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해 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은 푸른숲 새싹 도서관 26
줄리아 사그라몰라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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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떻게들 지내시나요? 코로나 19 팬데믹의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랐던 건 저뿐 아닐 테죠? 의료 지식과 기술이 없으니 아픈 이들을 도울 엄두는 못 내겠고, '사회적 거리' 지키기라도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코로나 방역에 작은 힘을 보태왔어요. 이런 힘들이 모이면 인류가 코로나 숙주로 도장찍히기를 거부하며, 바다로 휴가도 가고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줄 알았죠. 아니었네요. 코로나는 여전히 진행현인데다가 엎친 데 덮쳐서 중국에서는 돼지독감에 흑사병 사례가 보고되잖아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니 많이들 힘드시죠? Corona Blues에 더해, 심지어 "심리 방역"이라는 용어가 공중파 뉴스에서 인용되더라고요. 인구의 상당비율이 코로나로 인한 사회관계의 변화로 우울감을 느끼며, 앞으로 이것이 사회문제화될 거라는 경고였죠.


[만만해 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은]을 소개하려다가 이야기가 코로나 샛길로 한참 갔네요. 이 귀여운 그림책 어느 페이지에서도 '우울,' 'Blues,' '근심, 걱정' 등의 단어가 등장하진 않아요. 대신 작가 줄리아 사그라몰라(Giulia Sagramola)는 어른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들을 "만만해 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은" 무언가로 형상화했지요. 그림책에서는 시커먼 선 뭉치로 표현했어요.




질기게 계속 따라다니는 만만하지 않은 요 녀석은 집에서 숙제할 때도, 병원에서 접수하며 대기할 때도, 심지어 학교 수업받을 때도 계속 따라다녀요. 떼어 낼 수가 없나봐요. 게다가 나만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단짝 친구도 낯선 어른들도 따라다니네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만만해 보이지만 성가스럽고 만만하지 않은 것을 못본 채 할까요? 무서워서 그냥 은둔할까요?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대범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바로 공생이지요. 마치 인류가 바이러스 박멸이 불가능한 상황(사실 바이러스는 인류 생존에 큰 기여를 합니다)이라면 어떻게해서 전략적으로 현명하게 공존할까를 고민하듯이요.



내내 질기게 따라다니던 그 성가스러운 존재를 잘 어르고 달래서 깜찍한 헤어밴드로 변형시켜낸 소녀의 유연한 대응이 놀라워요. 기특하고요. 배우고 싶습니다. 마음이 무겁게 하는 문제에 짓눌려 있는 어른들에게 특히 필요한 지혜가 아닌가 합니다. [만만해보이지만 만만하지 않은]은 어려운 심리치료 용어 하나 쓰지 않고도, 마음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고마운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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