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쓰시고 인품이 고매하신 교수님께서 수업 중 노여움을 선명히 드러낸 장면을 딱 한 번 보았다. 기억에 박혀 있다. 어느 학생이 "나는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에 홀로 서고 싶다" 뉘앙스의 에세이 과제를 냈다는 데 격렬하게 분노하셨는데 실로 교수님은 전쟁의 아픔을 사시는 세대이셨다. 


  2020년에 읽었던 [체르노빌]에서도 저자는 지구가 멸망하고 혼자 서 있는 상상을 종종 해왔다면서 체르노빌 참사 현장을 직접 방문했을 때의 느낌을 전한다. 비록 이 책 자체는 우호적으로 읽었지만, 지구에서 적어도 호모 사피엔스들이 싹쓸이 당한 뒤 홀로 서 있는 모습을 절대 절대 상상조차 싫다. 


코로나가 기승이라지만, 그래도 한강이건 서해 해변로건 (거리두기를 한)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마스크를 쓴 채 한강로를 조깅하고, 마스크를 쓴 채 롱보드를 타고, 서로 널찌감치 거리를 두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풍경이 채워지고 아름답다. 결단코, 사람들이 사라진 세계는 상상조차 싫다.





바람이 매서워지면서, 바다를 끼고 소나무 숲을 이룬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몽글몽글 솟아올랐다. 걷고 싶어서 해변을 찾았고, 불가사리 너희들이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하지 않고 친하라고 나란히 겹쳐 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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