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정보 그림책 <콩>
본문 그림 속에 등장하는 농부가 이영문 농부를 모델로 했을까요? 아저씨는 농약과 비료를 치지 않음은 물론, 땅도 갈지 않는 답니다. 땅에 사는 생명들이 다칠까 염려해서요. 물론 화학비료와 거대한 농기계를 쓸 때보다 비할 수 없을 만큼 손이 많이 가는 농법이지요. 그래도 이영문 농부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농사야말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일 뿐더러, 지구를 건강하게 지켜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랍니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만화잡지에 글을 연재해온 김한조 그림작가는 만화풍의 대사를 더한 일러스트레이션을 선보입니다. 예를 들어, 농부아저씨가 땅 속에 꾹꾹 콩알을 눌러 심는 모습을 보며 콩알들이 “산비둘기가 다 먹어버리면 어쩌지?” “마늘잎이 덮여 있으니 괜찮을 거야.”하며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식입니다. 이런 재치만점의 설정 덕분에 본문의 이해도 훨씬 쉬워집니다. 8세 아이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본문 역시 ‘순환’이라는 핵심 화두를 잘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봄이면 농부가 밭에 콩을 심습니다. 여름․가을에 수확한 뒤, 씨앗은 남겨 두었다가 이듬해 다시 논밭에 뿌립니다. 한살이를 마친 콩들이 돌아가고 난 콩밭은 다시 마늘과 상추 차지가 됩니다, 이 친구들 역시 밭에 사는 생물들과 어우러져서 자신의 한살이를 살지요.
생태 정보 그림책 시리즈가 생명의 순환을 풀어놓는 방식은 참으로 자연스럽고도 친절합니다. 콩을 중심에 두었지만, ‘건강한 흙’과 ‘흙 속의 미생물’ ‘콩밭에 함께 사는 곤충들 소개’ ‘먹고 먹히며 돌고 또 도는 콩밭 생태계 피라미드’ ‘식물이 씨앗을 퍼트리는 방식’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며 생명 순환을 이야기합니다. * 부록에는 한살이를 마친 콩이 우리의 먹을 거리인 된장 간장으로 재탄생하는 이야기까지 담았습니다. *
농사를 지어본 적도, 생명 순환의 원리를 존중하는 농법도 모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점은 생태 정보 그림책 <콩> 이 참 고맙다는 점입니다. 밭에서 씩씩하게 자연의 원리대로 자신의 한살이를 살아낸 콩의 모습에서 인간의 삶이 보이니, 겸허해집니다. 어른에게도 꼬마독자에게도 요긴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