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이북 : 의사놀이 (책 + 의사 장난감 8개) - 2012년 개정판 삼성토이북
신지윤 지음, 윤종태 그림, 김미화 외 도움말 / 삼성출판사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삼성 토이북

의사놀이

아이들 키우다 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자주 있지요. 아프지도 않은데 '친구만 약 먹는다고 약달라' 떼쓸 때, 볼펜이건 칫솔이건 길쭉한 모양이면 금새 주사기로 변신시켜 엄마 궁뎅이 찔러댈 때....... "여기 골반이 아파서 왔어요. 주물러 주세요." 7세 4세 아이들의 의사놀이 대화치고는 왠지 주부들의 대화를 옮긴 듯해서 헛웃음이 픽픽 터져나오게 하는 대화. 아이들의 역할놀이 엿듣다가 혼자 피식피식 웃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의사놀이를 좋아하는 데다 3년째 유치원 생활하다 보니, 매년 유치원에서 '의사놀이' 도구나 장난감 준비물로 챙겨오라해서, 꽤나 이런저런 장난감들을 사주었답니다. 그런데 장난감들이 가출을 했나...... 이제 집에 변변히 가지고 놀만한 녀석들이 없어요. 엄마 화장품 통을 약통 삼던 차에 제대로 된 구성의 <삼성토이북> 의사 놀이를 받았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신나했겠어요? 어서 포장 뜯으라고 난리가 났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꽁꽁 싸놓은 포장은 견고한 만큼 빨리 제거하기가 힘들어서 아이들 아우성이 대단했어요.

삼성 출판사에서는 교구와 책이 함께 엮인 구성의 출판물들을 많이 내놓아 왔는데(큰 아이의 4~5살때 구입한 자동차들, 자잘한 교구들이 다 삼성출판사 것이랍니다.), 이번에는 아예 "토이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재미있는 그림책 한 권에 KC 인증을 받아 안전하게 만든 장난감을 넉넉히 담았네요. 출판사측의 자랑처럼 그림책 따로, 장난감 따로 번거롭게 살 필요 없고, '악기놀이' '자동차놀이' '의사놀이' 영역도 9가지나 되어 고르는 재미까지 있네요.

의사놀이 구성에는 <튼튼맨의 비밀본부>라는 타이틀의 동화 한권과, 의사놀이의 필수장난감들을 다 한 구성으로 묶음 장난감 8개가 들어 있어요. 집에 마침 구경 반사경이나 집게 소독통, 진료 차트가 없어서 이 4개의 장난감이 특히나 아이들에게 인기였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장난감과 함께 묶여 출간되는 책들은 그다지 기대할 만한 quality가 아니라는 것이 반복되는 경험에 기반한 제 소견이었는데, 이번 <튼튼맨의 비밀본부>는 그 자체로 한권의 훌륭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동화였어요.

        

아이들도 처음에는 장난감에 온 마음을 빼앗겨 책은 거들떠도 안보다가, 자신들이 좋아하는 트롤(저희 집에서는 충치벌레를 그렇게 불러요) 캐릭터가 득시글 거리니, 책을 자연스럽게 자주 찾아 펴보더라고요. 의사놀이도 처음에는 무작위로 배경도 맥락도 없이 하다가, 7세 오빠의 주도로 <튼튼맨의 비밀본부>에 소개된 다양한 병원을 하나씩 짚어가며 '치과'도 했다가 '피부과'도 했다가 기특하게 책 활용을 했어요.

 

저는 윤종태님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아주 맘에 들더군요. 아이들이 좋아해서요. 아이들이 상상하는 아이들 눈높이에서의 병원 정경을 시선 잡아 끌게 그렸네요. 트롤괴물이 충치 공격하는 장면과 엑스레이 사진 촬영 장면을 아이들이 제일 재미있어했어요.

   

<튼튼맨의 비밀본부>는 재미도 있으면서 정보전달과 교육적 효과까지 노리고 있어요. 튼튼맨과의 약속 코너는 엄마가 아이들에게서 꼭 받아내고 싶은 약속을 짚어주고 있네요. 책 후면에는 병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의료기구, 기기들의 기능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지만 실제 생명을 구하고 병을 고치는 데에서 이런 중요한 기능을 하는 필수적 기구라는 의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을 듯 해요.

  

<튼튼병원>에서는 소아과 안과 친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피부과 등 아이들이 알아두어야할 병원의 세분화된 모습을 담고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산부인과가 소개된 아이들 병원, 의사 관련 동화책을 별로 본적이 없어서 이 부분이 맘에 들었답니다.

막내가 요새 열광하는 house를 형아랑 누나가 병원으로 전세 냈어요. 정작 주인인 막내는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는 두 아이들이 작은 집에 병원을 차리고 놀았어요.

 

이왕 노는거, 글씨 공부도 해가면서...엄마가 카드 늘어놓고, 카드 위에 장난감 올려놓기 시켰답니다.

 

의사놀이에 미술시간에 필요한 롤러가 왜 필요한 건지 모르겠지만, 오빠는 청진기로 아이는 롤러로 인형환자를 능숙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배가 아프나요?"하면서 롤러로 라락쿠마 배를 엄청 신나게 굴려대더군요. 엄마는 teamwork을 보이는 엉뚱하고 귀여운 남매 보면서 흐뭇하고요.

의사놀이 받고 한 2주째 매밍매일 의사놀이삼매경입니다. 아이들 성향으로 보아 이 열광은 한 일주일을 더 못가겠지만, 또 잊을만하면 다시 의사놀이 장난감 찾아 놀겠지요. 이번에는 장난감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잔소리 강도도 늘리고, 책도 더 반복해서 읽어줄 생각입니다. 아직 체험해보진 토이북이 많아서 한동안 아이들 요구에 귀찮겠어요. 보이는 족족 가지고 싶은거겠지요. 꼬마들은. 게다가 이렇게 산타할아버지 선물처럼 책이랑 장난감 함께 인심 좋은 세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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