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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기차 롤리
고구레 게이스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찰리북 / 2012년 4월
절판
방귀 기차 롤리
아이의 세계에서 당혹스러우면서도 놀라게 되는 점은, 방귀니 '똥'이니 하는 어른 세계에서의 소위 혐오 금기어가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유희거리라는 점입니다. 별거 없이 그저 "뿡뿡"하고 방귀 소리만 내주어도 까르르 웃고, 똥이야기가 나오는 동화책에는 유달리 두 눈을 반짝 입니다. 찰리북 출판사에서 내 놓은 일본작가 고구레 게이스케의 <방귀기차 롤리>역시 이런 '방귀'이야기입니다. 그냥 여느 방귀가 아니라, 로켓처럼 하늘을 날게 할 분량과 강력한 에너지의 슈퍼 방귀 이야기랍니다.
사실 줄거리는 무척이나 간단합니다. 자기가 뀐 방귀 소리를 아침 알람 삼을 정도의 방귀쟁이인 기차 롤리는 직업이 방귀 모으기예요. 방귀를 모으러 다니는데, 생쥐, 고양이, 젖소, 코끼리에게서 방귀를 얻어냅니다. "뿌~~우~~우~~~뿡"하고 방귀를 뀌면 롤리는 "후~~우~~~우~~~웁"하고 방귀를 흡입해 모읍니다.
방귀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어찌나 과장되어 있는지 익살맞기도 하고 보기 민망스럽기도 하고 그렇네요. 아이들이야 그저 신난다고 재미있게 책을 보지만 말이죠. 동물의 몸집이 커질 수록 방귀소리도, 방귀흡입 소리도 커져갑니다.
심지어는 젖소의 힘 넘치는 방귀에는 나무 다섯 그루가 저 멀리서로 휘청거릴 정도이네요.
방귀를 너무 많이 모아서, 그만 두둥실 하늘로 떠오른 찰리. 방귀 에너지 활용한 곡예비행을 채 다 즐겨보지도 못하고, 불청객 까마귀가 일을 저질러 추락하네요. 까마귀가 꼬리를 쑥딱 잘라 버렸거든요. 그러나 낙하산 없어도 안전착지. 다 방귀 덕분이예요. 친구들이 모아준 방귀. 방귀의 힘으로 빙글빙글. 곡예착륙하는 모습이 그림이지만 너무 재미있어 보이네요.
찰리의 방귀 에어벌룬을 쑥딱 하고 잘라내 버린 말썽쟁이 까마귀는 책 여기저기에 복선처럼 숨어 있답니다. 내용을 다 알고 난 후에 책을 다시 읽으며 까마귀만 찾아내기도 즐거운 숨은그림 찾기 활동이 되네요.
사실 저는 <방귀기차 롤리>를 4세 딸아이가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보고 또 보고 하는 측은 7세 아들이네요. "엄마, 나 재미있는 거 발견했다~!" 자랑해서 가보니, 방귀기차가 다니는 언덕이 페이지마다 사실은 다른 데라고 합니다. 나무의 갯수 작은 연못 등의 디테일에서 차이를 찾아 낸 거예요. 세심한 관찰력을 칭찬해주었더니 또 "엄마, 또 와봐요."합니다. 이번에는 구름 모양에서 재미난 거리를 찾았어요. 방귀를 준 동물의 모양으로 흰 구름의 모양이 바뀌어 있네요. 어른인 저는 미처 모르고 넘어갔는데, 역시나 아이들이 동화책을 접하는 방식, 해독하는 방식은 다른가봅니다. 아이에게 <방귀기차 롤리>읽는 방법을 배웠네요
아이의 발견. 책장을 덮으면 방귀 기차 롤리의 방귀 옷이 방귀 빠진채 축 처저서 걸려 있네요. 내일 아침이면 롤리는 방귀 옷을 입고 또 방귀를 모으로 다니고, 저 방귀 옷은 빠방하게 방귀로 충전될테지요. 방귀의 건강한 힘을 긍정하게 해주는 귀여운 동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