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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쿵 하고 ㅣ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2
제럴드 맥더멋 글,그림, 김중철 옮김 / 현북스 / 2013년 1월
평점 :
동화책에는 토끼가 왜 그리 자주
등장할까? 미피며 카르헨, 피터 래빗.....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읽다보니 답이 따로 없더군요. 아이들이 토끼 캐릭터라면 사죽을 못 쓰니까요.
제 5세 꼬마 아이는 3살 때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가장 좋아했었는데, 내용을 이해해서가 아니였답니다. 바로 시계찬 토끼
떄문이었어요.
현북스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신간 <바나나가 쿵 하고>에도 토끼가 등장합니다. 엉뚱한 낭만주의자 토끼
한마리가요. 제럴드 맥더멋은 통상의 하얀 털, 빤간 눈 토끼대신 진분홍과 청록색을 입고, 눈매가 처져서 더 엉뚱해 보이는 귀여운 토끼를
탄생시켰답니다. 요 토끼녀석이 저희집 5세 3세 꼬마들을 완전히 매혹시켰네요.
우리집 꼬마들 사이 축약형 제목 '바나나'로 통하는
<바나나가 쿵 하고>. 꼬마님들 토끼 가면 쓰고 까꿍도
해보고, 책에 등장하는 동물친구들 인형 가져와서는 "바바! 또가태!
또가태!"하며 혀짧은 베이비토크로 엄마를 부르네요. 글 읽을 줄 모르는 5세 누나 왈, "우리 친구들, 책 읽어줄게요."하면서 꼬마 동생 앞에 두고 선생님 흉내 냅니다.
"바나나가 떨어졌습니다. 근데 토끼가 바나나를 안 먹었습니다. 깡총거렸습니다."
듣고만 있어도 꼬마 선생님의 엉터리 즉흥동화가 재미있었어요. 이제 제대로 <바나나가 쿵
하고>의 줄거리를 소개해볼까요?
으흠...으흠...목청 좀 가다듬고 시작할게요.
<바나나가 쿵 하고>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거든요.
옛날 옛적에
낭만토끼가 숲에서 쉬고 있었어요. 망중한.....그런데 갑자기 '숲이 무너지면 어쩌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지 뭐예요. 마침 그 때 바나나가
쿵! 토끼는 냅다 달렸어요. 토끼 따라 여우와 사슴과 소와 호랑이 코끼리도 차례로 달리기에 동참했어요. "도망 가! 숲이 무너진다!"라고
호들갑을 떨면서요. 말그대로 '묻지마 집단 줄행랑' 이었어요. 동물의 왕자 사자만은 조금
다르네요. 요 호들갑 '묻지마 줄행랑'에 종지부를 찍어주었으니까요? "말도 안돼!"라면서요. 결국 토끼가 고백한 '쿵 소리'의 진원지에 줄행랑
동물친구들 모두 가보았더니만, 애게게......! 뭐가 있었을까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바나나가 쿵 하고>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토끼는
줄행랑 달리기에 노곤해져서 바나나 나무 아래에서 잠든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깨어 있어요. 축 처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또다시 백일몽에 빠져
있지요. 5세 꼬마에게 "토끼가 무슨 생각하고 있니?" 했더니만, "바나나가 녹을까봐 걱정을 하고 있는
거야. 바나나를 냉장고에 넣어야 하는데 안 넣어서 바나나가 녹아버렸대."라고 엉뚱토끼 못지 않은 엉뚱 상상력을 발휘하네요.
토끼
한마리에서, 여우, 여우에서 사슴, 다시 사슴에서 소.....일명 '꼬리에 꼬리 물기' 식 서사구조는 꼬마 독자들에게 영원한 베스트
셀링 이야기 구조이지요. <바나나가 쿵 하고>역시 그 꼬리 물기 구조를 취하고 있고요. 역시나 아직은 줄거리
따라 책읽기에 서툰 꼬마들일지라도 요 꼬리에 꼬리 물기 동화만큼은 차례로 보기를 좋아하네요. "얘들아, 왜
그리 급하게 뛰어가니?"라는 문장이 마치 꼬리 물기의 연결 고리인양 반복되면서 꼬마들 말 배우기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저는 책
읽어주면서 동물친구들이 달리는 페이지에서는 일부러 손가락으로 동물친구들 달리는 발소리 효과음을 번번 내주었는데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답니다. 마치
자신이 그 줄행랑 달리기 팀의 일원이라도 된듯 몰입하며 말이죠.
<바나나가 쿵 하고>의 저자 제럴드 맥더멋(Gerold McDermott). 그림체가 눈에 익다 했더니만, 아이와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의 저자였어요. 뛰어난 신화 재해석의 재능으로 그림책 계의 노벨상과 같은 칼데콧 상을 세번이나 수상했답니다.
사실 한국의 현북스 출판사와 제럴드 맥더멋은 공동으로 우화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2012년 겨울 그의 타계로 인해, 아쉽게도 후속작인
<The Jewel Bug> <The Tortoise and the Hare>를 출간된 책으로 볼 수 없다합니다. 신화의
세계를 아름다운 색채와 독특한 구도의 향연으로 소개해온 거장의 마지막 작품......그 마지막 작품이 바로 이 <바나나가 쿵 하고>입니다. 제럴드 맥더멋의 작품 세계를 기리를 마음으로
꼭 찾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작가의 홈페이지
http://www.geraldmcdermot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