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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배속 살림법
조윤경 지음 / 스타일북스 / 2013년 9월
평점 :
털팽이 조윤경은 이렇게 요즘 한국의 주부들을 파악하고 있다. "집에서 온종일 살림만 하고 사는 주부는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 인터넷 덕분에 '살림 달인'들의 노하우는 클릭 몇 번만 하면 알 수 있는 비법이 아닌 비법이 된 세상 (본문 4, 5쪽에서 발췌)"
'대한민국 수납의 여왕'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100여개 매체와 강연을 통해 수납 노하우를 소개해 왔던 조윤경은 주부들에게 자기처럼 수납의 달인이 되라고 부추기지도 가르쳐 들려고 하지도 않는다. 종일 가사 노동에 매달려 '완벅한 스위트 홈'을 구현하라고 부담주지도 않는다. 대신 3배속 살림법으로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집안 살림도 척척해내면서 자신만의 시간도 가져보라는 꿈같은 제안을 한다. 사실 '3배속인데, 살림 효과는 똑같다고? 출판사의 홍보 문구 아닐까?'하는 의혹의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3배속 살림법>을 2번 통독, 1번 정독을 하고 나니, 왠지 자신감과 기대가 생긴다. '나도 털팽이님 반의 반만큼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털팽이 조윤경의 성향과 가정에 대한 애정, 그리고 살림 노하우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한장을 소개한다. 바로 그녀의 집 현관, 잘 꾸미고 사는 집들을 여럿 보아왔지만 현관에 블로그와 같은 이름의 로고를 붙여놓은 집은 처음이다. 블로그 이름 (http://blog.naver.com/white7722)을 그대로 따와 '털팽이의 정리법'이라는 문패를 붙여 놓았다. 게다가 거실 바닥은 반나절만 지나도 발도장이 찍힐 정도로 관리와 유지가 어렵다는 폴리싱 타일로 깔았다. 청소하기 어려운 소재라는대도 인테리어 잡지에 등장하는 집 거실인양 쾌적하고 깨끗하다.
방송활동에 강연과 저술까지 조윤경 역시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쁠텐데 어찌 저렇게 깨끗한 집을 유지할 수 있을까? 비결은 바로 그녀가 제안하는 '3배속 도미노 가사, 15분 살림법'에 있다. 어렵지 않다. 약간의 반복 훈련과 내 집 아름답고 쾌적한 공간으로 가꾸겠다는 의지, 그리고 두뇌가 필요할 뿐이다. 예들 들어, 집 밖에 나가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빨래를 개고, 가방을 벗을 떄는 영수증을 정리하는 식이다.
아울러 가사 속도가 빨라지도록 수납력을 높인다. 물론 3배속 살림을 도와줄 도구들도 차곡차곡 마련해서 200% 활용한다. 본문에 등장한 다양한 아이디어 살림 도구 중에 의외로 가장 내 마음에 들어온 것은 바로 '개인용 색색 컵!' 하루면 컵이 20개는 기본으로 나오는 괴로운 주방 현실, 식구마다 구분이 되는 색색의 개인 컵으로 바로 해결가능하단다.
저자 조윤경은 살림 귀차니스트들과 도니노살림법의 달인들을 다음처럼 대비시킨다. 귀차니스트들이 아침 식사를 끝내고도 엉덩이 뗴기를 귀찮아하다가 스마트폰 검색 시작하고 뒷마무리 어정쩡 설겆이까지 무려 60분을 소비하는데 반해, 털팽이과의 살림꾼들은 30분만에 아침 설거지에 주방 바닥 청소까지 마친단다. 결국 습관과 패턴의 문제이다.
청소 역시 마찬가지, 청소할 여유가 많다고 더 청소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15분으로 단위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진행한 청소가 효율적이라고 한다.
털팽이 조윤경은 이왕이면 에코 청소를 제안한다. '산과 알칼리의 과학'을 이해하면 에코 청소가 쉬워진다나. 산성인 베이킹 소다로는 주방과 집안 청소를, 약알칼리성인 구연산으로는 욕실 청소가 적합하다고 한다. 굳이 시판 청소 제품을 사지 않고도 환경도 지키고, 가정도 꺠끗하게 유지하기 이해, 베이킹 소다, 구연산, 식초 및 소주는 상비해두시길.
청소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제안도 흥미롭다. 블라인드를 어떻게 청소하냐고? 목장갑 한 켤레면 5분 초 스피드 청소가 가능하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의 전략은 욕실청소에서도 유효하다. 변기가 지저분하다고 막무가내로 땀뺄 필요가 없다. 먼저 오염의 원인을 파악한후, 유효한 세제로 대응한다. 소변이 원인인 얼룩에는 구연산을, 곰팡이가 원인인 검은 얼룩은 락스를 사용한다.
털팽이님 조윤경은 건식 화장실을 그 쾌적도와 청결도 면에서 강력 추천한다. 욕실곰팡이와 세균도 억제되고 청소도 빨라지는 건식 욕실 유지에는 스퀴즈(하단의 이미지 사진)가 반드시 필요하다. 버리는 칫솔을 간단한 리폼으로 욕실 청소도구로 대변신 시킬 수 있다니 재활용품의 다용성에 주목할 것!
청소만큼이나 중요한 환기, 하루 3번 30분씩의 원칙을 잘 지킨다. 창문을 최대한 활짝 열어제껴하는 환기보다 창틀과 15CM만 띄우고 창을 열어두는 것이 환기효율성이 더 높다한다.
<3배식 살림법>은 요리, 수납, 청소, 세탁으로 크게 나뉘어 구성된다. 세탁 파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요긴한 정보는 바로 완벽한 세탁의 3요소! 수온은 높을 수록 세정력이 높아지지만 세탁 시간이 10분 이상되면 오히려 때가 다시 붙는다고 한다. 그러니 세탁 시간은 10분을 명심하자. 귀차니스트들은 세제량을 가늠해서 넣지만 금물, 표준사용량보다 높은 세제 농도는 오히려 세탁효율성을 저해한다나.
주방 수납 역시 털팽이님은 다르네요. 이제까지 파를 세워서 냉장고에 수납한다는 생각을 해본일이 없었는데, 길이가 긴 용기에 세워두면 더욱 신선히 오래 파를 보관할 수 있다.
털팽이식 조리법은 기본적으로 발상의 전환에 근거한 스피드 조리법. 도마와 칼 대신 부엌가위를 자주 쓰고, 비닐봉지에 재료를 넣고 흔들어 섞기 일쑤다. 주부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귀찮아하는 설거지는 애당초 줄이는 노력을 한다. 도마대신 생선 등의 포장 용기를 활용하고,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저유 방식으로 뚜껑을 덮어 튀긴다. (마침 집에 라면기로 쓰는 스테인레스 냄비가 있어서, 아이들용 작은 크기의 돈가스를 뚜껑을 덮고 튀겼는데, 타지도 않고 대만족의 결과!!). 튀김옷도 바로 버리지 말고 기름기 있는 용기에서 찌꺼기를 흡수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다음은 털팽이식 알뜰 살림법, 오래된 식빵은 버리거나 냉장고 탈취제로 썼는데, 빵가루로 만들어 쓸수 있단다. 그동안 버렸던 식빵이 머리 속에 아른거린다. '진작 알았더라면'하는 생각이 내 머리 속에서만 오가는 게 아니겠지? 채소 자투리 역시 버리지 말고 육수로 활용한다. 방사능 오염이 염려되어서 표고버섯이니 다시마와 멸치 육수를 더 이상 쓰지 못하는 요즘, 채소 육수 재료는 무척 요긴한 정보이다.
<3배속 살림법>을 읽자마자 주말에 당장 따라해본 청소법과 세탁법. 커다란 비닐 봉투들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이다니......운동화며 실내화를 봉투 안에 넣고 뜨거운 물과 세제를 넣고 흔들어주면 떄가 구석구석 쏘옥 녹아나온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실패했다. 슈퍼마켓에서 얻어온 대형 비닐봉투에 하나 작게 나 있던 구멍을 못보았던 것이 화근. 비닐 청소 세탁법에 재도전 했다. 살림이 재미있어진다.
여름철 얇은 남방 하나 떄문에 다리미를 꺼내기 망설여 졌던 경험 한 두번 있을듯한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 옷을 입은채 다림질 하는 비법을 조윤경이 알려준다.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드라이 바람을 위에서 아래로 쏘여주면 끝. 내년 여름에 자주 활용해보아야 겠다.
털팽이의 '3배속 수납'은 공간을 넓게, 기능적으로 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주방, 서재, 옷장, 아이방, 현관, 욕실 등 공간 마다 특화된 수납법을 소개해준다. 털팽이의 살림법을 알고난 후에는, 그 동안 재활용 수거함에 버리던 우유곽을 씻어 말리게 된다. 양말 수납상자로 재활용 가능하니까. 신발장 역시 1켤레를 사면 1켤레를 버리는 간단한 법칙을 지키고, 숨은 공간을 잘 활용하면 늘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쉬운데 지키기 어려워서 그렇지, '1개 사면 1개를 버린다'를 살림의 대 원칙으로 삼을 작정이다.
왠만한 인테리어책들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편인데, <3배속 살림법>만큼은 소장용으로 추천한다. 특히 살림 귀차니스트나 나처럼 살림쪽으로는 뇌가 활성화되지 않은 주부에게.......수납의 여왕이라는 닉네임답게 확실한 수납력의 비결을 알려주고, 털팽이식 ‘도미노 가사(=한 가지 일을 처리할 때 관련된 다른 일을 자연스럽게 잇는다)’와 ‘15분 가사(=모든 집안일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15분 단위로 나눠 간편하게 마무리한다)’라는 원칙하에 살림을 '3배속'으로 끌어올리면서도 만족과 자신감을 높여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