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여성을 말하다
미셸 페로 외 지음, 강금희 옮김 / 이숲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문학,
여성을 말하다 

 

 

 

 

 

 

 

언제부터인가 식을줄 모르고 하나의 문화적 키워드로 잘 팔리는 '인문학’ 열풍 영향인가. 원제 "La Plus Belle Histoire des Femmes (여성의 아름다운 역사)>를 <인문학, 여성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였다. 무려 380여 페이지에 이르는 대담집 형식의 이 학술서의 공저자 4명 엄밀한 의미에서 인문학자로 뭉뚱그려 범주짓기는 어려울 듯 하다. 먼저, 니콜 바사랑은 정치학자이자 역사학자, 프랑수아즈 에리티에는 구조주의 인류학의 창시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수제자로서 물론 인류학자이다 (통섭의 시대에 이런 구획은 낡아보이겠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인류학은 인문학이라기보다 사회과학 분과에 속한다고 본다). 한 때 자크 데리다의 동반자였던 실비안 아가생스키(정작 그녀 자신은 이런 소개를 달가워하지 않을 듯 하지만)는 철학자이자 작가,  미셸 페로는 미셸 푸코와 함께 연구를 했던 역사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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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여성을 말하다>를 독해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서 이 4명의 학자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를 찾아볼 필요가 있었다. 니콜 바사랑,프랑수아즈 에리티에(1933년생),실비안 아가생스키(1945년생),미셸 페로(1928년) 모두 프랑스의 대표적 지식인으로서, 투쟁으로서의 여성의 역사를 일깨우고 또 쓰고자 한다. 정치학, 인류학, 역사학, 등 세부 전공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 모두 철학에 탄탄한 지적 초석을 두고 있다. 게다가 이 4명 모두 여성, 그것도 대중적 시선으로 말하자면 중년 혹은 노년의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공통분모는 철학에 문외한이고, 더군다나 (억압받고 평가절하되어온) 여성의 역사에 미처 눈 뜨지 못한 독자에게 대단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공적 영역(public sphere) VS 사적 영역(domestic sphere), 여성의 재생산력( reproduction)과 자연에 묶인 여성의 종속적 지위의 보편성, 여성의 가사노동에 얽힌 논쟁 등은 이들이 1920~40년생이라는 사실도 다시금 환기시켜준다. <인문학, 여성을 말하다>에서는 "여성이 정말 제 2의 성으로 역사 속에서 주변화되어 왔는가?"란 질문의 예스, 노(yes/no)를 구하지 않는다. 여성의 종속적 지위는 보편적인 사실로 전제하고 있기에....이들의 관심은 그 종속적 지위가 어떤 문화적 기제로 생산, 강화, 그리고 당연시 유포되어 왔는가, 나아가 어떻게 여성의 지위를 복원하여 '혼성' 사회를 이룩할지에 있다.

이들의 주장은 '프랑스식 추상적 보편주의 환상(p111)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그들은 잘라 말한다. 남성 중심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양성의 중요성을 거부하고 남성의 문화적 우위성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추상적 보편주의를 파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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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학자들은 성불평들의 기원을 원시사회에서부터 더듬어보기도 하고(레비 스트로스의 수제자 답게, 프랑스와즈 에리티에는 신화에서 답을 찾아보려한다), 서양 고대철학 전통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유교 문화권에서의 남존여비 사상에 더 친숙한 한국 독자들에게는 익숙치않은  틀이기는 하지만, 새로쓰는 여성 역사라는 보편적 과제에 대해 사명감은 공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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