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일곱 시, 나를 만나는 시간
최아룡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늦은 일곱시, 나를 만나는 시간
요가 치유 에세이

행복은 잠시였다. <늦은 일곱시, 나를 만나는 시간>을 따뜻한 봄볕 아래서 뒹굴거리는 곰마냥 읽던 행복은 잠시였다. 손에서 뗄 수 없을 만큼 재미있어서 책을 들고 외출한 것이 화근. 불과 2정거장 거리의 마을 버스 안에서 <늦은 일곱시, 나를 만나는 시간>을 읽다가 그만 놓고 내렸다. 행복은 잠시였다. 다른 욕심은 없어도 책욕심만큼은 지대한지라, 분실물 신고하고, 발을 동동 굴러보았지만 그 아름다운 책은 나를 떠났다. 하지만 내 마음에 진하고 강렬한 파동을 남긴채...... '이 좋은 봄날, 누군가가 우연히 이 책을 집어 들어 자신과 만나는 행복한 시간을 갖고 있겠지.' 하며 책을 떠나 보낸 서운함을 달랬다.





고백하건데, 나는 <늦은 일곱시, 나를 만나는 시간>을 다 읽지 못했다. 1장, '나를 만나다'와 2장 '나를 사랑하다'까지 읽고, 3장 '나를 힐링하다'를 놓쳤다. 하지만 저자 최아룡이 어떤 품성의 사람일지며, 자아와 만나게 해주는 요가로 삶의 빛깔이 달라진 인생 이야기는 놓치지 않았다. 71년생 최아룡은 1995년에 요가에 입문했다. 2003년에는 '세상 속으로 가는 요가원'이라는 요가원과 '몸과 마음 연구소'를 열었다. 2005년부터는 한국요가연합회에서 해외업무를 담당하는 동시에, 미혼모센터, 노숙자재활센터, 정신병원, 성폭력 피해아동 쉼터, 장애인센터에서 소외된 이들, 소수자들을 위한 요가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늦은 일곱시, 나를 만나는 시간>는 그런 저자가 요가 지도자로서 만나게 된 실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최아룡의 시선에서 담아내고 있다(물론 가명을 썼다).

요가원에 들어오는 분들이 구두를 가지런히 벗어놓고 매트 위에 눕는다. 평소에 쉽게 볼 수 있는 손에서는 특별히 이상한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단정하게 정돈된 손톱, 건조함과 촉촉함의 정도를 제외하곤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발은 다르다. 누워 있는 그들의 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애처로운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녀의 발' 중에서/ p.13)
책 표지가 요가 수행중인 사람이 가지런히 모은 맨발 사진임이 의미심장하다. 페디큐어로 멋내고 풋캐어 서비스로 맨질맨질 인공적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발이 아니다. 표지 사진 속 발은, 적어도 40대 이상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나이든' 발이다. 대게의 사람이 드러내기 부끄러워하는 맨발인데도 전혀 움추러들거나 숨으려 하지 않는다. 그 발은 당당하며 기품이 있고 평화롭다. 책을 읽다 몇 번을 다시 표지로 돌아가서 발 사진을 보았는지 모른다. 나는 언제 나의 발을 저렇게 가지런히 하고, 땅의 기운을 느끼며 오롯히 서있어 보았는가? 나는 언제 나의 몸을 아가처럼 부드럽게 둥굴리며 쉬게 해주었던가? 저자 최아룡 역시 이야기한다. 구두(사회적 페르소나) 속에 숨겨둔 그녀들과 그들의 맨발은 거칠고 갈라졌으며 피로감에 젖어 있다고.....


저자는 자신이 만나온(혹은 저자 자신의 분신들을 나누었을지도 모를) 16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외강내유의 현대인들이 요가를 통해 어떻게 자신과 만나며 삶의 주인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삶의 방식을 강요하거나, 요가제일주의의 단일한 시선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환원해버리지도 않는다. 그저 물 흘려보내듯 편안하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왜 시민 운동가인 한 남성은 유독 아기 자세의 요가에 편안해했는지. 그의 안에는 타인이 기대하는 강인함 속에 어루만주어주어야 할 연약한 아가가 있었다. 왜 SKY외 대학 출신의 아가씨가 영자신문 기자로 일하며 비만과의 전쟁을 치뤄야 했는지.....

저자 최아룡은 각 16명의 이야기마다 요가 동작 몇 가지씩을 소개해준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삶의 빛깔을 바꾸어준 요가 동작들을..... 책 읽다 몇 번을 따라해보고픈 충동을 느꼈지만 참았다. 반쯤 공복 상태에 헐거운 옷을 입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려고. 아니, 요가 보다는 당장 온라인 서점을 찾아 주문 클릭부터 해야 겠다. 못 읽은 3장의 내용이 궁금해서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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