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노블 [샐리 존스의 전설]을 무척 좋아하고 여기저기 많이 추천해왔기에 덩달아 "산하" 출판사에 호감이 크다.



 "산하세계문학" 시리즈 중에서도 [내 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갔다]는 예전부터 읽고 싶었다. 어린 친구들에게 선물하려고 십여 권을 한 번에 주문하려다 구하기 어려워 포기했던 적도 있다.


12월 31일 연말 모임 장소로 이동하는 짬짬 비는 시간에 [내 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갔다]를 드디어 다 읽었다. 여성학자 정희진이


여성은 자신의 삶보다 가족 구조나 타인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요구(강요) 받습니다. 때문에 여성이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한답니다. 가난한 여성이나 대도시 밖에서 사는 여성은 더욱 그렇지요. [내 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간다]는 여성이 자신을 위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쉼 없이 추구하는 과정을 잘 보여 줍니다.. 



이라며 추천한 그림책이다. 실존 인물을 모델 삼고 있다. 그리고 쓴 작가 사라 룬드베리는 "외롭고 힘든 길을 씩씩하게 걸어간 베타 한손을 생각하며"라며 첫문장을 시작했다.


Photograph of the Swedish artist Berta Hansson (1910-1994)


 

스웨덴 화가인 베타 한손은 어린이의 교육이 권리로 인식되기보다 어린이, 특히 가난한 농가의 소녀는 노동력으로 인식되던 시대에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폐결핵을 앓는 어머니 외에는 베타 한손의 예술가적 재능과 관심, 영민함을 높이 사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 미술 시간에 복사기로 찍어낸 모범적 당근 색칠하기를 거부하고 "우리 집 당근들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어요. 제가 심은 당근을 그려도 되나요""라고 질문하는 베타 한손에게 담임 선생님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선을 벗어나지 않게 색칠해라)"라고 근엄하게 지시한다. 우유를 짜고 상을 차리고 동생을 먹이고 집안 청소를 하느라 바쁜 베타 한손의 마음 한편에는 늘 다른 세계가 있었다.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해 답답한 베타 한손에게는 남들에게는 온통 아담과 하느님만 보이는 그림에서 하와가 눈에 들어온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님의 등 뒤에 하와가 있다.

자기가 만들어질 차례를,

자기도 눈에 보이기를,

생명을 얻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가끔은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 안의 새는 원하는 곳으로 날아갔다] 본문




중앙에 서지 못한 배경이지만 중심으로 나갈 열망을 충분히 키웠고 준비까지 하는 하와처럼, 어린 소녀는 내면의 뜨거움을 따라 집 밖으로 나갔다. 매우 도발적이나 조용한 방식의 저항을 통해서. 아빠와 마을 아저씨들이 일을 마치고 와서 드실 점심 식사를 일부러 새카맣게 태우는 동안 꿈쩍 않고 책만 읽으면서 무언의 시위를 했다. 지금부터 100년 전, 가난하고 작은 여자아이의 꿈이나 재능, 열망 따위에는 아무도 신경 써 주지 않을 시대에 그렇게 해서 알을 깨고 나온 베타 한손은 용감했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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