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속한 세계 마음이 자라는 나무 29
야스다 카나 지음, 고향옥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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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 속단했더니 어긋났네요. [네가 속한 세계]는 10대들의 밀당 로맨스가 아니었습니다. 이해하는 데, 상상력이 크게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드라마나 블로그 일상 포스팅에서 많이 접해 본 소재와 캐릭터가 등장하기에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지거든요. 양극화가 심화되는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일본 중학생들입니다. 부모에 조부모까지 눌러대는 명문대 압박에 의기소침해진 "부잣집 도련님"과 "기초생활수급자"라는 라벨로 자신의 정체성을 덮어 칠할 수 밖에 없는 "가난한 소녀"가 등장합니다. 



"부잣집 도련님." 

이쓰키는 명문중고를 거쳐 명문대 진학을 인생 목표로 생각하는 부모님에게 휘둘려 삽니다. 특히 이쓰키의 아버지는 겉만 어른일 뿐 덜 성장한 학벌지상주의자입니다. 고작 중3짜리 아들에게 생활비와 핸드폰 요금 자신이 내주는 것이라며 핸드폰을 뺏습니다. 그는 지독히 가부장적이기도 합니다. 아내에게도 '누구 덕에 먹고 사냐'며 생활비공급자로서의 우월감을 언어폭력으로 퍼붓습니다. 할머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손주 성적이 잘 안 오르고 행실이 성에 차지 않으면 며느리의 '엄마노릇' 수행도를 평가절하하거든요.



"부잣집 도련님." 

이렇게 불리기 싫어하는 이쓰키 역시 실은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닮았습니다. 의사 아버지를 둔 넉넉한 집안 출신이라며 '다른' 취급 받길 거부하면서도, 정작 자신보다 문화자본 및 학력자본이 높은 친구 앞에 서면 서열 사다리 칸을  낮춰 조정하고 기 죽어 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가난한 건 자기 책임이야...성실히 일하는 사람이 내는 세금으로 그런 자를 부양하는데, 그게 더 부조리한 거지 (157)."라고 말합니다. 이쓰키의 엄마는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이쓰키 친구를 "우리하고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166)"이라고 타자화합니다. 이쯔키 역시, "나는 죽을 때까지 그런 세계를 모른 채 살아갈 줄 알았다(167)."하죠. 차이가 있다면, 이쯔키는 이 셋 중 가장 어린 나이이지만 적어도 스스로 오만한 속물근성을 성찰하고 억누릅니다. 


이쯔키는, 아빠를 여의고 우울증으로 노동능력이 없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과 동생돌보기까지 다하는 같은 반 친구를 통해서 "다른 세계"에 접근합니다.이쯔키는 친구에서  "다른 세계"에서 "이 세계(대학 졸업장 있고,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는 사람들의 세계"로 넘어 올 수 있는 다리를 찾아주려고 애씁니다. 친구 역시, 스스로 그 다리를 찾는다는 내용으로 소설은 마무리됩니다. 


제 부족한 리뷰에서는 일부만 부각시켰을 뿐이지만, [네가 속한 세계]에는 끌어낼 더 많은 화두가 있습니다. "가난"을 증명해냄으로써 "가난"의 자격을 획득하게 되는 아이러니,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예민한 일본 사회의 분위기, 소리(반항)없는 돌봄 제공자로서의 엄마상,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이름 짓기와 범주 만들기로써 강화되는 차별 등등. 소설 줄거리는 끝이 났지만, 뭔가 독자로서 이야기를 더 이어가야할 듯한 긴장감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이 리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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