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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청소법 - 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대행업이 유행하는 시대입니다. 얼마전 숙련된 전업주부들의 한 점심
모임에서 청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내용인즉 요즘 젊은 처자들 청소에 넌더리내거나, 청소공포증이 크니 청소나눔재능 봉사를 꾸려보면 호응이
크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봉사'라고는 하여도 유료서비스이지요. 이제 청소는 돈으로 사거나, 대신 해주거나, 기능성 도구를 갖추면 더
편해지는 기능적 대상이 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청소가 제 '주부 바른 생활'의 화두가 된지라 섭렵한 많은 청소관련 서적에서도 청소는 도구를
갖추고 시작할 수 있는 테크닉으로 부각됩니다.
마스노 슌묘 스님의 <스님의 청소법>은 전혀 달랐습니다. 청소 테크닉을
가르치거나 구비할 청소 도구를 나열해주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청소 교과서보다도 분명히 청소를 하고자하는 마음을 단단히 잡아주고,청소를
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어 줍니다. 내리 세 번을 읽었습니다. 최근 읽은 그 어떤 명상서나 심리치유서, 정신분석서적보다도 마음에 진하게 굵직한
파동을 남겨주었습니다.
마스노 슌묘 스님은 "청소란 마음을 닦는 것"이라 말합니다. 욕심, 집착, 분노와 미혹이라는
'마음 안의 군살'을 제거하고 본래의 자신을 깨닫기 위한 행위말입니다. 그래서 <스님의 청소법>에는 요새 유행하는 친환경 청소법의
베이킹 소다니 식초, 다용도 극세사 걸레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청소는 '세제나 도구가 해주는 게' 아니거든요.
"몸은 보리수요, 마음은 맑은 거울과 같으니
/ 자주자주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 티끌과 먼지가 묻지 않게 하라"
당나라의 선사 신수의 말을 빌어 마스노 슌묘 스님은 '무심히 청소하는
것 자체가 곧 수행'이라고 거듭 이야기해줍니다. 슌묘 스님은 단순히 물리적인 청소만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스님의 청소법>을
읽다보면, 삶의 방식 자체를 군더더기 없게 하여 '무에서 태어나 무로 돌아가려는' 스님의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아울러, '무소유'라는 말은
듣기 좋은 표어처럼 내걸고는 있지만 집착과 욕심이 많은 제 마음의 방이 보입니다.
<스님의 청소법>. 선이니, 불성, 수행 등 종교적 색채가
짙은 어휘가 많이 등장한다고 주저할 필요도 없습니다. 청소법이라고 주부 필독서로 분류하지도 맙시다. 마음의 군더더기를 줄이고, 단순함 속에서 더
평온해지고 싶은 모든이들, 이 가을 꼭 읽어보세요. 저도 다시 읽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