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올리비아 공주 꿈공작소 12
린다 그리바 글, 김현주 옮김, 셰일라 스탕가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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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순수성(Purity of blood) 신화에 집착했던(혹은 여전히 그러한) 한국인의 정서에서 입양은 부자연 스러운 가족관계라는 편견이 강했었지요. 하지만 이제 차츰,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도 점차 사라져 가고, 사회 유명인사들의 따뜻한 입양 스토리가 전해지면서 입양 역시 가족 형성의 한 형태로서 편견없이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져 갑니다. 사실 <입양아 올리비아 공주>는 입양에 대한 동화책일거라고 오해를 했답니다. 제목이 주는 선입견이 커서요. 하지만 아이와 몇 번을 다시 읽다 보니 이 동화는 굳이 '입양'이라고 이름표에 메여 읽을 책이라기 보다는, 올리비아라는 쾌활하고 자기 긍정의 에너지가 즐거운 전염력을 지닌 멋진 소녀의 이야기더군요. 아이 역시 <입양아 올리비아 공주>를 그런 시선에서 읽어내립니다.

 

까페에서 저녁 커피 마시는 엄마에게 손으로 한줄 한 줄 짚어가면서 큰 소리로 <올리비아 공주>를 읽어주던 아이는 "엄마, 올리비아가 귀여워."라고 하는 엉뚱한 말을 불쑥 던집니다. 엄마 생각도 바로 그렇습니다.

본문에는 단 한번도 "입양아"라는 naming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올리비아를 형성하는 수많은 정체성의 요소 중에 '입양'이라는 굴레로 올리비아를 단일의 틀에 가두는 폭력을 작가는 결코 휘두드지 않습니다. "입양아 올리비아"라고 자꾸 부르는 것은, 마치 "임대아파트 철이" "과학영재 민수" "ADHD 소영이" 식으로 한 아이의 다양성을 외면하고 하나의 이름으로 가둬버리는 것과 같으니까요.

 

이 동화를 올리비아라는 재기 발랄, 귀여운 꼬마 아가씨의 상상 세계를 중심으로 읽으면 '입양'이라는 단어에 집착할 때 보다 훨씬 더 큰 읽는 즐거움을 선사받을 것입니다. 올리비아가 어째서 그리 귀엽냐고요? 그림을 보세요. 기다란 연필같은 집에 가느다란 두 팔과 구두 신은 발 한쪽이 삐죽 삐져나와있습니다. 바로 올리비아가 궁리한 '친엄마가 자신과 살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랍니다.

 

친엄마의 집이 너무 좁아서 새로 태어나는 아기, 올리비아와 함꼐 살수 없었으리라고 상상하는 대목 너무 귀엽지 않나요?

 

상상과 연기가 취미인 올리비아네 냉장고를 보세요. 온통 그림과 낙서와 메모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잖아요. 호기심이 넘처나서 늘 물음표를 달고 사는 올리비아의 발랄통통 정신세계를 반영하고 있는 냉장고인지라 보고 피식 웃었습니다. 아이가 저더러 왜 웃냐고 자꾸 묻습니다. 한국 아이들네 냉장고에는 보통 학원 스케줄과 학교 주간 계획표, 숙제 등이 붙어 있으니 비교가 되었거든요.

 

올리비아가 자신의 탄생과 가족력을 상상하고 재구성하는 대목도 참 귀엽습니다. "다리 밑에서 주워 오는 아이"라는 한국적 설명 틀에서는 황새가 아이를 물어 날라다 주는 그림이 이국적이지요? 동방박사 3인을 연상시키는 입양 상담사 선생님들, 사랑에 충만해서 아예 heart 옷을 입은 깃발을 들고 나타난 양부모지원자들, 올리비아 공주를 간절히 원하는 부모들이 줄에 줄을 이어 230명 행렬.

참으로 올리비아 공주의 상상의 세계가 달콤하고 사랑에 충만해 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의 힘으로 올리비아는 긍정적인 자아 정체감에 세상에 대한 건강한 호기심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소위 생물학적 엄마인 친엄마와 사회적인 엄마(social mom)인 양엄마, 양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도 크게 키우고 있는 멋진 아이입니다. 올리비아는. 제비떼들이 날아오르고, 올리비아의 이야기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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