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제2국면 - 코로나 롱테일, 충격은 오래간다
우석훈 지음 / 문예출판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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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전염병 관련한 책들을 탐독했다. "포스트 코로나"가 키워드라면 최소한 책제목과 목차 스캔이라도 했다. 대변환의 흐름에 넋놓고 쓸려가서는 안 되겠다는 조바심, 그리고 팬데믹으로부터 회복할 세계에 대한 기대감이 엉켜 있었다. 그러나 2021년 2분기가 시작되었어도 여전히 코로나 소식이 뉴스생방송 1번 꼭지로 등장한다. 심지어 "1,275명"이라는 믿기 어려운 숫자까지. 피로감이 몰려온다. 사명감도 떨어지고, "포스트 코로나" 진단을 내놓는 전문가들의 혜안도 별로 궁금하지 않다.   




'"전염병 X"가 그렇게 빨리 2019년에 올지 예측도 못했는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 10년 내다보기 한다고? 전망한다고 흐름을 틀지는 못할 테고, 휩쓸려가지 뭐!' 이런 게으른 협상으로 2021년엔 코로나 관련 책들을 일부러 더 멀리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집은 책이 경제학자 우석훈의 [펜데믹 제2국면]. 한 자리에서 다 읽고, 두번 째 읽을  때는 강의 받아적듯 정리했다. 적어도 내게는 굉장히 좋은 책이다. 많은 분께 알리고자, 무거워진 손가락의 지방을 이기고 자판을 두드린다.  


펜데믹 선언 초기에, 우석훈 교수에게 집필요청이 쇄도했다. 마침 '팬데믹경제학' 자료를 모으던 그였지만, 출간시기 조율에 신중했다. 그는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그 이후'를 생각한다는 것이 내 양심에 맞지 않았다."(9)라고 썼다. 속공 대신 지공을 선택한 그는 팬데믹으로 인한 롱테일 long-tail현상을 추상적 논의 차원이 아닌, 현장성을 가미해 쓰고자 했다. 미래형 문장이 아닌 현재 진행형 시제로. 그래서 제목도 [펜데믹 제2국면]이다. "제 2국면"은 바로 2021년 이 시점, 선진국 우선으로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국가간 불균형이 벌어지는 시점이다. 



우석훈은 코로나의 긴꼬리(Long-tail)가 길게 4년 이상 갈 것이고, 이후 '코로나 균형'이 이뤄질 것이라 전망한다.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터인데,  그렇다고 국민 모두가 고급 세단을 타게된다는 뜻이 아니다. 4부 소제목이 "부자 나라의 가난한 국민"인데, 우석훈은 이를 "험한 산길 달리는 만원 버스"(161)에 비유한다. 좌석에 편히 앉은 사람은 부자와 공직자이며, 서서 가는 자들은 청년과 가사노동자.  멀미 때문에 중도 하차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은 대학비정규직 강사나 문화경제 분야 종사자 등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강화된 국가주의 및 "서울자본주의" 그리고 경제권력의 폭주를 방관해서는 소수의 착석자와 다수의 입석자 혹은 중도하차자로 인해 무늬만 선진국 꼴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석훈은 경고한다. 


특히 2부에서 우석훈은 국민의 감시가 집중되어야 할 틈새를 명확히 타케팅해주는데 바로 재난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의 전형들로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스마트 의료'라는 용어로 새롭게 포장한 원격진료 tele-medicine, 또 다른 하나는 '수소경제'이다. 둘다 이미 진행형이다. 우석훈이 '수소계의 헤리티지 재단'이라고 비꼬는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은 수소경제로 이익보는 세력들과 퇴직 공무원을 주축으로 한다. 

관련해 우석훈의 문장을 그대로 인용해본다. 


  • "행정부는 비대면 진료 정책을 코로나 극복에 기여한 의료계에 주는 선물로 포장했다. 이전에 비대면 진료를 시급하게 추진하지 않기로 사회적 합의의 가닥이 잡힌 것은, 주치의 제도 지역거점 병원 체계를 무너뜨리지 않는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있기 때문이었다 (103)."
  • "수소경제가 코로나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대책이라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재난자본주의다 (111)."



펜데믹 제 2국면, 제 3국면 그리고 코로나19의 삼촌과 사촌 펜데믹들이 또 도래할지 모르는 미래를 대비하며, 사람을 먼저 살리고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꿈꾸는 경제학자 우석훈. 그의 책을 처음 읽어보는데, 앞으로도 그의 제언들에는 귀를 쫑긋 세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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