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띄어 써야 돼?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17
박규빈 글.그림 / 책과콩나무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 <왜 띄어 써야 돼?>라는 신간 소개글을 읽고서는 "참 별별 책들도 다 나오는 구나. 아이들 책은 소재가 무궁무진하네."하면서 정말 반가웠어요. 왜냐하면 7세 아들이 올 1월 1일부터 매일 그날 읽었던 책 중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노트에 옮겨 적는 숙제를 해나가고 있거든요. 왠일인지 기특하게도 두 말 안하고 매일 쓰기 노트를 꺼내들고 궁딩이를 씰룩씰룩 의자에서 들었다 놨다 하며 쓰는 모습이 여간 기특하고 귀엽지 않아요. 그런데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띄어쓰기와 구두점이 완전 무시되는 글 쓰기예요. 다 쓰고 난 후에 자신이 쓴 글 읽기까지 하고 있는데, 매번 자기가 쓴 글을 헷갈려 잘 못읽으면서도 띄어쓰기 그대로 따라 하라는 엄마의 말을 잔소리로 알지요. 그러니 제가 "책과 콩나무"의 <왜 띄어 써야 해?>가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왜 띄어 써야 해?>의 첫 페이지를 열면 3월 26일의 쓰기 일지가 나와요. 마침 아이가 이 책을 처음 만난 날은 3월 27일. 아이도 그대로 따라 쓰기를 하네요. 이 책이 너무 재미있다고 몇 번을 다시 읽었는지 몰라요. 아이들 눈에만 재미있는게 아닐거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박규빈 작가님을 꼭 만나보고 싶어졌을 정도예요. 박규빈 작가님 성향 자체가 아주 유머러스하고 엉뚱 기발한 면이 있는 분일것 같아요. 이 책이 처음으로 쓰고 그린 책이라는데 앞으로의 작품이 정말 기대가 됩니다. 왜 그렇게 재미있냐고요? 글 내용도 내용이지만, 왠지 엉성한 미완 같으면서도 등장인물 표정의 과장성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박규빈 님의 그림에는 재미있는 장치들이 숨어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동화의 첫페이지와 끝페이지에 동일한 마을 거리 풍경이 나오는 데 띄어쓰기 결과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요. 저도 처음엔 몰랐는데, 아이가 여러번 다시 읽으며 찾아내더라고요. '조 방귀 금속판매' 가 '조방 귀금속'으로, '무지 개마트'가 '무지개 마트'로.

 

내용도 너무 재미있네요. 아이는 피식피식 좋아하는 것이, 주인공 녀석의 정서에 공감하나봐요. 띄어쓰기 때문에 노트 가득 빨간줄 죽죽 그어놓으신 선생님께 살짝 삐진 마음, 띄어쓰기 잔소리를 계속 하시는 엄마아빠에 대한 살짝 반항심. 띄어쓰기 잔소리를 하는 엄마 아빠에게 일부러 '엄마 가방에 들어가신다. '아빠 가방에 들어가신다'라고 노트에 썼더니만 엄마아빠가 정말 가방 속으로 들어가 버리시지요.


 

 

이번에는 '아빠 가죽을 드신다'라고 썼더니, 아빠가 가죽 허리띠를 힘겹게 우걱우걱 씹으십니다. "들려서! 발리 죄대로 안 디여 서!"라고 소리를 지르시면서요. 이 대목에서는 말귀를 알아들을 턱이 없는 28개월 딸아이도 까르르 웃네요. 제가 책을 너무 생동감 있게, 가죽씹으며 내는 발음으로 읽어주었는지. 저도 읽어주면서 웃었어요. 박민규 작가님 아주 유쾌한 분이시네요.



 

다음은 엄마. "엄마는 서울 시어머니 합창단".갑자기 할머니가 되어 버린 엄마가 어찌나 우셨는지 눈물이 한강바다를 이루어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그림이 나옵니다. 아이랑 저랑 처음에는 이해를 못해서, 왜 합창단이 바다 노래를 부르는 걸까?하고 헤멧었지요. 박민규 작가님의 유모가 아주 고단수이신걸요. 재미있어요.


결국 꼬마는 앞으로는 띄어쓰기를 잘 하겠노라고 결심을 합니다. 그래도 살짝 자존심은 세우네요. 자기가 틀려서가 아니라 엄마아빠를 위해서래요. 또한 살짝 삐진 마음을 가지고 가네요. '선생님 이 상하다' 라고 노트에 쓰면서 책이 마무리됩니다. 전 제목만 보고는 약간 내용이 뻔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책은 정말 재미있어요. 아이의 띄어쓰기에 아직 본격적인 변화는 없지만, 아이가 이 책의 농담을 이해하는 게 기특하네요. 오늘도 한 번 자기 전에 읽어주고 흐뭇한 마음으로 엄마는 서평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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