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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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문구용품처럼 아기자기하고, 무명작가가 무명 출판사에서 낸 소설을 덥석 물지는 않는다. 읽을 거리, 산 옆에 산으로 쌓여 있는데, 그런 소설에까지 손 뻗을 여유가 없다는 오만함으로. 김지혜의 소설, [책들의 부엌]도 친구의 선물이 아니었다면 내가 일부러 찾아 읽을 책은 결코 아니었다. 그 정도로 나는 편견에 쩐 독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벚꽃 만개한 4월 첫주의 주말,

[책들의 부엌]을 다 읽고 난 소감은

한 마디로,

"기대 이상".

김지혜 작가 스스로 "인생의 경계 지대에 오래 머물"(289)었다고 고백하는 만큼, 작가는 대기자/낙오자의 조바심도 느껴봤고, 인생이란 비행의 '연착'과 '지연'이 주는 낭패감도 경험했다. PD되기를 열망했던 그녀는 꿈을 접고 IT 회사에 취업해 살다가 결혼 출산 육아 3종 세트를 거친 후, 현재는 카페에서 소설을 쓰며 산다. 뒤늦게 천직을 찾아 나간 케이스이다.

[책들의 부엌]에 등장하는 인물도 죄다 작가를 닮아 있다. 성별, 연령대, 전공과 직업, 가정환경 등등의 세부 사항은 달라도 모두, 사회가 기대하는 '정상 경로'를 기꺼이 일탈하고 개척지 일구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소설의 핵심 공간인 '소양리 북스 키친'을 일사천리에 오픈한 사장 유진은 서울 토박이로서 강남 테헤란로로 출근하던 일중독자이다. 하지만 시골 오지의 택지를 매입해서 복합문화공간, 북 스테이 공간을 오픈한다. 소설은 이 공간의 운영자와 스태프, 손님을 중심으로 '북스 키친'에 머물며 인생 항로를 수정하고, 나아갈 힘을 얻는 사례를 펼쳐놓는다. 그들은 최연소 합격자를 숭배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소소한 혁명을 일으킨다. 마음 가는 대로, 뜻 가는 대로 따르는 삶! 내면의 욕구에 충실한 삶.

작가는 대 놓고 소설 속 문장에 인생관을 박제한다.


우리 사회는 최연소 합격자와 최단 시간에 문제를 풀어내는 사람을 숭배해요. 각자가 꽃피우는 방식을 다를 수 있고, 인생의 경로는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는 건데 말이죠. 조금이라도 길을 벗어나면 초조함에 발을 동동 굴러요.121쪽

매화는 말이야. 봄이 오기를 제일 기다리는 아이야... 봄이 오는 기척을 누구보다 먼저 눈치채는 꽃이기도 하고. 꽃샘추의 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듯 온 힘을 다해서 꽃을 피워내는 기개가 근사한 아이지. 30쪽

김지혜 작가는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20대를 반영한 캐릭터들에 애정과 입체감을 불어 넣어 흡인력 있는 소설을 낳았다. 또 모를 일, 김지혜 작가가 훗날, 자신의 이름을 딴 북 스테이 공간을 오픈할지 누가 알랴?^^ 응원합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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