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는 날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18
상드린 뒤마 로이 글, 브뤼노 로베르 그림, 이주영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투표하는 날 (Jour de vote à Sabana)

제 19대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한창이었던 4월 초, 아이는 여길가도 저길가도 눈에 뜨이는 유니폼을 입고 "기호 ~번, 기억해주세요."하는 선거운동원들이 신기했나보다. "엄마, 왜 세상 어디에 가도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다 있어? 왜 우리한테 아는 척해?" 라고 물어서 속으로는 아이의 천진한 표현에 웃으면서도 자못 진지하게 '선거란 이러쿵 저러쿵' 설명을 해주었더랬다. 유치원에는 반장도 학급임원도 없기에 빗대어 정치를 설명하기가 다소 어려워 진땀을 뺏다. 긴 설명을 경청하는 아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단순히 엄마의 칭찬을 받으러 보이는 관심이 아니었기에 놀랍기도 했다. 내가 7살 때만 해도 9시 "땡"하면, 약간 머리가 벗겨진 전두환 대통령이 진지하게 국정을 돌보는 영상, 소위 "땡전 뉴스"의 영상에 반복적으로 세뇌당하며 "대통령은 최고로 훌륭한 분, 나라의 왕"이라는 인상이 정치에 대한 관심의 전부였는데, 아이는 길거리 선거 독려 캠패인 배너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왜 애들은 투표 안하냐?"고 묻는다. 기특하기에 앞서 머쓱하기까지 하다.

 

일부러 출간시기를 19대 국회의원 선거 무렵으로 조율하였으리라 추정되는데, 이번 4월 1일에 과학동아북스에서 <정정당당 선거>가, 같은 달 '책과 콩나무'에서 <투표하는 날>이 출간되었음은 우연이 아닌듯 하다. 전자가 선거 전반에 대해 낱낱히 분석적으로 싣고 있는 정보전달위주의 책이라면, 후자는 우화형식을 빌어 선거의 중요성과 참의미를 재치있게 풀어낸 동화책이다. 아이는 두 권의 책표지에서 같은 표식(선거도장)을 찾아냈다고 신기해하며 자랑을 한다. 보완적으로 읽히기 참 좋은 책이다.


 

<투표하는 날>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초원의 왕' 선거에서, 악어의 거짓 공약에 홀린 동물친구들은 악어를 왕으로 뽑고는 자신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서야 악어를 몰아내고 새로운 왕을 세운다.


저자인 상드린 뒤마 로이(Sandrine Dumas Roy)는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리포터이다. 어떤 연유에서 그가 그림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을까 궁금해지는데 <투표하는 날>은 동화책으로서는 그의 두번째 작품이다. 잘 훈련된 저널리스트의 글이여서일까, <투표하는 날>은 우화 특유의 명쾌미와 재미를 지녔으면서 독해의 각도에 따라 심도있는 독해가 가능하다. 상드린 뒤마 로이는 단순해보이는 우화 속에 정치와 선거에 대한 많은 메세지를 담고 있다.

 

"육식을 포기했다"며 채식주의자로 전환했다는 악어의 말도 안되는 거짓 선언에도 불구하고, 감언이설의 공약에 속아 몰표를 주었던 동물친구들. 악어는 왕이 되자 마자 친척과 가족들을 요직에 앉히는 소위 족벌 정치, 무력정치를 행사한다. 악어의 폭정은 초원의 공동체가 위기에 빠지자 더 분명히 드러난다. 가뭄으로 인해 먹을 물을 찾을 수 없었던 동물들이 픽픽 주저앉을 지경인데, 악어는 자기 새끼들을 수영이나 가르치며 태연자약한 태도로 동물 친구들의 고통를 비웃는다.

 

경솔한 판단, 현명하지 못했던 선택은 단순한 후회를 넘어서서 죽음이라는 참담하고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했다. 물을 구하러 악어 병사가 봉쇄하고 있는 국경을 넘으려던 가젤이 뼈만 남은채 발견되었고, 영양 역시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기 기린은 갈증으로 일어서지도 못한다. 무능하고 잔혹한 정치로 인해 생존까지 위협받자 동물들은 그제서야 행동한다. 코끼리가 악어떼를 처단할 버섯을 구해오고, 동물들은 잔치상을 차려 허세에 젖은 왕과 호위대를 감사의 뜻으로 초대한다. 악어떼는 독버섯의 약기운에 취해서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왕 한번 잘못 뽑았다가 큰일 날 뻔했네." "다음에는 투표를 제대로 잘 해야겠어."라는 본문의 대사와 악어병사들에게 잡아 먹힌 가젤의 머리뼈가 강력한 인상으로 교훈이 됩니다.
 

    



"당신의 한표가 대한민국을 만듭니다. " 아이와 이 문구의 뜻을 이야기 하게 해줄 수 있는 동화가 있다니, 반갑고도 고맙습니다. 그렇습니다. 신중하고 현명한 투표로 밝은 미래,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동참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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