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구멍 속의 비밀 마음을 간질이는 개그 그림 동화
김혜원 글.그림 / 머스트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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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구멍 속의 비밀
 
 
청소년 비행과 범죄율의 급증을 패스트푸드일색으로 변해가는 식생활과 연결짓는 주장을 접하고는 일리가 있겠다고 생각했었지요. 화학조미료가 많이 첨가된 음식, 정크푸드나 청량 음료가 사람을 난폭하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데요.  가히 "무엇을 먹는지가 네 자신을 말해준다."라는 말처럼 '부모가 어떤 식습관을 형성시켜주느냐가 아이의 인성과 미래를 방향짓는다'라고 할만 합니다.
 
 
 
 
<똥구멍의 비밀>은 개그그림 동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독자를 포복절도하게 만들만큼 기발하게 재미나지만, 먹거리에서의 불평등 문제를 짚고넘어가게 하는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답니다. 제목의 가벼움과 달리, 생각할 거리는 무겁게 던져주어서 책을 덮고나서도 여운을 남겨주네요.
 

 단편만화를 각색해서 <똥구멍 속의 비밀>로 새로 태어나게한 1984년생 김혜원 작가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 www.erasingwoman.com ) 는 똥, 털, 코딱지, 방귀를 좋아해서 작품에 많이 등장시켜왔대요.  제10회 나혜석 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수상자답게 <똥 구멍 속의 비밀>에는 그림 속에 더 많은 이야기를 숨겨놓는 작가만의 장치를 쓰고 있답니다.  예를 들어, 깔끔 떨고 차분한 성격의 주인공 소녀가 짝꿍을 소개하는 이 한 페이지의 그림에는 많은 내용이 압축되어 있어요. 해는 중천에 떠있고요, '드르륵' 교실문을 여는 아이의 손톱은 영양불균형으로 깨져있어요. 네번째 손톱에 그린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고 이 손의 임자가 소녀를 짝사랑함을 유추할 수 있지요.
하지만 정작 소녀는 전혀 이 소년, 지남이에게 호감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너무 '지저분'한데다가 세상에서 제일 지독한 방귀를 뀌어대거든요. 아래 일러스트레이션을 보면, 그 지독한 똥방귀의 근원이 궁금한 소녀와 아랑곳 않고 짝짝이 실내화에 구멍난 양말을 신은 쩍벌남 지남이의 모습이 대비됩니다. 소녀의 가방조차 방독 마스트를 쓰고 있네요. 아이들의 가방을 고양이와 개에 빗댄 작가의 귀여운 장치에도 감탄하게 됩니다.
 
 
소녀 생각에 지남이의 똥방귀에는 왕대포나, 난지도 쓰레기 하치장, 아님 저승사자가 살고 있는 것 같대요. 지남이의 방귀는 사람 뿐 아니라 꽃과 나무도 시들게 하고 스컹크도 울고 가게 만들거든요.

 



 
 결코 가까워질 것 같지 않던 지남이와 소녀가 지남철처럼 서로 끌리게 되는 계기가 생깁니다. 바로 소풍날 말입니다.진부한 '깡패 VS 흑기사'의 구도가 등장하는가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똥구멍 속의 비밀> 그림을 보다보면 작가의 재치와 숨겨놓은 이야기에 계속 감탄하게 되거든요. 김밥을 먹는 소녀의 이마에 딱총을 날려대는 다른 학교 남학생들, 우리의 지남이가 한방에 물리쳐주었습니다. 바로, 바로, 방귀 딱총으로말입니다! 초콜렛, 도넛, 콜라 등을 폭풍흡입하더니 방귀로 즉석 배출했거든요. 그 지독한 냄새에 쓰러지지 않은 이는 우리의 주인공 소녀 뿐이었습니다. 반했거든요. 지남이의 돌발 똥방귀 흑기사로의 변신에.....
 

 
엄마가 싸주신 김밥을 내미는 소녀, 지남이네 엄마는 바쁘셔서 김밥같은 걸 챙겨주시지 못한답니다. 평소에도 라면, 짜장면, 햄버거를 주식 삼는대요. 이제야 밝혀지는 지남이 똥구멍 속의 비밀. 왕대포도 쓰레기 하치장도 저승사자도 아닌, 패스트푸드의 화학작용이 그 비밀의 답이었군요. 지남이를 놀리고 싶어지기보다는 왠지 마음이 쨘해져오네요.

 
 
소풍이 끝난 다음날, 지남이는 여전히 짝짝 실내화에 구멍난 양말에 지독한 방귀 냄새를 풍기고 등교하지만 소녀에게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짝꿍 지남이와 나눠먹을 도시락을 준비해왔거든요.  고양이 가방이 환하게 미소짓네요.
 
 
부록으로‘방귀쟁이 짝꿍과 함께 먹는 학교 모양 도시락 만드는 법’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어요. 8세 5세 아이에게 물었어요. "너희도 소풍가서 과자만 싸오는 친구 있으면 김밥 도시락 나눠줄거야.?" 물론 나눠주겠답니다. 단, 친구도 자기에게 과자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호혜성 교환을 주장하네요.  

 
<똥구멍 속의 비밀>을 읽다 보면, '집밥' 보다는 '외식'에 '배달 음식'에 익숙해져가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요즘 현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식습관이 바뀌다보니 아이들 역시 집밥보다는 패스트푸드를 더 자주 먹게 되지요. 어려서의 이 식습관이 결국, 소아 당뇨, 소아비만, 위장병에 변비로 이어지고 아이들 평생 건강까지 위협하게 되지요.  지남이의 똥방귀 이야기에 웃더라도, 그 뒤에 작가가 전하고 싶어하는 메세지를 꼬마독자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영양과 정성이 가득한 집밥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 따스하게 이해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불평등의 문제가 아이들 먹거리에서부터 심각하다는 생각에 책장을 덮으며 마음 한켠이 묵직해져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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