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넘은 아이]를 읽으며 상상한 김정민 작가는 최소 50대, 푸근한 이미지의 할머니였다. #젖어미 #푸실이 #뒤지 #암죽 등 21세기엔 거의 잊힌 어휘를 어린이 동화에서 자연스레 쓰시는 걸로 보아 작가가 날것의 가난을 몸소 겪어본 옛 세대 분이겠거니 했다.

주인공 소녀, "푸실"의 작명배경은 충격이었다. 풀 위에서 (아기를) 낳아서 "푸실"이었다. "푸실"의 예쁜 어감에서 '플라워리스트,' '푸름' '복실복실' 등을 연상했던 내겐 충격이었다. 일하다가 (밭, 논, 산) 풀 위에서 아기를 낳다니! 일하시다가 흙묻은 버선 발로 방에 뛰어 들어가 아기를 낳으셨다고 하신 90대 할머님의 인생사를 듣고 받았던 충격에 버금갔다.

"뒤지"란 단어도 그랬다. "뒷간," "뒷일" 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인지라 상상은 했지만 [담을 넘은 아이]에서 처음 들어보았다. 동화 속에서는 주인공 '푸실'이가 애지중지하던 책, 다른 세계로 이끌어줄 유일한 탈출구였던 책을 7살 난 남동생이 친구들과 사이 좋게 '뒤지'로 나눠 쓰는 설정이었다.

"젖어미" 역시 충격이었다. 물론 "젖동냥"도 있었고 "젖을 공유한 유사 형제자매" 관념도 있었을 테이지만, [담을 넘은 아이]에서는 가난하여 '젖어미'가 된 여성이 굶어 죽어가는 제 자식에게 젖을 주자 도둑 취급 받는 상황이 등장한다. 매혈과 같은 맥락에서, 약자에게 남은 가장 마지막 무기이자 수탈 대상인 몸이 쪽쪽 다 빨려 권력자에게 흡수당한다는 상황은 끔찍했다.

# 뒤지 #젖어미 #푸실

불과 몇 세대 만에 가난의 어휘는 상상력을 그러모아도 실체화되지 않을 수준으로 낯설어지지 않았는가? 이 말을 뒤집어 보면, 2023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안전과 풍요로움이 불과 몇 세대만에 생소한 감각이 될 수도 있겠구나! 이 추운 겨울 전쟁의 잔혹함과 공포를 겪는 이들의 고통이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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