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산에 관하여 - 낳는 문제와 페미니즘
머브 엠리 지음, 박우정 옮김 / 마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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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다. 아기를 낳다. 

어떻게 낳을 건데? 왜 낳으려는데? 혹은 낳지 못하는 데? 누가 낳을 건데? 낳을 수 있는데? 낳지 않으면 뭐가 어때서? 낳고 난 후의 책임과 의무는? 



[재생산에 관하여]는 본격적으로 '낳는 문제'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2018년, "Once and Future Feminist" 포럼에서 발표된 글을 엮었다. 머브 엠리Merve Emre가 발제문 형식으로 쓴 "재생산에 관하여 On Reproduction"에 대해 생물 정치학, 생명윤리학, 문학, 여성학 등을 배경으로 활동중인 페미니스트들이 피드백하는 형식의 얼개를 갖췄다. 따라서, 총 14명 필진의 글과 인터뷰가 짧은 호흡으로 이어지는 이 글에서 숨 틀 길을 제대로 찾으려면 머브 엠리의 발제문부터 충실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엠리는 '기술-유물론적 페미니스트' 와 '급진적 재생산 정의(radical reproductive justice)'라는 두 라인의 사고가 서로 대화가능한 접점을 포용적 페미니즘에서 찾으려고 하였다. 여기에서 2차 페미니즘 운동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보조재생산기술에서 되레 저항의 가능성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엠리의 주장 기저에 흐르는 핵심 생각은 바로 ""심지어 '자연스러워'보이는 재생산이라도 모든 재생산은 도움을 받는다...(40)"인데, 이 주장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어 동조 혹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8명에게서 생산적이고 비판적 피드백을 받은 엠리는 " "A Right to Reproduce"라는 글에서 오독을 거부한다. 문장을 그대로 인용해본다. 


  • "나는 페미니스트 선언문들에 나타난 자연과 기술의 역사적 대립을 추적하며 글을 시작했지만, 내가 어느 한쪽을 선택했다고 단언한다면 주장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90)"



즉, 엠리가 진정 주장하는 것은 보조생식기술이 여성을 재생산 노동에서 해방시켜주리라는 기술적 해결 예찬론이 아니라는 의미같다( 실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신이 안 선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기술"의 이항대립에 갇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재생산이 제기하고 있는 논의들을 단순화시키지 말자는 제안도 한다. 즉 영화 <GATTACA>(1995)에서처럼 "자연적인 분만으로 나은 태양의 아이 vs. 우생학적, 선별적 기술로 창조된 강화 인간"의 대립구도로만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재생산에 관하여]는 얇지만 쉴 새 없이 메모하게 만드는 책이다. 14명 필진의 저서만 찾아 읽어도 한 분기가 지날 것 같다. 참고로, 이 책의 리뷰로는 출판사 편집진이 내 놓은 출판사 소개글이 무척 훌륭하다. 정독 후, 출판사 측에서 내놓은 리뷰를 두어 차례 읽고 다시 머브 엠리의 발제문을 비판적으로 읽는 방식을 추천한다. 



* "심지어 '자연스러워'보이는 재생산이라도 모든 재생산은 도움을 받는다...임신하기 위해 돈을 필요가 없는 사람은 임신에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임신하기 위해 몸을 변화시킬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면 임신이 힘들고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의사가 당신에게 상처를 주거나 조롱하거나 무시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낳기에 충분히 건강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존재론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40)"



  • "우리가 유익한 방식으로 요구해야 하고 친밀한 사람들과 낯선 사람들의 친절을 모방하도록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정치 체계가 필요하다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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