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대폭발 - 잠자고 있는 창조성을 깨우는
제임스 L. 애덤스 지음, 이미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아이디어 대 폭발
Conceptual Blockbusting:
A Guide to Better Idea

1974년 초판 발행 이후 개정 5판까지 꾸준히 나오며 지난 30년간 무려 40만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 셀러. 명문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무력 40년간이나 사랑받은 창의력 강의. 평소 창의력은 아이들 학습지 광고나 혹은 대학입시 채점란에 등장할 유행어로 치부해왔던지라,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나조차도 <아이디어 대폭발>의 광고문고에는 눈이 번쩍 뜨였다. Conceptual Blockbusting이라는 원제 역시 창의력폭발에 큰 해답을 주리라는 기대를 키워주었다. 하지만 막상, 한 호흡에 읽어내리기에는 다소 어려운 책이었다. 한 권을 읽다 보면 ‘A-ha moment’가 오는 창조적인 영감을 주는 책이라기 보다는 메모하고 줄그어 가며 분석하며 읽을 교과서적인 책이라는 인상이었다. 두 주에 걸쳐서 곱씹어가며 읽었다.
저자 제임스 애덤스에게는 멘토인 존 아널드의 영향을 받아 사고에 대한 사고에 관심을 두어왔다. 그는 호모 사피엔스의 역설을 말한다. “우리는 모두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의 사고 과정을 의식하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저자는 그 답을 개념장벽이라는 개념에 압축해낸다. 나아가 창의적 사고의 걸림돌인 개념장벽을 지각적 장벽(Perceptual Blocks), 정서적 장벽(Emotional Blocks), 문화적 장벽(Cultural Blocks), 환경적 장벽(Environmental Blocks), 지적 장벽( Intellectual Blocks), 표현적 장벽(Expressive Blocks)으로 세분하고 분석해준다.

지각 장벽은 고정관념(stereotyping)이나, 감각의 불균형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시각의 감각 중에서도 중시하는 서구 문화권에서는 후각, 촉각 등 다른 감각의 활용을 관습적으로 제한당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성, 실용성, 논리, 청결등을 중요시하는 미국 문화권에서는 강철 파이프 안에서 탁구공 빼내기라는 과제에서 그 문화적 금기로 인해서 파이프 안을 오줌으로 채워보기라는 혁신적인 생각을 하기 어렵다.

제임스 애덤스는 개념장벽을 극복할 실용적인 기술도 제안하고 있는데, 그 출발점으로 질문하기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점이 흥미롭다. 돈 콘버그와 짐 배그널의 건설적인 불만 constructive discontent’의 개념을 빌어와, “창조적인 사람은 기존 문제, 기술, 접근 방식에 관해 건전한 회의를 품어야 한다(210)”고 말한다. 그 외 사고의 보조 수단으로 체크리스트 작성(check list), 골칫거리 목록(bug list) 작성외 분야간의 융통성있는 교류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준다.
8장과 9장에서는 집단의 창의성 향상에 집중하여 기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사고의 유연성을 신장하고 개념장벽을 깨뜨리자며 전세계 숱한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제임스 애덤스라는 작가 자신이 전형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저자는 본문에서 대학교수라는 자신의 직업이 주는 선입견(stereotype)의 불편함에 대해 살짝 언급을 하면서도 동시에 나는 정서가 불안한 사람들과 친분관계를 맺지 않았고, 그런 이들을 선뜻 수용하지 않는 조직에서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93)”고 말한다. 반 고흐, 모차르트 오스카 와일드 등을 정상의 변두리에 있는 사람이라며 정상VS비정상의 이분논리를 기저에 내비치기도 한다. 이미숙 번역가의 번역오류일지도 모르지만.
234쪽의 문화 초월하기의 항목에서는 나이가 지극하고 부유한 백인 남성이라면 젊고 가난한 흑인 여성이 보는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사회적 창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그 기저에 견고해서 쉽게 깨어지지 않을 듯한 기득권 백인남성의 우월주의도 내비친다. 독자의 지나친 앞선 해석일까? <아이디어 대폭발>은 소위 기대하는 예술적 영감으로서의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사고법의 혁신을 분석적이고 학술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책 본문에 나오는 몇 개의 퀴즈와 퍼즐로 갑자기 창의력의 혁신, 아이디어 대폭발이 일 것이라는 기대로 찾기보다는, 스스로의 사고법을 차분히 꿰뚫어보고 수정보완해나갈 가이드로 삼을 생각으로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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