를 보다 많은 잠재적 독자들에게 알리는 일이 그 작은 행동의 출발점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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