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
마크 펫.게리 루빈스타인 지음, 노경실 옮김 / 두레아이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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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

 

 

 
 
백과사전을 즐겨보는 만큼이나 그림책도 좋아하는 9세 아이가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를 조용히 앉아서 읽더니만 한 마디 던집니다. "난 그래도 실수 하는게 더 귀여운데..... 엄마도 어른이여도 귀엽던데요. 실수 잘하잖아요." '뼈있는 농담인가?' 웃어야할지 부끄러워해야할지 싶으면서도 아이가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를 잘 읽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제가 인 이 작품에는 결코 실수해본 적 없는 여자 아이가 등장합니다. 이름은 베아트리체. 아이의 꼼꼼한 성격은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서도 드러납니다. 베아트리체는 같은 시각에 일어나고, 짝을 맞추어 양말을 신고, 버터와 잼도 똑같은 크기로 떠내어 빵에 바르지요.  그냥 평범한 아이인줄 알았던 베아트리체가 학교에 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기자들의 사진 플래쉬가 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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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는 3관왕이었어요. 장기자랑 대회의 3관왕. 결코 실수하지 않는 아이로 유명했답니다. 대회에서 뿐 아니라 일상의 삶, 학교 생활에서도 실수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심지어는 요리 시간에 달걀을 네 개나 떨어뜨렸는데도 잡아 냈답니다. 두 손과 발과 입을 이용해서요. 그렇다고 베아트리체가 자신에 대해 자랑스럽고 즐거웠을까요? 작가 마크 펫과 게리 루빈스타인은 완벽쟁이 베아트리체를 우울하게 그려놓았네요. 식욕도 없어보이고, 심지어는 친구들하고 자유분방하게 놀지도 못해요.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지는 실수를 할까봐 두려웠던 것이지요.

 
베아트리체가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던 날 역시, 표정이 어둡습니다. 혹시나 실수할까 하는 조바심때문에 마음에 납이라도 얹어놓은 듯한 표정입니다. 물론 신중한 베아트리체는 실수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은 저글링 장기를 선보입니다. 공 3개를 던져 받는 것이 아니었어요. 물 풍선, 햄스터, 그리고 소금통이었지요.
그런데 왠걸요? 평소의 소금통과 달리 공중에서 검은색 가루를 뿌리지 않겠어요?


 
후추였어요.  후추를 마신 햄스터는 재채기를 하며 물풍선을 긁었고, 물풍선을 베아트리체의 머리 위에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어요.  그래서 베아트리체의 장기자랑이 재앙이 되어 버렸냐고요? 사실, 무대 위에서 미동도 안한채 자신의 실수에 대해 어쩔줄 몰라하는 베아트리체를 보는 독자들은 소녀가 금방이라도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지요.  

 
 
과연 베아트리체는 이 커다란 실수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의 후반부에 가면 친구들과 스케이트를 타고 놀면서 넘어져도 까르르 거리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네, 그렇게 베아트리체는 완벽주의에의 중압감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워졌어요. 실수 하여도 모두가 자신을 비난하는 것도, 자신의 정체성이 일순 흔들리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실수하여도, 여전히 나다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어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는 비단 실수를 두려워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자기 안에 실수를 두려워하는 어린아이를 여전히 품고 사는 성인에게도 권하고 싶은 힐링 그림책이랍니다.
 

*아래 이미지는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의 본문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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