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이동형 지음 / 왕의서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바람이 불면 당신인줄 알겠습니다

가슴이 답답하다. 묵직해져온다.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를 읽고 나니. 이 책은 이동형이 전문가의 눈이 아닌,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서’ ‘사람 노무현을 써내려간 책이다. ‘써내려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저자 이동형의 한국정치에 대한 실망감 좌절감, 사람 노무현에 대한 존경심과 그리움 등의 감정이 여과되지 않고 날 것으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동년배 친구들이 소방차와 이선희에 빠져 있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이동형은 일부러 노무현의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와 언론 기사외에는 참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타인의 평가가 아닌, 이동형 자신의 시각에서 노무현을 바라보고 싶었기에. 어쩌면 정치적 이해타산에 휘둘리지 않는 평범한 시민의 눈이 그에게 글 쓰기의 자유를 허용해주었을지도 모른다.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는 주장과 입장이 명쾌하다. 그 솔직함과 한국 정치(의 수준)에 대한 이동형의 좌절감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생생히 느껴질 정도이다.

2009, 노무현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 소식과 광장을 찾았던 애도의 물결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찾았던 광장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MB에게 직접 쓴 편지가 소개되어 있었다. 국가기록물 유출 논란을 일으켜 봉하마을에서까지 불쾌한 촌극을 일으키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로운 금의환향과 참여정부에 오징어 먹물을 뿜어보려했던 MB정부. 노무현 대통령은 MB에게 쓴 편지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MB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다. “이명박 대통령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기록을 보고 싶을 떄마다 전직 대통령이 천 리 길을 달려 국가 기록원으로 가야 합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정보화 시대에 맞는 열람 방법입니까?.......(중략) .....아무튼 지금은 대통령의 참모들이 전직 대통령과 정치 게임이나 하고 있을 떄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래도 정치 게임은 계속되어야 한다."가 일반인은 잘 모르는 정치세계의 생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봉하마을 사저에까지 촉수를 뻗힌 정치게임 저격수들을 피할 수 없었다.대통령 직에 있을 때는 전례없던 탄핵에, 퇴임후에는 노방궁 촌극에 1억원짜리 시계 논란에 '떄리기'는 계속되었고, 그 명예를 짓밟는 난타에 노무현 대통령은 차라리 죽음으로서 맞수를 두었다. 비극이다.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는 이젠 노무현 대통령의 상징과도 같은 노란색을 주조색으로 한 편집에 시적인 소제목들을 달고 있다. 1 "떳떳하다면 굴할 이유가 없다"를 시작으로, "정의를 믿는다면 세상은 살 만하다.""역사는 진실을 다잡는다""포기하고 싶을 때 희망이 온다""잘 살았다, 오롯이 내 삶을 긍정하라."
저자 이동형은 재임 중 가장 극적이었던 탄핵 전쟁과 의회쿠테타를 시작으로 “대학 졸업장도 없는 고졸 출신, 비주류에 타협도 몰랐던 정치인 노무현.”의 어린 시절까지 노무현의 자취를 따라가면서 기술하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을 공약에서 현실로 그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노무현의 삶을 관통하는정의원칙이라는 신념이 이동형이 쓴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에 살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왜 무대 위와 무대 뒤가 다를 수 밖에 없는 이해타산, 권모술수의 정치판에서 왜 무대 위의 연출을 거부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켰을까? 정치판이라는 무대 뒤에는 그들만의 게임의 룰도 있었을텐데, 왜 늘 꼼수가 아닌, 원칙과 정의로 솔직히 자신을 드러냈을까? 보수언론과 정적들의 비난 수류탄을 한 몸에 받으며........그렇게 지키고 싶었던 신념은 무엇이었고, 그가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타협을 모르는 정치인이자 소탈한 자연인으로서의 노무현 대통령,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를 읽으며 그를 추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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