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과학동화 전집 (재정가)
보리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좋은 책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룬 공동체, 아이들을 위한 책이나 교육에 관한 책들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출판사" 보리. 사실 저는 달팽이 과학동화에 대한 사전지식은 없었으나, 아이들 책을 읽혀주면서 출판사 보리의 철학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는 것보다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인 만큼, 보리 출판사를 믿고 '달팽이 과학동화'를 만나보았답니다.

달팽이 과학동화


저 어렸을 때는 '성교육'은 초등 고학년에 올라가서야, 그 당시에도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구린 인상을 주던 계몽용 비디오에 양호 선생님의 짧은 설명이 전부였어요. 집에서도 누구도 성교육을 따로 하지 않았고, 제 짐작이 맞다면 70년대 부모들 역시 삼삼오오 모여서 자녀의 현명한 성교육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지도 않았을 거예요. 세월이 흘러, '구성애'씨의 입담으로 건전한 성교육은 광장 밖으로 나온 화두가 되었고, 이제는 유치원에서도 학기 별로 아이들 성교육을 시켜주네요. 아이가 5살 때, 난데 없이 "엄마 씨앗이 아빠 씨앗을 만나서...."이런 이야기를 해서 화들짝 놀랐는데, 아이는 이제 7세. 나름 유치원 다닌 경력 3년차이니 이제 성교육 강연도 여러번 들었고 동화도 많이 읽어서 제법 머리가 굵게 이해를 잘 하고 있어요. 보리 출판사의 <아기가 태어났어요>는 '빨강이'와 '노랑이'라는 예쁜 별 캐릭터를 통해서 생명 탄생의 신비를 좀 더 재미난 이야기 형식으로 전하고 있네요.

주인공 빨강이와 파랑이는 다른 별들처럼 아기별들을 가지고 싶었어요. 자라서 처녀별, 총각별이 되어 혼인을 하고 짝짓기를 하였지요. "노랑이 아기 씨들이 빨강이 뱃속에 있는 아기집으로 힘차게 달려가"서 "아기별들은 아기집에서 자라기 시작했어요."

                          

본문의 그림을 담당해주신 박경진 작가님은 배속에서 10달간이라는 생명탄생의 신비한 과정을 그림속에 힌트처럼 숨겨놓아주셨어요. 아기별이 수정되었을 때 신나하는 빨강이와 노랑이의 뒤로 나비가 날고 꽃이 피어요. 봄이지요. 이제 여섯달이 지나 빨강이 배가 불룩해지고, 아기를 만나고 싶은 아빠는 태담을 시도하는 다정다감함을 보이네요. 이 장면의 배경에는 잠자리가 날아다니고 홍시가 익어가요. 가을이지요. 그리고 다시 빨강이의 출산장면, 배속에서 아가별 4명이 빙그레 빙그레 세상밖에 나오고 싶어서 웃으며 꼼질거리고, 엄마 빨강이는 산고가 시작되어 진땀을 흘리네요. 배경은 이제 고드름이 처마에 동동 매달려 있는 겨울이예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런 배경을 흘려보았는데, 아들 녀석이 계절의 변화를 먼저 발견해내더라고요. 그제서야 저도 '아하, 박경진 작가님이 10달의 변화를 이렇게 표현해내셨구나.'를 알고 '역시, 보리'하였답니다.


 

처음 엄마 아빠가 되는지라 기쁘면서도 당황스런 가운데, 출산의 기적적인 순간을 함께하는 빨강이와 노랑이, 신혼부부에서 이제 어엿한 6가족 대식구를 이루어 이젠 자못 어른느낌이 확 납니다. 빨강이와 노랑이의 사랑이야기, 가족이야기가 우리네 모습이기 때문에 아이 역시 감정이입을 하면서 보더군요. "엄마는 이렇게 한꺼번에 애기들 다 낳은 거 아니지?" "엄마도 애기 네명으로 낳아봐."하면서 다소 엉뚱한 동생욕심을 부리는 아이. "엇, 엄마! 노랑이 꼬추봐. 얘 팬티 안 입고 다녀." 그 엉뚱함이 계속 엄마를 당황시키지만, 그만큼 책을 재미있게 열심히 읽었다는 증거겠지요?

                                                       

아이의 말처럼, 생명 탄생의 과정과 신비를 전하는 <아기가 태어났어요>의 삽화는 사실적인 묘사를 더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혹스럽거나 생뚱맞은 것이 아니라, 사랑스런 캐릭터들의 익살맞은 표정과 어우러져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습니다. 성기를 드러낸 노랑이가 오히려 자연스럽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책의 뒤편에는 심화 책읽기를 위한 페이지가 실려있습니다. "왜 어른의 성기에는 털이 날까요?" "아기는 어디로 나올까요?"등 5세-7세 어린이들이 가장 궁금해할 법한 질문들과 그 답을 예쁜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싣고 있어서, 부모가 진땀 빼며 설명할 말을 궁리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아이는 함께 책을 보다가 루크북스 박학다식 중에서도 평소 자주 펴보던 책을 들고와서 "이거지? 똑같아."하면서 혼자 신이 났습니다. 달팽이 과학동화를 중심으로 연계해 볼 책들이 많아서 효과가 배가될 듯 합니다.

                                                 

 

집에 백과사전이나 자연관찰전집, 매직스쿨버스 영문판 한글판 전집, 과학 관련 단행본 등 7세 아이의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많은 과학책을 갖추고 있지만, 이렇게 동화형식에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아이가 놀면서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고 생명에 관심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책은 처음 만나보았네요. 그만큼 엄마의 만족, 아이의 책읽기 기쁨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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