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기원 비글호 여행
파비엥 그롤로 지음, 제레미 루아예 그림, 김두리 옮김 / 이데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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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 뱃사람과는 달리 긴 항해에 익숙할 리 없는 그가 20대에 5년간(1831년~ 1836년) 비글호를 타고 여행했다. 훗날 [종의 기원]을 낳는, 그 전설적인 비글호 여행. 그러나 정작, 아는 바가 없다. 선물받고 서가 전시용으로 비치해두던 [종의 기원] 원서만큼이나 멀리 있는 비글호. 다행히 그래픽 노블로 '비글호 여행'을 전해주는 책을 찾았으니 지나치지 않았다. 제목은, [다윈의 기원, 비글호 여행].




중년의 다윈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비글호 여행담을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이다.[다윈의 기원, 비글호 여행]은 찰스 다윈이 직접 쓴 <Voyage d'un naturaliste autour du monde>을 각색했다. 그래서인지 1인칭이 아니고서는 알기 어려운 내밀한 에피소드들도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비글호 피츠로이 함장이 유럽인처럼 길들인 원주민 3인의 뒷 이야기. 피츠로이 함장은 이들을 '원주민 선교사' 역할 하기를 기대했으나, 막상 이들은 그 동안 서구인들의 시선을 내면화해 '야만'이라 여겼던 동족을 보고 마음이 돌아선다 (이후는 책을 읽고 직접 확인 하시기를).




Pehuén Editores Pehuén Editores, CC BY-SA 2.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본문에서 서구 대비 비서구의 야만성, 길들여지지 않은 야수성을 상징하는 부족으로 등장했던 파타고니아의 (사라진) 원주민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윈은 노예제도를 극렬히 반대했다 한다. [다윈의 기원, 비글호 여행]에서도 피츠로이 함장과 노예제를 둘러싸고 말 그대로 핏대를 세우고 논쟁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그는 19세기, 백인 남성, 중산층이라는 3박자의 조건이 유도하는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 19세기 인류학자들에게 그러했듯, 다윈에게 '그들'은 유럽인과 공통 분모는 있으나 관찰대상, 학문 대상이었을 뿐 친구는 아니었다. 



여기서 갑자기 <비거닝>의 필진 김성한 교수의 에세이가 생각난다. 그의 어린 시절, '베니'라는 개를 키웠다 한다. 평생을 나무 개집에서 살았고, 가족 누구도 베니와 산책하거나 놀아주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 당시에는 개를 그렇게 키웠기 때문에 베니를 집 안으로 들여와 같이 자고, 따뜻한 물로 목욕시키는 등의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성한은 이렇게 말한다. "당시에는 그 누구도 이렇게 반려견을 키우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하지 않았는데, 만약 우리 가족이 현재 실내에서 개와 함께 사는 사람들처럼 개를 대했다면 오히려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 (89 쪽)."

비글호 여행을 하며 만난 토착민들을 대하던 다윈의 시선, '베니'를 사랑했지만 결코 2020년의 '반려견 문화(?)'에서 합격시켜줄 만큼 '베니'를 잘 대해주지 못했다는 김성한 교수.  2020년 우리에게, 그것이 국경 너머 다른 국민이건,  한 겨울 마스크도 없이 노숙하는 누군가이건, 혹은 인간 종 외의 무엇이건...., 차별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차별하고 있음을 인식도 못하는 존재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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