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피엔스 - 문명의 대전환, 대한민국 대표 석학 6인이 신인류의 미래를 말한다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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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적었다면, 힘들어졌겠다. 통화량도, 카톡량도, 대화량도, 활동 반경과 에너지소모량도 꾸준히 줄고 있지만 책 덕분에 평정심을 유지한다. 오늘도 친구 여럿, 데려왔다.





그 중에서 6월부터 리딩리스트에 올렸던 [코로나 사피엔스]부터 대뜸 집었다. "Q&A 인터뷰 모음집" 인지 몰랐다. 유발 하라리 명성 덕에 많이 팔렸을 [초예측]을 읽던 때의 당혹감도 올라왔다. 그보다 훨씬 충실한 짜임이다. CBC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진행자가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진 여섯 분과 대화했다. 대화는 ㄱ, ㄴ 순서가 아니라 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홍기빈, 김누리, 김경일 순서로 수록했다. 실은, 여섯 분의 좋은 말씀 중에 나 역시 최재천 교수의 말씀이 가장 뚜렷이 머릿 속에 남았다. 대담자 모두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진 못할테고, 어쨌거나 이전과 다른 삶이 예정된 것이라는 전제 하에 "어떻게 살아야할지, HOW"를 이야기한다.




최재천 교수는, 인간 때문에 감염병의 창궐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질 것이기에 당장 화학백신(코로나19백신 등)을 내놓아도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한다. 바이러스는 인간과 공존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기에 퇴치나 박멸이 아닌, 질서를 잡아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바로 "생태백신"과 "행동백신"을 통해서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현재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행동백신에 해당하고,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삶은 생태백신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학명 그대로 현명한 호모 사피엔스로 미래를 이어나갈 수 있다.


켐브리지 대학교 장하준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1929년 대공황,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도 예측한다. 따라서 과감히 돈을 풀어야 하는데, 금융이 아닌 사람(생명, 공공, 복지)에 쏟아부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자영업자 보호," "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예를 들어, key worker=essential employee의 경제기여도에 대한 재고)," "돌봄 경제care economy를 통한 연대 강화,"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살리는 경제"로의 근본적 개혁을 주장한다.


칼폴라니사회경제 연구소장으로 잘 알려진 홍기빈은 코로나 19가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생태위기), 산업의 지구화"라는 자본주의 문명의 네 기둥을 모두 흔들어 놓았다고 진단한다.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인류에게는 "만들어 나가고 싶은 미래를 향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결단을 위해 홍기빈 소장이 제안하는 세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방역 시스템 갖추기

2. 고용보장제 (최저임금)

3, 소비주의 반성. 삶의 자세에 대한 근본적 성찰.

이 원칙을 기반으로 "인간과 이웃과 자연이 함꼐 지복을 누리는 좋은 삶,"(125쪽)을 상상해볼 수 있다. 상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결단할 수 있다.


정관용은 최재붕 교수를 "진화 인류학자"로 소개하던데...(???)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진화론이나 심리학을 접합하여 [포노 사피엔스]라는 책을 내었다( 나, '포노 사피엔스' 아니라 '꼰대 사피엔스'인가 조바심을 느끼게 했던 책이다) E-sport 등을 규제하자는 이들을 최재붕 교수가 달갑지 않게 본다.). 최재붕 교수는 "디지털 문명"은 이미 정해진 미래이기 때문에 뉴 노멀을 만들고 기성세대도 새로운 디지털 문명에 적응해나가야한다고 제언한다. "새로운 일자리는 애써 만들지 않으면 없어지기만 할 뿐 저절로 만들어질 수는 없습니다.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93쪽)


독일에서 유학했고, 독일유럽연구센터의 소장인 김누리 교수는 좀 색다른 이야기를 했다. 코로나 19가, 특히 "전세계에서 미국화가 가장 심한 한국"(136쪽)이 미국을 무조건 추종하는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그 동안 낮춰보던 "우리"를 재발견했다고 한다. 또한 "야수자본주의(독일의 헬무트 슈미트 총리가 즐겨 사용하는 말로서 자본주의를 자유롭게 놓아두면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가 된다는 뜻)"의 치명적 결함에 눈뜨고 프레임을 전환해야한다고 본다. 한마디로 현재의 자본주의를 폐기 혹은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 홍기빈 소장, 장하준 교수의 주장과 큰 맥을 같이 한다.


심리학자 김경일은 코로나19가 행복의 척도를 바꿀 것이라고 예견한다. 인용해본다.

"want에서 like로 행복의 척도가 바꾸니다. 코로나 19 사태를 낳은 지금의 문명은 사회가 주입한 경쟁, 비교의 원트를 기반으로 한다. 원트에는 만족감이 없고 무한 욕망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원트를 정당화하고 제도화한 문명은 원트를 더 갖기 위해 찌르고 파괴했다..."

나르시시즘적 도취에 빠져있던 호모 사피엔스가 아이러니하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를 통해 자신들을 열일 제껴놓고 성찰하게 된다. 그래야 코로나 사피엔스로 끝나지 않고,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학명답게 지혜로운 사피엔스로 생존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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