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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영 - 호모 헌드레드 시대, 100세 동안의 비밀
데이비드 윅스, 제이미 제임스 지음, 박종윤 옮김 / 36.5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호모 헌드레드 시대, 100세 동안의 비밀
SUPER YOUNG슈퍼영
단연코 최근 읽은 책 중에서 압도적일만큼 동기부여의 책이었다. 데이비드 웍스 박사와 제이미 제임스가 지은 말이다. 와이셔츠를 열어 제껴 슈퍼맨 이니셜 S가 새겨진 슈트를 드러내는 표지와 '호모 헌드레드 시대, 100세 동안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왠지 보그나 마리 끌레르 류 잡지 스타일의 글쓰기를 연상시키지만, 실제 읽어보니 치열하고 치밀하기에 학술적이기까지한 책이었다. 그렇다고 고루하지 않다. 데이비드 웍스 박사가 무려 18년이나 진행한 프로젝트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어떤 백그라운드의 일반인이 읽어도 충분히 공감하고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였다. 처음엔 '젊어지는 샘물'을 염탐하는양 호기심에서 꼼꼼하게 정독하고,두번째는 좀체 하지 않던 '밑줄 쫙쫙 그으며 읽기'로 통독했다. 책장을 덮고는 5개월 동안 한번도 안 나갔던 헬쓰 클럽에 주섬주섬 운동복을 챙겨 나갔다. 독일산 말린 통곡식 가공품을 바로 2박스 주문했다. 왜냐고? Super Young은 무리더라도, 젊어보이고 싶어졌으니까........
헐리우드의 매력남 조지 클루니는 1961년 생이다. 우리 나이로 53세이다. <델마와 루이스>에서 젊은 꽃사슴으로 등장했던 매력남 브래드 피트보다 고작 2살이 더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배우로 치면 이병헌(1970년생)처럼 슈퍼영이라 할 브래드 피트(1963년생)는 아무도 50대로 보지 않는다. 과연 누군가는 왜 다른 이보다 젊어보이는 걸까? 노화가 왜 상대적일까하는 단순한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로열에든버러 병원의 신경심리학과 과장인 데이비드 웍스 박사는 1989년부터 1997년까지 Super Young 조사를 광범위하게 진행했다. '상대적 노화'라는 주제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였으므로 피시험자 선정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였다. 눈동이 방식(snowball samplig)에 근거한 멀티미디어 무작위 추출법과 대조군 설정으로 피시험자를 선정하고, 이중 눈가림 시험, 설문지 조사 및 상세한 면접으로 자료를 수집했다. 그 결과 슈퍼영에게서는 어떠 유의미한 공통분모가 떠올랐다. 은 바로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화의 불가피성을 자연스레 인정하고 노년기를 새로운 도전으로 아름답게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p.40)"
당신이 슈퍼영인지 궁금하다고? 본문에 소개된 설문지의 문항을 일부 소개해본다. "본인의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타인과 의미있는 상호작용을 하는 횟수는 일주일에 몇 번입니까?"연중 몇 번이나 여행을 합니까?" "잠을 푹 잡니까?"등의 문항은 이 설문지가 생활 습관과 삶의 태도를 측정하는데 주안을 두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즉 슈퍼영으로 살기의 비결의 결정적 요인은 재력도 우수한 유전자도 아닌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암시이다. 최근 국내 한 일간지에서 강남부자들의 노후대책 미비함을 다루면서 온통 재테크적인 측면에만 집중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관점이다.
데이비드 웍스 박사는 슈퍼영 연구의 일환이자 성과물로서의 'Brain Plan'을 제안한다. 그 핵심 기저에는 '나이들수록 뇌는 죽어간다'라는 기존의 편견에 반해 웰 에이징을 추구하고자 하는 박사의 고집스러움이 있다. 그는 '신체적 화학작용(미엘린 수초 탈락현상)보다는 생활방식이 정신 상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p.76)"는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지적 환경을 윤택하게 하고, 적극적으로 그 환경에 뛰어 들것을 제안한다. 지력의 약화는 결국 자극의 약화가 지속되는 데서 기인한다며 (p. 82)..... 자극의 약화 측면에서 고독과 수줍음은 정서적 측면의 방해요소이며 잘못된 호흡법(과호흡)은 물리적 측면의 위협요소이니 충분히 이 요소들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 관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슈퍼 영 플랜(Super Young Plan)의 첫쨰 목표가 웰 에이징(well-aging)이기에 운동은 빼놓을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10년마다 2-3kg씩 수축하는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근력기르기는 평생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영양학적으로는 데이비드 웍스 박사는 활성산소 이론이나 당화 이론을 지지한다. 복잡한 영양학적 충고는 차치하고 그의 메세지를 단순화하자면 '전체적인 칼로리 섭취는 줄이되 신선한 야채와 과일 섭취량을 늘리라'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박사가 슈펴영을 위해 채식에만 올인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식단,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시도하되 융통성 있게 기호에 따르라는 것이다.
덕분에 비타민, 그 중에서도 비타민 E의 중요성과 섭취 필요성을 재확인 한점은 하나의 성과. 뇌에 불을 켜기 위한 Brain Plan의 구체적 지침 역시 지인이나 주위 어르신께 전하고 싶을 만큼 솔깃하게 유용해보인다. '젊게 느끼기, 젊게 사고하기, 젊게 보이기'가 슈퍼영의 세가지 요건! 웰 에이징의 삼요소인데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거든 지금 바로 하란다. 내일로 미루지 말고....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웍스 박사가 의사임에도 '노화'에 대한 사회문화적 시선의 변화를 역사적 자료를 엮어 추적하고(chapter 5, 6, 6 모두를 이 주제에 할애하고 있다) 다양한 문학 작품과 영화까지 소개한 점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하지만, 치명적일 정도로 Super young project에서는 웰 에이징에서 계급이라는 요소를 간과하지 않았나싶다. 굳이 계급이니 계층이니 하는 용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연구에 참여한 슈퍼영들 대다수가 박사 스스로도 인정하듯 '교육 수준이 높은 중산층'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중산층이기에 박사 역시 슈퍼영 다이어트 지침을 알려주며 "한 주 내내 세계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선택의 폭을 넓혀나간다 (213)"라고 제안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고급 뷔페에 가지 않는 이상 누가 한주 내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을까?)? 은퇴 이후에도 소위 은행 잔고 걱정 없이 새로 발레를 배우고, 산악 자전거를 타러다니고 사교 모임의 멤버쉽을 늘리고 해외여행으로 지적 자극을 주는 것은 아무에게나 허용된 자유는 아니지 않은가? 이런 계급적 변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 살짝 아쉬웠지만 <슈퍼 영>은 두번이고 세번이고 정독하기를 권하고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