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에서 조정연 작가는 뭉뚱그린 복수가 아니라 구체의 단수,
이름을 가진 현실의 아이들을 중심인물로 기술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아이가 살고 있는 나라도 지도로 소개하고요. 작가의 이런 서술전략 덕분에
독자들은 또래 친구들의 고통을 추상이 아닌 구체의 현실로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나아가 정녕 행동해야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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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을 배경으로 한 9가지 이야기 중 가장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던 사연은 시에라리온의 소년병 피바람의 이야기였습니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잇권 다툼에 아이들이 동원되어 인간병기로 쓰이다니!
게다가 마약과 세뇌교육으로 아이들의 판단력마져 마비시켜 인간으로서 가질 최소한의 양심이나 인류애조차 지워버렸다니! 비록 강요받아서 행했을지라도
무차별 살상을 계속해온 이 소년병들을 어떻게 사회에 복귀시키고, 어떻게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을지 생각만 해도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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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절망 속에
희망이라고, 조정연 작가는 학대에
무방비 노출된 어린이들이 겪는 처참한 실화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 이 아이들을 참담한 비극에서 구출하고 도와주기 위해 국제
사회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또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들도 열어둡니다. 이렇게 일상에서 폭력과 죽음에 닿아있는 아이들을
놔두고, 다른 이슈들로 뜨거운 어른들의 세상이 왠지 가식적이고 이중적으로 느껴집니다. 겨울이면 유기농초콜렛을 박스 째 해외에서 구입해서 간식으로
먹는 스스로가, 카카오 농장에서 비인간적 대접을 받으며 강제노동에 동원된 아이들 앞에서 위선적으로 느껴집니다. 행동해야겠습니다. 내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넌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를 보다 많은 잠재적 독자들에게 알리는 일이 그 작은
행동의 출발점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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