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운동을 한다는데 - 운동 못하는 스포츠기자가 만난 운동하는 여자들
이은경 지음 / 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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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자. 특히 운동 못하던 여자의 운동이 요새 출판계 대세 키워드인가? 근래 읽은 책만해도,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마녀 체력]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 여러권이다. 이 책들의 공통 분모는 주로 글 쓰는 전문직 여성들의 운동 입문기, 혹은 운동의 재발견과 예찬, 나아가 운동을 축 삼아 페미니스트적 세상 읽기. 


[여자가 운동을 한다는데]는 제목에서 이미 젠더 논의 포석을 깔고 있다. 저자가 이 분야에서 20여년간 일해온 전문인이다. 일간 스포츠에서 14년, 스포츠 잡지 및 온라인 스포츠 매체까지 두루 거쳤다. 저자는 운동 좋아하지 않는다. 한결같이 싫어하고 한결같이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학창시절 저자는 "1000미터 오래달리기 시험 때는 우리 반 꼴지인 나를 뒷반 1등이 따라잡았다. 착각한 선생님이 내 등수를 뒷반 2등으로 적기도 했다(10)."며 한 번 들으면 잊기도 어려운 충격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여자가 운동을 한다는데]는 저자의 에세이 모음집인 1부와, 인터뷰 모음집인 2부로 구성된다. 저자의 넓은 인맥 덕분에 2부가 다채로운 인터뷰로 채워져 독자로서 감사하지만, 나는 1부가 훨씬 재미있다. 기자 생활만 얼추 20년.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의 재미란 게 있다. 요샌 워낙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에서 여성이 적극적 주체로 그려지기에 잊을 뻔 했는데, 불과 3-40년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스포츠의 구경꾼일 뿐이었나 보다. 저자가 인용한 1985년 국민생활체육참여실태조사 결과에서 '지난 1년간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여성 응답자가 89.4%라고 한다. 설령 운동을 했다할지라도 '걷기운동' 일색. 그래서 저자는 아예 소제목을 "한국 여자의 일생엔 운동은 없었다"고 달았다. 학교 체육 시간에도, 혹 결혼과 출산이라도 하게 되면 돌봄 노동에 치여서 등등 여러 이유 때문에 운동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의 말씀(?)이다. "여성의 스포츠는 추하다" 했다는데? 쿠베르탱을 인용해가며 썼던 독후감으로 상 받았던 기억이 흔들린다. 대놓고 차별해도 차별이라는 걸 인지하지도 못했던 시절이 불과 백여년 전. [여자가 운동을 한다는데]를 완결형 문장으로 만든다면 이젠 어떤 문장이 뒤에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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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0-27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의 일생엔 운동은 없었다!˝ 너무 충격적인데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여중,여고)다니면서 이럴다할 운동을 배워본적이 없어요 ㅠㅠ
달리기 조차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막 뛰라고 했을 지경이었으니까요.

2020-10-27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7 09: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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