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밥상 - 우리집 밥상에서 시작하는 내 몸 혁명
신진영 지음 / 경향미디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채식 밥상

'우유'와 '계란'을 '완전영양식품'으로 권장하는 공교육을 받고 자랐다. 발색제 아질산 나트륨이 시판 햄과 소시지를 맛깔스러운 분홍빛으로 눈가림 포장해왔다는 건, 햄 먹어온지 20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어느덧 몸이 자연스레 채식과 현미밥에 더 편해졌다. 햄이나 육류를 조리했던 도구에서 희미하게 배어 나오는 냄새조차 역하게 느껴졌다. 일본 원전 사태 이후로는 어패류조차 멀리하다보니, 점점 채식 밥상을 차리게 되었다. 하, 지, 만....... 메뉴가 다채롭지 못하다. 채식 고수들은 비채식인들의 눈에는 일견 한정되어 보이는 재료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채로운 식단을 짜낸다. 제대로 된 채식 밥상을 차리려면 공부가 필요함이 분명하다. <채식 밥상>은 바로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특히 더 요긴할 요리책이다.



이 책을 쓴 신진영 새댁(프롤로그에서 '부족한 며느리'를 예뻐해주신다며 시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미래의 아이'를 향한 사랑을 예비해둔 저자)은 "나와 내 남편, 미래의 내 아이, 나의 소중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밥상을 내 손으로 차릴 수 있는 행복"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며 집필의도를 밝힌다. 사실 그녀는 작정하고 채식을 시작했다거나, 엄격한 채식주의를 고수하지는 않는 듯 하다. 대학재학 시절 자취하면서 패스트푸드의 부작용에 혹독한 고생을 하면서 자연스레 엄마가 차려주셨던 집밥 스타일을 재현해보았다고 한다. 처음엔 서툰 칼질이었지만 5년째 요리하고, 블로그 포스팅을 하다보니 2009년에는 네이버 파워 블로거에 등극했다.(뽕뽕이의 맛있는 이야기 http://www.cooks.or.kr/)



섬세하고 아기자기할 것만 같은 그녀의 성격만큼이나 그녀의 블로그도 아기자기하면서도 알찬 정보를 담고 있다. <채식 밥상>은 그녀의 블로그를 찾는 수십만, 혹은 수백만의 불특정 독자를 위해서 신진영이 통크게 쏘는 선물이다. "장식용 책이 아닌, 손때가 묻어가고 양념이 묻어가는 책"이 되길 바란다는 소망이 담긴.



신진영은 최고의 밥상은 바로 '나와 우리 가족의 입맛에 맞고 건강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 한다. 김치, 단호박, 무, 오이, 굴 달걀 등 일상적인 재료를 활용하여 생활과 닿아 있는 소박한 식단이 그녀의 강점인듯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조리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365일 <채식 밥상>의 제 1장에서는 샐러드의 향연이 열린다. 연근 샐러드나 매콤 파절이 등 평범해보이는 재료를 식욕 돋우는 샐러드로 변모시킨다. 네이버후드 키친 부분 파이널리스트 답게. 2장에서는 밥과 죽, 3장에서는 면류와 수제비, 4장에서는 무침(나물) 5장에서는 조림과 볶음, 6장에서는 국과 찌개, 7장에서는 간식, 8장에서는 디저트까지 풀 코스로 요리법을 소개해준다.

2013년 한국인의 식단에서 수입 밀가루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홀대받고 있는 밥을, 채식 밥상의 기본으로 지위 복원시켜주면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소개하는 점이 반갑다.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우리 몸의 근원을 깨우기위해서라도 '밥'을 먹어야 한다고 믿는 내게, 김치밥, 굴밥, 도토리묵밥 등은 참 요긴한 메뉴이다. 평범한 잡곡밥이 지루해진 날 시도해보고픈.









<채식 밥상>에서 제안하는 요리법의 특징은 '간단하다'는 점. 조리순서가 6개를 넘어가는 레서피가 없다. '간단하다'고 해서 정성이 덜 담겼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채식 밥상을 차리려면 요리하는 사람이 부지런해질 수 밖에 없으니까. 육식위주의 상차림 보다 정성이 곱절로 든다. 채식은 포장 뜯어 바로 섭취하는 껍질뿐인 음식이 아니다. 일일이 몇 번이고 씻고, 다듬고 자르고 조리하는 전 과정에 애정과 헌신, 더하여 시간이 드는 식단이다. 제아무리 현대화된 라이프스타일에 신기술 패스트푸드가 대중화된다 하여도, '어머니'라는 이름만큼이나 푸근하게 그러면서도 힘있게 다가오는 말은 '집밥'. 내가 건강하고, 내 가족과 내 사랑하는 이들, 그리고 사회가 건강하기 위한 작은 실천이 바로 '집밥'을 사랑하는 것이라 믿는다. 이왕이면 환경 사랑을 실천하며 '채식 밥상'으로. 이 소박한 사랑 운동에 동참하고 싶은 분들에게 <채식 밥상>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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