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세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
리처드 플레처 지음, 김양미 옮김 / 글담출판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

The Dad Factor

How father baby-bonding helps a child for life


저자 리처드 플레처 박사(Dr Richard Fletcher)는 뉴캐슬 대학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가족연구센터(the Fathers and Families Research Program) 서장으로서 아빠와 아이의 애착, 아빠와 자녀 간의 유대감에 대한 연구를 선도해왔으며 실제로 뉴캐슬 대학에서 보다 양육적인 아빠만들기 프로젝트도 (the Engaging Fathers Project) 운영하고 있다. 자녀의 정서적, 인지적, 신체적 발달을 촉진하는 아빠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최신 이론을 바탕으로 논지가 전개되는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플레쳐 박사의 최신작으로서 글담출판사에서 번역 출간 하였다.

한 때, 모성은 문화적 구성이자 신화라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모성의 본질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었던데 반해, 상대적으로 부성이나 자녀양육에서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빈곤했음은 사실이다. <0~3세, 아빠 육아가 아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부성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회복하자는 선언에 가깝다. 단순 선언이 아니라 아빠가 아이, 특히 0~3세 영유아기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와 논의들을 빌어와서 탄탄하게 주장을 뒷받침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글담출판사의 한국어판 번역에서는 정신과 전문의 이충헌이 추천사인지, 자신의 저서를 요약하는 글인지 성격이 모호한 글을 맨 앞에 배치하고 있다. 이충헌의 글에서도 역시 잉태의 순간부터 아빠는 양육의 주인공이자 아빠 놀이야 말로 아이뇌를 발달시켜주는 최상의 장난감이라는 주장을 실제 최신 연구사례들을 들어 펼치고 있다.



'프레디(friend+daddy'라는 신흥 아빠 롤모델이 부상하고 있는 요즘, 아빠와 애착 육아가 아이의 사회성 뿐 아니라, 두뇌 발달, 나아가 아이의 미래에 까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주장은 부인할 수 없는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총 여섯 개의 챕터 아래 묶여 있는 글들 각각의 호흡이 짧아서 마치 월간 잡지에 연재되었던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호흡이 짧기에 쉽게 술술 읽힌다는 장점은 있지만, 살짝 진부하고 살짝 싱겁다. 예를 들어 '아이와 유대감은 맺는 세가지 방법(97쪽~99쪽)'이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실제 소개하고 있는 방법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려라'의 한가지이다. 한국어 번역에 문제가 있거나, 내 독해력이 짧은 탓이겠다.


각 장마다 핵심 내용은 몇개의 문장으로 추려주고 있는 배려가 눈에 뜨인다. 플레처 박사는 책 말미에서는 황제 펭귄을 아빠 양육의 롤모델로 언급하면서, 인간 진화사까지 들먹인다. 황제펭귄형 아빠로 미래의 아빠들이 변하리라는 대전망과 함께. 독자에게도 황제펭귄형 아빠로의 변화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며 책은 끝난다. 플레처 박사의 글을 읽으며 고고학자 lovejoy의 가설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먼먼 옛날 인간의 선조들은 남자는 사냥을 하러 나가고, 여자는 터에 남아 자리를 지키고 아기를 낳다가 남자들이 오면 그 대가로 사냥물을 분배받는다는 시나리오가...물론 이후 많은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신랄한 비판을 받은 남성중심의 시니라오이다. 플레처 박사의 주장이나, 부성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지만, 어째 몸놀이는 아빠만의 전유물인양 전제하고 엄마는 말로, 아빠는 거친 몸놀이로 아이와 상호교감한다는 식의 이분을 강화하고 있는 부분에서는 불편해진다.


그래도 플레처 박사가 제시하는 '좋은 아빠의 12가지 조건'에만큼은 전적 동감이다.

Present

Engaged

Exemplary

Affectionate

Fair

Playful

Respectful

Authoritative

Patient

Supportive

Decent

Sober.

그 중에서 respectful과 patient야 말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가장 핵심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여기 더해 '술취하지 않는(sober)'아빠라면 더없이 완벽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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