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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 집이 지구라면 ㅣ 푸른숲 생각 나무 15
엠마뉘엘 피게라 지음, 사라 타베르니에 외 그림, 이세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전지구화 혹은 세계화(globalization)이 추상의 개념보다 가깝게 구체적으로 상상되고 경험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추상적 차원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죠. 어른들에게 "Globalization"처럼 아이들에게 "지구" 역시 꽤나 추상의 개념이 아닐까 합니다. 실은 [만약 우리 집이 지구라면]을 읽다가 처음 해본 생각이었습니다. 제 어린 시절에는 이처럼 친절하고 자세하게 "지구"를 설명해주는 그림책을 만나보지 못했거든요.
[만약 우리 집이 지구라면]의 원제는 "TerraMainia"입니다. 흠, 어휘력이 딸려서 멋지게 우리말로 옮기지는 못하겠네요. 적어도, 이 그림책을 실제로 읽다보면, "마니아"다운 집요함과 애정을 느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있어요. 그림책을 넘기다 보면, 지구의 저 깊숙한 핵으로 내려가기도 하고, 위로위로 우주로 뻗어나가며 지구를 살피기게 됩니다. 저자가 보통 치밀하게 자료 조사한 게 아닌가봐요. 그림책이라고 얕보았다가는 어마한 정보량에 압도당합니다. 따라서, 행여라도 어린이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면 반드시 옆에서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아이 혼자서는 이 책의 50%밖에 취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어른 역시 학창시절 지구과학이나 생물 시간에 졸기만 했다거나 세상 삶에 시큰둥했던 이라면 이 책이 법률사전처럼 어렵게 느껴질지 몰라요. 그만큼, 새롭게 배우는 게 많아서 읽는 뿌듯함도 있을테고요. 제가 그랬습니다.
저자 엠마뉘엘 피게라는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작가여서 그런지 이 그림책은 스토리텔링의 기승전결 있는 내용이 아니라, 시사상식을 잘 버무려놓은 미니 다큐멘터리처럼 구성되어 있어요. 지구를 우리가 사는 집이라고 비유하고, 가족으로서 "세계 인구," 욕실과 화장실로서의 "바다," 거실과 침실로서의 "여섯 대륙," 지하실로서의 "광물 자원," 반려동물로서의 "지구의 동물," 이웃으로서의 "외계인," 장판으로서의 "토양"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내용이 전문적이고 깊이가 있어 어린이가 보기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두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어린이 눈높이의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접근성을 확 낮추어주었어요.
이 책은 다 읽고 덮으면 완결되는 성격의 책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여기서 얻은 지식과 깨달음을 기반으로 지구, 환경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대해 더 가지쳐나가며 알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입니다.
제가 권해드리고 싶은 방법은 처음 이 책을 읽을 땐, 3~4명의 어린이와 문답하듯 읽고 나서 퀴즈를 서로 내며 내용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두번 째 다시 볼 때는, 각자 이 책을 기반으로 더 알고 싶은 질문들을 뽑아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이죠.
어린 시절 읽은 좋은 책 한 권이, 지구인으로서의 우리가 사는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는 걸 어른이 되어 알게 되었기에 [만약 우리 집이 지구라면]을 강력하게 권합니다. "지구마니아"에 입문시켜 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