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
켄들 킹 & 앨리슨 매키 지음, 박주영.김지현 옮김 / 마이북스(문예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

The bilingual edge: why, when, and how to teach your child a second language (2007)

by Kendall King and Alison Mackey

2가지 언어에 능통하게 아이를 키워내고 싶지 않은 부모가 또 있을까? 특히나 "아이의 영어능력= 아이가 속한 가족의 계급= 미래 출세가능성"이라는 암묵적인 트라이앵글이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말이다.

<마이북스>에서 <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한 캔들 킹과 앨리슨 매키 박사의 공저의 원제는 사실 The Bilingual Edge이다. Edge라는 단어가 이 책의 주요주장과 내용을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쉽게 말하면, 이중언어, 혹은 다중언어 사용자 아이는 여러 장점(edge)을 지닌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두 가지 언어의 아이들은 창의성, 유연성, 언어적 처리 능력, 메타 언어 능력 등 인지적인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다고 저자들은 선행 연구 결과에 의거 주장한다. 또한 이중언어 사용은 다언어주의 지향의 사회에서 통문화적 (cross-cultural) 이해력을 증진시킨다고 한다. 어려운 학술논문의 결과를 들이대지 않아도, 한국 사회에서 자식 키우는 부모들은 다 안다. 지독하게도 온국민이 한국어라는 한 언어만 사용하는 이 나라에서 영어를 위시하여 외국어 능통한 아이들이 얼마나 잇점을 가지는지, 대학 들어갈 때 어떤 혜택을 가지는지.....

 

각각 언어학 박사, 박사 수료의 전문가이면서 실제 엄마로서 자신들의 아이에게 이중언어 교육을 시도해온 켄들 킹과 앨리슨 매키는 미국으로 유학온 한국 대학원생들을 통로로 하여, 한국에서의 이중언어교육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고 있다. 이를 친절하게 The Bilingual Edge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언급해주고 있을 뿐더러, 책 본문에 소개된 숱한 사례에서 한국의 경우를 들고 있다 (예, p66, p87, p100한국이민자 사례, p110, p140, p202 한국인 연구자 이소영의 논문 등). 한국인 독자로서는 자주 등장하는 한국의 사례가 반갑기도 할 것이고, 얼마나 한국 부모들이 이중언어교육에 목을 매면 이토록 해외학자들의 연구 대상으로 한국이 자주 언급될까 양가적인 감정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 책 한권이면 정말 아이를 이중언어에 능통한 지구촌세계시민으로 키워낼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할 한국인 독자를 위해 사견을 드러내자면, <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는 상당부분 학술적인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는 데다가 한국적 맥락에서는 다소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가 마치 제2의 모국어인양 많이 쓰이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에서는 2중언어는 물론이고 3개국 4개국 5개국어까지 구사하는 대학생들이 말 그대로 널려 있다. 실제 본인이 미국에서 약 300여명의 학생들에게 사용언어를 조사해보았을 때, 오로지 영어만 쓴다는 학생이 오히려 소수자에 해당할 정도로 다중언어 사용은 일상화되어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중언어라하면 대게 '한국어+영어'로 한정되 여겨질 뿐더러, 3개국 4개국어에 능통한 아이들은 가뭄에 콩나듯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혼성언어가정', '3가지 이상 언어 사용하는 가정,' '계승어를 사용하지 않는 가정'에 해당하는 한국 가정은 사실 많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또한 bilingual edge라는 제목 자체가 함축하듯이 다중언어를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아이는 문화간 (intercultural understanding) 이해력이 증진되고 인지적 우위를 지녀 결국 "edge"를 지닌다는 전제를 두고 두 저자가 기대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투사라는 싸늘한 반응도 있다 (비판적 견지에서의 리뷰 http://languageonthemove.com/downloads/PDF/king_mackey%20preprint.pdf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책의 유용성은 학술적 연구에 바탕해서 일반대중들이 이중언어 교육에 품고 있을 Q&A를 조목조목 친절히 짚어준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외국어 학습을 위한 질문들을 던지고, 학습을 위한 훌륭한 환경 조성을 조언해주고, 외국어 학습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제시하고 이를 타파하라고 권유한다.



또한 가정에서의 언어학습을 위해 실제 TV등의 오락기구를 학습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을 유아와 학령기 아이들에 따라 맞춤 처방내려주고 있다는 점도 학부모 독자들이 환영할 만하다. 한국인 독자들은 특히나 intonation에 과도히 의미 부여하고 집착하는 한국인의 편협성을 깨닫고, 외국어 억양을 화자의 정체성과 경험의 축적과 연결짓는 열린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겠다 (p101참조). 세계의 시민으로서의 아가에게, 단순히 자산으로서의 영어강요가 아니라, 말그대로 다언어주의 지향의 사회에서 세계인과의 소통가능성을 높히고 열린 마음에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토대인 다양한 언어노출의 기회를 진정 만들어주고 싶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을 때 <2가지 언어에 능통한 아이로 키우기>의 책이 의미있게 읽힐 것이다. 영어 고득점자 자녀를 키우기 위한 족집게 팁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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