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프라이버시와 감시, 자유냐 안전이냐?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17
캐스 센커 지음, 이주만 옮김, 홍성수 감수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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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 대하여 우리가

알아야 할 교양 17

프라이버시와 감시

Privacy and Surveillance

얼마 전에 8세 아이가 자기 소개글을 써놓은 종이를 무심코 집어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에 바로 CCTV를 적어 두었기 때문이었지요. '오호라, 요 녀석이 CCTV를 의식했었나?' 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왜 싫으냐고. "내 맘대로 행동을 할 수가 없잖아요." 아이가 말하는 '내 맘대로 행동'이야, 엘레베이터에서 쿵쿵 뛰기나 놀이터에 쓰레기 버리기 등일 테지만, 녀석은 감시의 부작용의 본질을 꿰뚫는 답을 한셈이네요. 세더잘 시리즈의 제 17권 <프라이버시와 감시>를 함께 읽을 마음의 준비도 된 셈이고요. 몇 시간이 걸려서 문답을 나누며 아이와 한 권을 다 읽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세더잘 시리즈는 지식정보전달류의 글을 선호하는 아이에게는 단비처럼 소중한 독서경험을 주었습니다.

사실 세더잘 시리즈의 주 타겟 독자는 초중등 학생이지만, 본문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사진 자료들과 '알아두기' '사례 탐구'등의 코너 덕분에 부모님의 설명만 곁들여진다면 초등저학년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습니다. 영국 멘체스터 공항을 순찰 중인 무장 경찰, 지문인식 스캐너, CCTV 등의 사진에 아이는 자연스레 질문 공세를 퍼붓습니다. "엄마, 우리가 한 말, 글씨 쓴 거, 전화한 게 우리 죽어서도 계속 남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다 봐요? 왜 영국에는 총 가지고 학교 가는 애들이 있어요?"아이의 질문에 답해주다 보니 책을 더 깊게 읽게 되네요.

영화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 2002)이 그리는 미래 사회에서는 개개인의 감정조차 통제합니다. 소위 인간적이라 할만한 슬픔, 애정, 예술적 감성 등 특정 감정을 느끼는 자체가 국가 존립을 위해한다며 위법으로 규정되어요. 영화 속 상상이니 극단적 과장이라 하겠지만, 현대사회의 감시와 통제는 좀 더 부드럽고 유연한 방식으로 작동할 뿐입니다. 그래서 '감시'라 느끼지도, 저항할 특정 대상을 찾을 수도 없을 테지요. 예를 들어, 임신 중인 임산부에게 온라인 마켓에서는 온갖 육아 용품 안내 메일을 보냅니다. 소위 '데이터 마이닝 data mining'을 통한 고객 정보 분석의 결과이지요. 심지어는 암환자들에게 장례용품 판매를 시도한 업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디지털 트랙킹 digital tracking'나 컴퓨터 원격 감시 등을 통해 개인의 정보는 해킹당할 수 있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한 편 범죄 예방이나 범죄자 감시에 활용되므로 이에 대한 찬반의 입장이 갈립니다. 저자 캐스 센커는 프라이버시 논쟁에서의 찬반 입장을 균형있게 설명해줌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여 입장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프라이버시와 감시, 자유냐 안전이냐>에서는 프라이버시 논쟁을 크게 사이버 스페이스상, 학교, 직장, 대중 매체 등에 적용하여 살핀 후에, 범죄 예방 목적의 감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을 소개하고 미래 사회의 프라이버시와 감시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책을 끝맺습니다. 부록으로 용어 설명, 연표, 더 알아보기, 찾아보기를 제공하여 논의를 더욱 심화하여 알아보고 싶은 독자들이 유용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The World Issue Debate 는 권권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 이 17권의 프라이버시 논쟁은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되므로 꼬마 독자들이 더욱 현실감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세더잘(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The World Issue Debate) 시리즈”는 신개념 아동*청소년 인문교양서를 표방한다. 하지만 초중고등 학급문고란에는 물론, 성인독자들의 책장에도 전권을 비치해두기를 강력히 권한다. 든든한 검색 엔진 구글이나 네이버가 있는데 왠 ‘세계 이슈 시리즈’냐 할 독자들은, 몇 번의 클릭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균형잡힌 고급의 정보를 얻게 된다. 세더잘 시리즈”는 단순히, 이슈가 되는 주제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만 제공하지 않는다. 한국 문화에서 특히 취약한 논쟁의 기술, '논쟁의 정석'까지 알려 준다. 한 주제를 높고 편중된 입장은 지양하되, 설득력있는 주장과 적합한 자료로 논쟁의 여러 입장들을 소개해줌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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