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이의 일기 너른세상 그림책
조수진 글.그림 / 파란자전거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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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의 일기

<딸기 한 알>의 김슬기 작가, <커졌다>의 서현 작가, <우진이의 일기>의 조수진 작가. 2012년 제가 주목하게 된 이들 작가의 공통점은? 바로 홍익대학교에서 그림을 전공한 실력파라는 점입니다. 쏟아져 나오는 동화 신간 속에서 <우진이의 일기>는 그 독특한 느낌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우진이의 일기>는 2012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 큰 관심을 받아 현재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로 번역 출간준비중이라는 자랑스러운 소식도 들려 옵니다.



어린시절 그림일기장을 연상시키는 본문처리와 장장 다양한 그림기법에 화려한 색채, 시각적 측면에서 <우진이의 일기>는 어른독자 꼬마독자 모두를 만족시키고도 남을 만합니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요? 7세 4세 꼬마독자 2명은 우진이의 괴팍하고도 자유분방한 놀이법에 열광합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한 여름에 눈썰매 타는 일기를 쓰고, 개구리를 날게 하니까요. 아이들은 우진이가 장난감 병정과 인형들의 반격을 받아 걸리버 여행기의 걸리버마냥 줄로 묶이기도 하고 폭탄 맞아 벌러덩 뒤로 날아가는 그림도 좋아라합니다. 정말 기발한 상상력에다, 그 상상에 입체적 현실감을 입히는 탁월한 그림입니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의 전투 씬조차도 실눈 뜨고 보게되는 소심한 엄마에게 <우진이의 일기>는 과격함이 과한 동화이기도 하네요. 우진이가 파리의 날개를 생으로 뽑고, 개털을 생으로 뽑아 날리고, 열대어를 목욕탕 수돗물 욕조에 집어 넣는 막가파 장난을 치자, 인형들은 폭탄을 날리고 칼을 뽑아들고 공격해옵니다. 심지어는 코끼리 인형과 강아지에는 식인악어같은 날카로운 이빨이 달려있고 로봇은 목이 댕강 잘려 방바닥을 굴러 다닙니다.



출판사측 리뷰에서는 6살다운 유쾌한 재미가 있는 우진이의 상상랜드라고 표현했지만, 유쾌하다고 하기에는 르네 지라르의 폭력의 변증법이 떠오르는 걸요. 장난감과 인형들을 우주 발사대에 꽁꽁 묶으며 놀았던 우진이에게 그들이 복수를 약속하면서 이야기가 끝을 맺거든요. 아이들은 "선물을 받기만 하면 안되지. 우리도 멋진 여행을 선물할게!"라는 인형과 장난감의 말의 함의를 모르나봐요. 정말 선물을 준다는 걸로 알더라고요. 일부러 우진이에 대한 인형들의 복수를 암시하듯 낮고 무서운 목소리로 읽어주었는데 말예요. 뒤집어 생각해보면, 폭력성이니 복수니 하는 개념들은 어른들이 검열의 잣대로 삼기 좋아하는 개념일 뿐이고, 6세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무의미하겠네요. 꼬마 독자들이 우진이가 맘에 든다는데, <우진이의 일기>가 정말 재미있다는 데 어찌 더이상의 검열성 코멘트를 던지리오. 개성과 재능이 특출난 조수진 작가, 앞으로도 멋진 동화를 많이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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