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4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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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Their Eyes Were Watching God

 

 

 
 
 
노벨상 수상작이라 하여 토니 모리슨의 <비러브드(원제: Beloved)>를 '본문보다는 해설에 더 기대어' 읽은지 딱 20년 만이다. 흑인 여성 문학작품을, 그 중에서도 선구자 조라 닐 허스턴의 대표작인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원제: Their Eyes Were Watching God)>으로 다시 접한지. 인종 차별이니 굴곡진 삶의 밭끝도 모르던 고등학생 때 놓쳤던 행간이 눈에 들어오면서 가슴이 쏴아 해진다. 진주를 감별한 능력이 없는 문외한이 이러할진대, 같은 흑인 여성 작가인 앨리스 워커는 오죽했겠는가. 그녀는 이 책을 인생의 책으로 꼽았다. 소설책이 잠언집인양 줄을 그으며 읽기도 처음이다. 선구적 작가이자 인류학자인 조라 닐 허스턴의 세계관이 주인공 재니의 할머니의 입을 또 재니의 입을 통해서 독자에게 말을 거는 듯 하다.
조라 닐 허스턴은 당대(할렘 르네상스) 활동하던 흑인 남성 작가들에게 '사랑 타령하는 탈정치적 작가'로 비난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를 읽다보면, 그녀야말로 '흑 VS 백' 이분법 차원에서의 억압에서 나아가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 여성간의 연대, 나아가 자유를 희구하는 건강한 영혼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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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 대학 내 명문 여대 바너드 컬리지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조디 닐 허스턴은 생애사 (life history)라는 인류학의 연구 방법론을 소설쓰기 기법에 녹여 낸듯 하다. 조디라는 여성의 생애사를 깊이 들여보면서, 흑인이자 여성이라는 사회적 지위 때문에 억압 받고 또 그 안에서 자아를 키우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시적이면서 의미의 골이 깊은 풍요로운 문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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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의 주인공인 재니는 여섯 살 무렵까지 자신이 백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다. 할머니 (내니) 가 돌봐주는 백인 아이들과 함께 있다보니 자신의 피부빛이 까만줄도 몰랐던 것이다. 풋사과같은 청춘에 남자와 키스 한 번 했더니 할머니는 "너는 이제 여자가 되었다. ......... 네가 당장 결혼하기를 바란다."(p.22)라며 양육의 책임감을 '그 어느 남자'에게 넘기시려고 했다. 자신이 "금이 간 접시(p.32)"이기에 더 이상 재니를 살뜰이 이 험한 세상에서 지켜주실 수 없다했다. 재니는 함께 살다 보면 사랑이 생기리라 스스로를 속이며 로건이라는 남자와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을 해도 사랑이 생기지 않음에 절망한 재니는 조 스탁스의 제안에 따라 도망쳐서 그의 부인이 된다. 야심만만하고 능력많은 흑인 조 스탁스는 스스로를 시장으로 삼고 가게도 운영하며 사람들을 움직여 도시를 부흥시켰다. 하지만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조는 제니의 아름다운 머리칼을 항상 두건으로 감싸고 다니라고 명령했을 만큼, 재니의 내적인 욕망과 자유로운 기질을 철저히 무시한 채 스스로 꿈꾼 신분사다리의 맨 꼭대기 층으로 한층한층 올라갔다. 조는 나이들어 껍데기의 권위를 남긴 채 죽어버렸고 재니는 미망인이 되었다.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어느 날 가게를 찾아온 젊은 남자, 티 케이크와 사랑에 빠진 제니는 마을을 떠나 그와 살림을 꾸린다. 소박하고 자유롭게 살던 그들은 어느날 허리케인을 만났고, 광견병에 걸린 개로부터 제니를 구했던 티 케이크는 그만 광견병에 걸린다. 바이러스에게 뇌를 빼앗긴 그는 사랑했던 제니를 총으로 쏘려다 자기방어하는 제니의 총에 숨진다.  제니는 남편 살해죄로 법정에 섰지만 무죄 판결을 받고, 다시 이튼빌로 돌아온다. 작업복 차림으로........
독자는 제니가 친구인 피비에게 회상하며 들려주는 자서전적 형식의 이야기에서 단순히 흑인 여자라는 좁은 범주를 떠나 한 인간이 성숙해가고 자아를 단단히해가는 모습을 보게된다. 예를 들어, 제니는 두 번째 남편의 장례식에서 우아한 상복을 입었지만 이는 사람들의 기대와 사회적 규범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것이다. 사랑했던 티 케이크가 죽자제니는 너무나 슬픈 나머지, 슬픔을 표현할 옷을 입을 겨를도 없이 그대로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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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은 역사의 담지체로서의 사람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인류학자로서의 조라 닐 허스턴의 인간관이 녹아 있다. 인류학의 강령이라할 상대주의적 시선에서 인간의 평등,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제니의 모습에서 우리는 조라 닐 허스턴을 본다. 아동성추행의 오명을 쓰고 사회적 삶을 난도질당한 채 쓸쓸하게 죽어간 그녀는 그 깊은 곳에서 인간의 존엄을 꿈꾸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간만에 목마름을 추겨주고, 삶을 다시 생각해보게 해준 작품이다.
 

 

본문의 대사 중

"질문을 하는 나이가 있고, 대답을 해주는 나이가 있다 (p.33),"

"같은 피부색을 지닌 사람이 너무 다르게 굴면 사람들은 놀라게 된다. 그것은 마치 누이가 악어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가았다. 친숙한 낯섦 (p.69),"

"사람들은 무력한 존재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을 조금은 가져야 한다 (p. 81),"

 "그녀는 이제 내면과 외면을 갖게 되었고, 그것들을 섞이지 않게 하는 방법을 불현듯 깨달았다....(중략)...그것은 사물의 외면에 대한 복종이었다 (p.103),"

"괴롭힐 게 여자들과 닭밖에 없으면 여러분은 너무나 쉽게 전능하신 하느님처럼 굴죠. (p. 107)"

 
 
 오프라 윈프리가 헐 배리 주연으로 제작한 동명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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