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는 병이 아니다 - 아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참다운 부모 되기
데이비드 B. 스테인 지음, 윤나연 옮김 / 전나무숲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뉴욕의 싱글 여성들이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Sex& the City 의 에피소드 중 주인공 캐리가 그 강렬한 매력에 끌렸던 남자가 “알고보니 ADHD”여서 케리가 기겁하고 피하는 내용이 있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여도 한국 사회에서 AHDH는 낯선 의학용어였지만, 이제는 초등학교 엄마들의 잡담 모임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일상용어가 되어 있다. 가까운 지인 중에서도 아이에게 리탈린을 복용시키는 이들이 있다. 과연 ADHD라는 라벨을 붙일 만한 아이들이 그렇게 짧은 기간에 한국 사회에서 급증한 것일까? 아니면 발명된 병명, 과도한 의료화(over-medicalization)가 현실을 치환하여 소위 “ADHD문제아”라는 범주를 생산해낸 것일까? 나는 후자라고 본다. ADHD에 대한 의학적 이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의료화로 인해 다른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상태에까지 진단서를 발부하고 의약품을 남용한다는 입장이다.

귀여운 7세 아이의 엄마가 정부에서 지원하는 ‘영유아건강검진’을 일부러 받지 않았단다. 이유를 물으니 저체중의 아이를 두고 의사가 “섭식장애(Eating Disorder)가 있나요?”하는 기막힌 코멘트와 상담을 권했다는 것이다. 체중이 소위 ‘평균적정체중’에 한참 모자란다는 만 5세 아이에게 거식증 운운하는 의사에게 엄마가 뿔이 날 만도 하겠다. 사실 데이비드 B 스테인 박사 역시 본문에서 “나는 ADD ADHD 아동을 완전히 정상으로 본다”라며 장애로서의 “ADHD/ ADD’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다. 박사 자신도 어린 시절 산만하다는 이유로 학교선생님들에게 모욕적인 체벌을 자주 받았으나, 의사가 되겠다는 동기를 부여받은 이후부터는 확 달라졌다고 고백하며 리탈린 중독을 강요받는 이땅의 억울한 아이들에게 안타까움을 표한다.

소위 ‘과도히 산만하다거나 현재 리탈린 복욕을 하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필독서로 권장할 <ADHD는 병이 아니다>를 읽기 전에 주의할 점이 있다. 2001년 출간된 이 책의 원제는 한국어판과는 달리, <Ritalin in Not The Answer: A Drug-Free, Practical Program for Children Diagnosed with ADD or ADHD>이며,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장 역시 중독성이 높고 강력학 화학물질인 리탈린이 아니라, 부모역할 훈련을 통해 산만한 아이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자신의 두 아들 역시, 각각 ADD ADHD판정을 받아 화학적 약물요법에 기댔다고 한다. 물론 박사 자신이 동의해서가 아니라, 전처의 판단만으로. 데이비드 스테인 박사는 약물요법은 아이들을 오히려 의존적이고 무력하게 만들어, ADHD를 질병으로 포장하려는 의료시스템의 희생자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대신 박사는 화학적 억제제에 중독되지 않고도 실제 주의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보다 나은 상태로 이끌어 주는 부모역할 훈련 프로그램을 그 대안으로 제안한다. 이 프로그램에서의 핵심은 체벌이 아닌, 부작용 없는 훈육법을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다. 처벌은 되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기에 절대 피해야 하며, 오히려 무시하기가 가장 효과적이며 부작용이 없는 훈육법이라고 한다. 그 외 타임아웃(time-out)과 강화제거의 한 방편인 보상하지 않기 등을 구체적인 성공 사례와 함께 제안한다. 알약 한알에, ADHD 권위자의 처방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는 내가’ 즉 부모의 아낌없는 사랑을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이 책에 있는 모든 내용을 정신과 의사로서 또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사랑’이라 말하고 싶다(81쪽 본문)”라며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부모의 사랑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ADHD는 병이 아니다>를 강력히 추전하며 아울러, 4편의 추천사와 한국판 편집자의 후기도 함께 읽기도 권한다. 곱씹어 생각하며 얻어갈 내용이 풍부하여 가까이 두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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