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오늘, 뺄셈

폭풍우 치는 밤, 자동차를 몰고 가다 도움을 청하는 세 사람을 발견했다고 가정해보자. 위급한 병이라 촌각을 다투어 병원으로 이송되어야 하는 노부인, 예전에 당신 목숨을 구해준 의사, 그리고 당신이 꿈 꾸던 이상형. 2인형 컨버터블인 당신 차에 누구를 태우겠는가?

<오늘, 뺼셈>의 저자 무무가 이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내 안의 훈련된 인도주의는 선택의 여지 없이 노부인을 태운다. 어쩌면 이상형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머리를 굴리는 사이, 저자 무무에게 허를 찔린다. '자동차 열쇠를 의사에게 넘기고 의사가 노부인을 병원에 모시고 가게 하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레 이상형과 남게 된다고. 이것이 무무가 이야기 하는 '뺄셈 철학'이다. 움켜쥐었던 손을 펴고 그 안의 것을 내려놓는......내려놓음으로써 삶의 도약을 맞이하는..... 무무는 담담히 서술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뺄셈 철학이다. 뺄셈 철학이란 소중한 것들을 잃기 전에, 필요치 않은 것들을 자발적으로 버리는 삶의 방식이다......(중략).....뺄셈 철학은 우리 삶의 무거운 짐을 덜어내는 출발점이다. "


필명 외에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는 은둔형 작가 무무. 그가 지향하는 뺄셈 철학만큼이나 무게를 덜어낸 가벼운 제목의 <오늘, 뺄셈>은 다행히 훈계조의 교훈 하달방식으로 쓰여지지 않았다. 내공 높고 필력강한 이들이 종종 범하는 실수, '가르치려 드는 하달방식'을 취하기에 무무는 겸손이 몸에 베인 사람이다.

그렇다고 <오늘, 뺄셈>은 추상적인 방식으로 삶의 지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47개의 짤막한 이야기들은 각각 그 자체로 주옥같이 아름답다. '그' 혹은 '그녀'라는 주어로 쓰여졌어도 너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내 이야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꺠달음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큰 깨달음을 준다.

에세이류는 두 번 읽는 편이 아닌 인색한 독자이지만 <오늘, 뺄셈>에만큼은 점수를 후하게 둔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여러 에피소드를 다시 찾아 읽는다. '아내의 뺼셈과 나눗셈' '아내의 첫사랑' '내 아내의 모든 것'.....47개의 에피소드 중에 유독 아내의 등장이 많다. 모두 현명하고 헌신적이거나 진실한 캐릭터들...왠지 무무는 중년 이상의 기혼남자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늘 찬탄하게 되는 지혜롭고 온화한 아내를 둔.....무무는 어떤 작가일까....그가 기획편집한 책들과 집필한 책들을 권권 찾아 읽어야 겠다. 정말 더 궁금한 작가이다. '분노의 못질이 남겨놓은 상처'라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아들아. 이 울타리에 생긴 못 자국들을 보렴. 네가 비록 못을 뽑았지만, 이 자국들은 영원히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단다." 뺼셈의 기적을 실천하며 못질 없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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