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절반을 이해하는 법
고승우.윤초화 지음 / 라이프맵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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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절반을 이해하는 법
남자는 왜? 여자는 어때서?

 

  

 

작년 늦여름 리필 커피를 채워하며 한 자리에서 술술 읽었던 <세상의 절반을 이해하는 법>을 다시 꺼내들었다. "남자는 왜? 여자는 어째서?"라는 물음형의 부제를 다시 생각나게 하는 삶의 껄끄러움이 생겨서가 아니라 골치거리인 책 <젠더는 패러디다> 때문에.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을 옮겼던 조현준 교수가 최근에 펴낸 <젠더는 패러디다>를 쥐고 읽다보니 스스로의 난독증 증세가 의심스러워졌다. 아무래도 눈으로 맛보는 애피타이저처럼 술술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으로 잠시 난독증을 치유하고 가야겠다싶어져서 고승우 박사의 책을 다시 집은 것이다. 그는 고려대학교에서 언론사회학 을 세부전공하였으며, 최근에도 '미디어오늘'에 칼럼을 기고하고 저술활동에도 활발하다.  그가 어떤 이유인지,  한국수필가 협회와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윤초화와 공동으로 여성과 남성에 관한 책을 내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저자 모두, 해당 주제에 정통한 학자가 아니면서도 권위있는 학술지에 실렸던 논문들을 주요 자료로 활용하였다. 그 결과 문체와 내용은 일반 대중에게도 쉽게 어필하도록 쉬운 수준이나, 영문 학술지 수십편 등을 수록한  참고문헌만 11쪽에 달하는 독특한 구조의 에세이가 태어났다. 본문에서 요약해서 소개하는 연구물이 궁금한 독자는 직접 해당 웹사이트나 논문을 찾아 더 자세히 공부해볼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친절함이랄까?


 

<세상의 절반을 이해하는 법>은 크게 4장 구성을 취한다. 1장의 일반론에서는 남녀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2장의 일상생활편에서는 남녀에 관한 일상적인 이야기 , 아마도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둘 3장 연애와 결혼 편에서는 사랑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4장의 직장 생활과 정치 편에서는 남녀의 사회생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 장마다 짤막한 에세이 형식의 글들을 나열하고 있기에 이 책은 맨 처음부터 읽어도 되고, 잡지처럼 원하는 페이지를 펴서 가볍게 읽기에도 무난하다.

아마도 출판사측의 배려이자 홍보전략이지 않을까 싶게 자극적인 의문문도 소제목에서 눈에 뜨인다. "쇼핑을 오래할 수 없는 남자의 속사정 (pp. 75-80)"이니, "장동건과 고소영의 경우가 전부는 아니다 (pp187-190)"등의 문구를 읽고 그냥 지나칠 이 몇이나 될까? 다시금 흥미로운 지점은 저자 고승우 박사가 세상의 절반, 나아가 남녀 모두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인류학, 진화심리학, 사회학, 실험 심리학, 뇌과학, 스포츠과학 등등 다양한 분과학문의 연구 성과물을 소개하는 데 때로는 의아한 해석과 논리의 비약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박사는  "쇼핑을 오래할 수 없는 남자의 속사정"에서 남자들이 여자보다 쇼핑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원시시대의 사냥관행에서 찾는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준다. "남자는 백화점에 가기 전에 어떤 물건을 살지 미리 정하고 그것을 구입하자마자 그곳을 빠져나온다. 이런 태도는 원시사회에서 남자아 사냥을 하면 사냥감을 즉시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했기 떄문이다. (p. 78)"라는 문장은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학계의 비웃음을 샀던 지점을 다시 생각나게 한다.

 

전반적으로 <세상의 절반을 이해하는 법>은 남녀 성차에 대한 다양한 최신학문 성과들을 대중적인 문체로 풀어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읽을 수 있으나, 몇 가지 한계도 보인다. 저자들도 밝혔듯이 자료의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의 학자들이 쓴 것이며 실제 연구대상도 서구 사회를 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그 결과물을 끌어 쓰면서 '남자는' '여자는'의 일반화되고 동질화시키는 주어를 쓰기란 무리가 있어보인다.

또한 물리적인 여건 때문이었으리라고 정황 짐작은 되나, 연구 자료 대다수는 1차 문헌을 직접 읽고 분석한 것이 아니라, 2차적 소스, 즉 논문을 해석해 놓은 인터넷 기사나 글이 많다는 점도 아쉽다.

하지만, 에필로그에서 저자들은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남녀 차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모든 남녀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는 절반 정도의 남녀에게만 해당한다. 즉 남자의 55%가 평균적인 남자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여자의 45%가 평균적인 여자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pp.253-4)"이라며 일반화의 오류를 지적한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한국 사회에서 남녀의 성별차이에 대한 담론은 어떻게 생산되고 그 차이를 강화 혹은 허무는 실천들은 실제 어떻게 되고 있는가? 아마도 저자들은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고 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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