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는 패러디다 -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읽기와 쓰기 우리시대 고전읽기 질문 총서 5
조현준 지음 / 현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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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고전 읽기
젠더는 패러디다

 

 

 
 
<젠더는 패러디다>라니! 제목에서부터 훅훅 큰 숨을 내쉬어 본다. '젠더'라는 개념 자체가 논란의 대상인데다가, 철학자들이 종종 쓰는 패러디라는 실천도 생소하니 말이다. 게다가 어렵기로 악명 높은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을 읽어주는 책이란다.  몇 년 전 주디스 버틀러의 를 읽다가, 문제 있는(matter) 건 바디가 아니라 내 독해력인가를 한탄했던 기억이 겹쳤다. <젠더는 패러디다>의 저자이자 <젠더 트러블>의 역자인 조현준 교수 역시 주디스 버틀러의 난해한 문체가, "엘리트 지식인의 골방 무저항주의나 강단 허무주의(p.59)"라고 비판받았고 심지어 1999년에는 <철학과 문학 Philosophy and Literature>라는학술지가 선정한 "최악의 필자 콘테스트에서 일등"으로 꼽히기도 했음을 지적한다. 영문학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주디스 버틀러에 입문했다는 조현준 교수는 흥미롭게도, "글보다는 강의가 훨씬 쉽게 다가온다는 수강생들의 응원에 힘입어 (p. 22)" <젠더는 패러디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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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는 패러디다>의 여는 글 조차 패러디식 제목 "Gender Retroble"로 시작하는 조현준 교수는 <젠더 트러블>의 역자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독자에게 친절해지기!  난독증을 가독성으로!" 그런 이유에서 주디스 버틀러의 원서를 총 다섯 가지의  쟁점을 중심으로 재편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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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는 <젠더 트러블>의 의의를 개괄한다. 아울러, ' Race Vs Ethnicity'식 이분적 논의를 넘어서려는 일련의 시도와 마찬가지로 'Sex Vs Gender'의 이분법을 파기하려는 주디스 버틀러의 주장을 살핀다. 버틀러에 따르면 "섹스마저도 상당 부분 문화적 구성물임, 즉 생물학적 성 역시 젠더가 작동된 결과 나타난 이차적 결과물 (p.224)"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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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는 보부아르의 이원론과 이리가레의 일원론에 대한 주디스 버틀러의 비판을 소개한다. 페미니즘에 관심 없는 이라도 한 번 쯤을 들어보았을 그 유명한 보부아르의 논의,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에는 "전체와 완전을 의미하는 남성 주체의 대척점에, 결핍과 결여를 뜻하는 내재적이고 체현된 여성 타자가 부정적이고 여성적인 속성으로 서있다(p.48)"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리가레 역시 여성을 재현하는 데 어떤 존재론을 가정하는데 이는 명사가 아닌 동사로서의 젠더 개념과 상치된다. 결국 보부아르나 이리가레는 어떤 보편 구조를 설정함으로써 당대의 담론 질서나 제도 권력에 대한 계복학식 접근을 불가능하게 한다(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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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어렵게 읽은 3장에서는 버틀러가 전복적 논의들이 지닌 한계나 논쟁 지점을 소개한다. 비판이 되는  리비어와 라캉의 저서를 읽어 보지 못했기에, 그들의 논의가 과거의 논의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해방의 이상을 설정함으로써 다른 대안을 낭만화한다는 비판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다행이도 조현준 교수의 <파리는 불타고 있다> (1990) 리뷰를 통해서 가면으로서의 여성성의 의미, '전복의 양가성 (131)'을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4장에서도 조현준 교수는 각 장의 쟁점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보너스처럼 대중문화 속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다.  4장에서는 가브리엘 바우어 감독의 <비너스 보이즈>를 소개해준 덕분에 버틀러의 난해한 개념중, '수행성 performativity'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5장에서는 주디스 버틀러가 왜 '몸'을 다룬 유명한 여성페미니스트 크리스테바의 이론을 자가당착의 모순이라고 비판하는지를 소개한다. 아울러 현실에서의 출산과 모성이라는 문제를 (사) 한국여성연구소에서 제작한 <여성의 몸과 출산>이라는 다큐멘터리와 단편영화 <신호>를 통해 접근한다.아쉽게도 전자의 다큐멘터리는 비디오테잎 형태로만 존재한다고 해서 구매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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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쟁점으로서는 푸코와 위티그의 비판 지점을 소개한다. 위티그의 경우 레즈비언을 하나의 존재론적 이상으로 설정함으로써 "레즈비언이 남녀의 이분법에 기반한 여성을 초월하는 존재론적 위상을 차지하면서 또 다른 권력이 될 수 (p.200)" 있다고 버틀러는 비판한다. "정신부석학과 해체혼적으로 재해석된 푸코의 계승자 (29)"로서의 버틀러는 푸코의 섹슈얼리티 계보학에는 찬성한다. 다만 <에르퀼린 바르랭의 일기> 서문에서 푸코가 "에르퀼린의 쾌락을 비정체성의 행복한 중간지대로 낭만화 (179)" 한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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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는 패러디다>는 거듭 읽으면서 한 문단, 한 쟁점씩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재미를 주는 인문서이다. 버틀러는 "여성을 하나의 정치 주체 집단으로 범주화하려는 페미니즘의 노력에 저항하기 때문에 기존 페미니즘과 트러블을 일으(31)"켰는데 9*11 사건 이후 관심의 지평을 넓혔다. 결국 버틀러가 "모든 인간이 제도와 체계를 통해 서로 상호 의존하며 사는 비자족적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비규범적인 삶을 사는 다른 이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는 공존의 삶 (216)"을 모색한다는 것이 조현준 교수의 버틀러 읽기였다.
 
* 현암사 측에서는 각주를 본문에 펼침 정보로 처리해주었고, '깊이 읽기' 코너에서 분석의 대상인 영화나 다큐멘터리에는 사진 자료를 더해 소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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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디스 버틀러 서지 목록"과 "인명 사전" 및 찾아보기 페이지가 있어서 주디스 버틀러를 축으로 가지치기식 공부를 해나가고픈 이들은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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