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어주는 인문학
안용태 지음 / 생각의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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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태 지음
영화 읽어주는 인문학

 

 

 

 

 

 

 

 식을 줄 모르는 ‘인문학’ 열풍 덕택에 귀한 날 뷔페에서나 먹어볼 법했던 인문학 레서피가 이제, 가벼운 수다를 곁들인 브런치 메뉴로 간식거리로 내려왔다.  '인문학'은 이제 소프트한 감성의 제목을 단 편집서나 세련된 표지의 번역서로 출간되어 대중의 입맛을 달래주고 있는데..... 막상 뚜껑을 열여보면, '양념'만 살짝 인문학을 가미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화 읽어주는 인문학>은 달랐다.  가볍게 브런치 거리로 읽어도, 늦은 밤 적막 속에 고시공부하듯 읽어도 배를 든든하게 해주는 실속있는 책이다. '영화와 함께 보는 인문학' 팟케스트를 운영하는 파워블러거이자 저자인 안용태는 비단 자신의 영화 읽기를 통해 인문학적 사유의 아름다움을 뽐낼 뿐 아니라, 독자의 지식욕을 자연스럽게 자극해준다.  20편의 영화를 얼마나 멋스럽게 배치하고 인문학적 키워드로 맛깔나게 버무려 놓았는지, '캬아'하는 소리를 내며 다시 또 그의 글을 들이키게 된다.

'이런 방대한 독서량,  흡입하듯 영화와 공연 예술을 즐기는 문화적 한량? 안용태는 어떤 사람?' 내 안의 속물성이 고개를 들어, 안용태의 학력에 물음표를 품게 한다. 'SKY에서 떨어진 다독왕? 철학과 출신?" 궁금해서 '안용태'를 키워드로 한참을 검색하여도 돌아오는 대답은 '철학과 출신 아니요, 전형적인 서생으로서 모든 공부는 독학 (저자의 인터뷰 내용: http://notice.tistory.com/161 )'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1981년생인듯 하다.

그는 종교학에서 뺴놓지 않는 엘리아데니 루돌프 오토를 위시하여, 정진홍 교수까지 언급하고 인류학에서 자주 쓰이는 '에스노센트리즘'을 키워드로 영화를 분석하기도 하고, 프로이트와 융에서 라깡까지 종횡무진 분석에 끌어다 쓰고, 설국열차에서는 푸코의 권력을 떠올린다. 샤르트르, 니체, 키에르케고르, 크리스테바, 들뢰즈 등등 그가 언급하는 학자들과 끌어다쓰는 이론을 보면 안용태더러 '철학과 출신'이냐고 묻는 질문이 이해가 될 정도이다.

<영화 읽어주는 인문학>에는 총 20편의 영화분석이 등장한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http://nermic.tistory.com/ 에서는 훨씬 더 다양한 장르, 다양한 시대의 영화가 소개되어 있다. 단 너무 재미있어서 그의 블로그에서 한참을 놀다갈 각오를 해야할 것이다. 단지 영화 뿐 아니라 문학 음악 춤 철학 패션 등등 다양한 주제의 포스팅에 입도 헤 벌어질 것이다.

 


 

 
<영화 읽어주는 인문학>에 수록된 20편의 영화 리뷰는 꼭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다. 읽다보면 안용태가 소개한 영화가 못견디게 보고 싶어질 것이다. 이미 보았던 영화일지라도, '나, 안용태처럼 영화 깊이 보고 싶다'며 다시 필름을 찾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지나쳤던 영화의 재발견이라할까. 사실 나 역시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나 <눈먼 자들의 도시>를 밍숭맹숭한 감상으로 보고 잊고 있었는데, 안용태의 멋들어진 해석을 읽고 나니 기필코 황금 연휴에 다시보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안용태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무한을 꿈꾸는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 존재론을 언급하였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소유에 대한 투쟁'을 키워드로 '인간의 자본적 욕망이 제거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 (p. 124)'을 본다.
안용태는 또 <피에타>나 <지구를 지켜라>의 리뷰에서 '잉여 인간의 숭고함'과 '소외된 자들이 숨통을 틀 가능성'을 내보인다.  김기덕에서 '자본적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진정한 가능성'을 보았다는 안용태는 어쩌면 <어둠 속의 댄서> 속 주인공 셀마처럼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인간성의 회복'을 꿈꾸고 도모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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