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마을을 만든 바바 왕 현북스 바바 왕
장 드 브루노프 글.그림, 길미향 옮김 / 현북스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상금 박사는 <그림책을 보고 크는 아이들>에서, 일본의 마쓰이 다다시도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에서 코끼리 바바왕을 걸작 중의 걸작으로 꼽으며 극찬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기억하게된 이름 장 드 브루노프와 바바왕. 하지만 정작 제 아이들에게 접하게 해줄 기회는 없었어요. '걸작이 어떤 이름값을 하는지, 왜 동화전문가들이 이 시리즈를 걸작이라며 존경심마져 표하는지' 꼭 아이들에게 읽혀주며 알아봐야 겠다고 벼르고만 있던 차였어요. 마침 고맙게도 최근 도서출판 현북스에서 바바왕 시리즈를 한권한권 출간해주고 있네요. 아이가 처음 만난 이야기는 <행복 마을을 만든 바바 왕>이었답니다.

행복 마을만든 바바 왕

 

 

 

 사실 최근 한 주 사이에 150여권의 그림책을 사들여서 아이책장에 책봇물이 쏟아진지라, 평소라면 마음에 드는 동화책 여러번 되풀이해서 읽을 아이이지만, 여력이 없나봅니다. 혼자서 한번, 그리고 엄마와 한 번 두번 읽었답니다. 그러나 책욕심, 책눈썰미가 남들에게 빠지지 않는 엄마는 간파했지요. 인품의 향기가 나고 진정 사람을 존중하는 평등의식의 리더쉽을 품은 멋진 소년으로 내 아이가 자라는데 이 책은 두고두고 거듭 읽힐 가치가 있음을요.

 

 

 

줄거리 자체는 무척 단순합니다.

코끼리 바바왕이 아름다운 강가 풍경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마을건설을 결심하고 모든 코끼리가 합심하여 행복마을,셀레스트빌을 만들었지요. 문화생활도 즐기고 학교통한 미래도 키우면서 직업귀천의식 없이 마을 성원 모두 제몫을 하며 행복한 마을. 그런데 할머니가 독사에 물리고, 코넬리우스네 집에 화재가 나면서 불행이 스멀스멀 이 마을에 기어올랐습니다. 결국 그 불행은 더 큰 행복에 감사할 마음을 배우게 해준 교훈이었지요.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절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제 알았겠지?"하는 할머니의 말씀처럼요.

 

 

 

 

 

 

왜 셀러스티빌이, the most beautiful ville in the world일까요? 어떤 점에서 바바왕은 칭송받아 마땅할 멋진 지도자의 모습을 지녔나요? 책 후반부에 실린 "행복마을 셀레스트빌 방문기"를 읽다보면 그 답에 가까워집니다.

아름다운 마을, 셀러스티빌

1. 경쟁과 차별이 없이, 마을 성원 모두가 존중 받는 사회

불과 몇 블럭 사이의 아파트들도 전세가 매매가 차이 크게 나고, 주소가 그 사람의 사회적지위를 짐작케해주는 2012년 한국 사회와는 매우 달리, 셀러스트빌의 가옥들은 비슷한 크기, 비슷한 구조입니다. 돈많은 코끼리 강남살고, 없는 코끼리 강건너 살지 않습니다. 마을을 건설할때도 모두 제 몫의 일을 합니다. 왕이라고 커다란 부채밑에서 시녀들이 보내주는 바람 맞으며 빈둥빈둥 구경만 하지 않습니다. 바바왕도 트럼펫을 연주하며 공사장 분위기를 띄워주지요.

 

 

 

2. 학교,도서관과 예술회관이 중심에 있는, 문화와 예술을 존중하는 사회

셀러스트빌의 중심에는 도서관과 예술회관이 배치되어 있어요. 연극과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극장과 무도회장, 학교와 복지관이 마을 중심에 있지요. 경찰서나 정신병원 따위는 없답니다. 문화와 예술을 존중하는 마을에서 마음에 병이 있거나, 검은 마음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없지요.

 

 

 

3. 개개의 개성도 존중하지만, 전체의 조화와 질서가 존중되는 사회.

12개의 프랑스식 이름이 반복되며 재등장해서 아이가 소리내어 읽으면서 가장 어려워했던 페이지,24쪽. 저는 개인적으로 <행복 마을을 만드는 바바왕>에서 이 페이지가 가장 인상 깊었답니다. 특별한 줄거리가 전개되거나 멋진 사건이 등장하지도 않아요. 24쪽에서는 구두수선공 타피코르, 필로파쥬 장교, 카풀로스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셀러스트빌 성원들이 소개될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성원들이 각자의 본문을 다하면서 상호의존적이면서 공생 속에서 더 안정적인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메세지를 받았어요. 1등만 기억하고, 소위 '난 사람'만 칭송하는 세상에서 이렇게 각각의 코끼리들이 묵묵히 제 몫을 하면서 서로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있다는 메세지......아름답지 않은가요? 제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계관이네요.

 

 

 

4. 불행을 해석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태도.

흔히 행복을 이야기 하는 동화책에는 불행의 그림자가 얼씬 거리지 않습니다. 설령 불행의 씨앗이 등장할지라도 정복이나 축출의 대상이지요. 그런데 <행복 마을을 만든 바바왕>에서 장 드 부르노프는 색다른 접근을 내놓습니다. 행복감 상승 모드의 스토리가 전개되다가 갑자기 할머니가 독사에 물려 위독해지는 대목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을 장 드 부르노프는 기승전결 명쾌하게 액자만화식으로 구성했습니다. 또한 같은 날 코넬리우스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어요. 연이은 불행한 사고에 바바왕은 분노나 무기력이나 두려움을 느끼기보다는 행복의 집합은 불행과 그 불행의 극복의 집합임을 깨닫습니다. 물론 할머니의 지혜로운 말씀도 그 꺠달음에 한 몫했지만요.

 

 

 

장마철, 비가 와서 놀이터 체류시간이 훨씬 적어진 아이. 현북스의 바바왕 시리즈와 친해질 절호의 찬스네요. 현명하고 겸손한 바바왕과 코끼리 친구들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도 부쩍 성숙해지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