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산후조리 100일의 기적
SBS 스페셜 제작팀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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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산후조리원에서의 경험. 내 인생에 가장 극적인 문화충격의 경험을 꼽으라면 두말 않고 1순위에 올리고 싶을 정도로 산후조리원에서의 3주는 충격의 연속이자 '철없는 새댁에서 엄마'로의 내 정체성 전환의 시작이었다. 이후 미국 생활 중 유럽이나 남미, 아프리카나 미국출신 친구들이나 학생들에게 나의 산후조리 경험을 이야기 할 때면, "한국 사람들 고학력자도 많은데 그렇게 해(사실, 본의미는 그렇게 더러워? 그렇게 비위생적이야?) " 공통적 반응이었다. 1주일 동안 샤워와 샴푸를 금지당했던 나의 산후조리 경험이 그들에게는 경악의 대상이었나보다.


산후조리원이 막 자리잡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 20여년이 지난 이제 산후조리는 마치 신혼여행처럼 출산후 반드시 거치는, 한국 내에서 하나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잡아 왔다. 모자보건 및 인구증식과 관련해 국가가 개입하고, 여러 이익세력들이 달려들어 상업화 의료화되었고 여성 스스로도 '평생의 건강'을 위해 적극 소비하려는 상품화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빠른 속도로 서구 생의학 모델을 흡수하고 몸과 건강에 대한 관념까지 생의학적 관점을 따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유독 산후조리의 영역에서만큼은 전통의 권위가 강력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형 산부인과에서 운영하고 있는 산후조리원에서조차 출산 당일 샤워는 권장되지 않으며, 주구장창 입원기간 내내 미역국이 매끼니 배식되고, 산후 회복을 돕는다는 가물치탕 팩이 후식으로 나오기도 한다.

산후조리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 전통의 지혜와 서구의학적 지식 간의 충돌의 중심에는 '산후풍'이라는 문화 풍토병 (culture-bound syndrome)이 있다. SBS special features로서 2부에 걸쳐 방송되었던 <산후조리의 비밀>에서도 산후풍은 핵심 단어 중 하나였다.

소위 말하는 산후조리를 둘러싼 상식 내지는 속설

3*7일 산후조리가 여성의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하면 산후풍으로 평생 고생한다.

산후풍은 말그대로 뼈에 바람이 들고 몸이 시린 증상을 포함한다.

일부는 평생 건강에 대한 여성들의 염려증을 극대화하여 산후풍, 산후비만 등을 질병취급, 의료의 대상으로 포섭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산후풍은 없다.'라면서 소위 민간요법이나 전통적 방식의 산후조리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주장한다. 4계절 보온 냉방이 효율적으로 잘 되는 아파트 주거문화에서는 3*7일 동안 샤워를 가급적 삼가고, 먹거리가 풍부한 2000년대 한국에서는 굳이 몇 달 내내 미역국을 주구장창 끓여서 요오드 과다 섭취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SBS 다큐멘터리를 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예담"출판사에서 낸 <산후조리 100일간의 기적>은 산후조리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와 이해를 집중 분석해서 속시원한 답을 내려주는데 주력한 듯 보인다.



 

2회 방송 분량을 단행본에서는 크게 5부로 편집 구성했는데, 제 1부에서는 산후조리의 중요성을 제 2부에서는 산후풍의 실체, 3부에서는 산후조리의 전통 수칙에 대한 분석 4부에서는 산후 100일의 수칙 소개, 5부에서는 산모가 행복한 맞춤형 산후조리에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SBS 다큐멘터리 촬영팀이 HD카메라로 담아낸 영상을 책장 사이사이에서 still cut 사진으로 싣거나, Q&A코너에서 산후조리에 관해 예비mom이나 실제 산모 등이 가장 궁금해 할 질문들을 전문가 (한의사 조응)의 답변으로 분석해주기, 외국의 저명한 학자들과의 산후조리 인터뷰 내용 등 책 읽는 독자를 배려한 다양한 구성과 편집이 눈에 뜨인다.




또한 단순히 관찰자의 입장이나 의학계 과학계의 입장에서 한국의 독특한 산후조리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산후풍을 겪었다, 겪고 있다'고 호소하는 여성들의 심층 사례 인터뷰도 싣고 동서양 산모들의 이야기를 교차로 전달하면서 산모는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임을 부각시키는 서술이 <산후조리 100일의 기적>의 특징이다.

 

편파되지 않은 중립적 입장에서 2000년대 한국 사회에서의 산후조리문화를 진단하고 현대 한국 여성들에게 적합한 산후조리법을 제안하려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제작팀(박기홍 기획)의 노력이 책을 읽으면서 전해졌다. 산후조리를 다룬 기존의 책들이 다소 작가의 견지에서 한 관점을 집중 다루었다면 예담에서 펴낸 이번 책은, 산후조리를 둘러싼 다양한 관행과 목소리를 비교적 중립적인 시각에서 다루면서도 '과학적'으로 산후조리법을 제안한다. 그 '과학적' 접근 역시 산모에 대한 배려와 애정을 촉구하는 새로운 산후조리 문화를 촉구하는 목소리와 어우러져 인간미가 넘친다. 출산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엄마와 아빠 뿐 아리나 산후조리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관계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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