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나라에서 온 아이 푸른숲 새싹 도서관 2
샤를로트 벨리에르 지음, 필리프 드 케메테르 그림, 이세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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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나라에서 온 아이] 제목과 표지 그림을 보고, "난민"이야기구나 싶었습니다. 이내, 다 사람인데, '난민' 라벨부터 붙이려 했던 제 좁은 속이 부끄러워지네요. 얼마 전 꼬마에게 "길고양이도 만졌니?"라고 물었더니, "고양이는 그냥 다 고양이지, 왜 길고양이냐?"라고 반문해 와서 흠칫 놀랐던 기억이 겹치면서요. 


제가 북 아프리카나 유럽 근방에 살아본 적 없으니, 이 지역 "난민" 이야기는 학자들 글이나 뉴스 등으로 접합니다. 그 뉘앙스와 사안을 다루는 프레임에 저도 모르게 익숙해진 측면도 있고요. 


벨기에 작가들이 쓰고 그린 [낯선 나라에서 온 아이]는 여러 면에서 그 프레임과 다른 접근이라 신선했습니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구별 지어서 높낮이 다른 사다리에 위치시키는 데 익숙한 어른들 프레임이 아니라 아이들 시선에서 접근합니다. 그러고 보니, 일러스트레이터 필리프 드 케메테르가 의도적으로 아이들 그림일기 스타일로 그렸나 싶네요. 



내용도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브라다"네 가족과 "토마"네 가족이 한 집에서 일시적으로나마 같이 지냅니다. "브라다"는 "토마" 어머니가 내오신 오믈렛에서 '쾨쾨한 고린내'가 난다며 먹지 않고, 토마가 물려준 쓰던 책가방을 노골적으롤 맘에 들어하지 않았어요. 토마 역시, 갑자기 자기 집에 찾아와 지하실에 터를 잡은 '브라다'네 가족과의 동거가 불편했지요. 


작가 샤를로트 벨리에르는 처음에는 먼 곳에서 온 아이 "브라다"와 그 "브라다"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토마"의 생각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독자에게 그 꼬마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게 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두 꼬마가 직접 대화하게 하지요. 


"너 여기 왜 왔어?"

"우리나라 싸움 많아. 배 탔어."



전쟁이나 목숨을 건 탈출을 알 턱이 없는 "토마"는 "싸움"을 "레슬링"수준의 스포츠로, "배 탔다"는 이야기를 "가족 크루주 선 여행"으로 상상합니다.


대화가 계속될 수록 "토마"는 "브라다"가 크루즈 타고 놀러 온 것이 아님을 어슴푸레 느끼지요. 두 아이는 가까워집니다. 제가 그동안 익숙했던 프레임은, "인도주의적," 인류애를 끌어와 난민을 포용해야 한다 식 수혜모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짧은 그림책에서는 그저 사람 대 사람, 아이 대 아이로의 이해와 가까워짐을 다루네요. (받아)주는 자와 (도움) 구하는 자의 이분 프레임이 아니라...


그래서 참 인상적인 그림책이었습니다. 코로나 상황인지라 주변의 꼬마들에게 직접 읽어줄 수는 없어 아쉽네요.  



해당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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