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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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 American Center / CC BY 2.0



말콤 글레드웰 (Malcome Gladwell 1963~). 유명 작가란 건 알았어도, 그의 책 두 권은 몇 년간 서가에 꽂힌 그대로였다. 결국 최신간인 [타인의 해석(원제: Talking to Strangers]으로 그 유명한 말콤 글레드웰의 글 스타일을 처음 접했다.



두꺼워서 부담스러웠는데, 워낙 편집이 넉넉하고(김영사 출판사는 여백 많이두는 편집으로 두껍게 찍어내는 걸 선호하는 듯...유발 하라리의 3부작도 그렇고...) 각주 페이지도 길어서, 실제 읽다보면 200여쪽 분량이다. 가뿐히 꿀꺽. 아! '꿀꺽할' 가벼운 책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타인의 해석]을 무려 3년 동안 준비하면서 많은 인터뷰를 수행하고 엄청난 관련 자료를 소화했다고 한다.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떄"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차에서 내리시오"라는 실화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2015년 산드라 블랜드 사건(The Sandra Bland Case) 말이다. 요즘처럼 "Black Lives Matter"의 구호가 미전역에서 울려퍼지는 시기에 다시 들으면 자칫 'bad cop'대 '흑인 여성'이 대립각 세운 이야기로 소비되기 쉽겠다. 말콤 글래드웰은 집요하리 만치 그 이면을 파고 든다. 어쩌자고 경찰인 앤니시아는 깜빡이등 켜지 않고 차선 변경을 했다고 산드라 블랜드의 차를 멈춰 세웠으며, 어쩌자고 산드라 블랜드는 그 억울함과 분통터짐에 대한 반응으로써 구치소 안에서의 극단적 선택을 취하게 된 것인지.... 말콤 글래드웰은 앤니시아가 블랜드를 체포하는 동영상을 수십번이나 반복해 보았다고 한다. 굉장한 안타까움을 느끼며. 결국 작은 삐걱거림이 극단적 결과로 커진 이 사건의 기저에는, 모르는 타인에 대한 신호 포착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로 인해 잘못된 판단에 빠지기가 얼마나 쉬운지를 보여준다.


결국 [타인의 해석]은 우리의 속단, 편견이 실은 타인을 오판하게 할 위험을 키우기에, 타인을 해석할 전략을 다시 짜자는 주장으로 이해했다.

1부, 2부에서는 미국에서 활약했던 피델 카스트로가 파견한 쿠바의 이중간첩들, 그리고 히틀러와 대면하면서도 오판한 외교관들 이야기를 통해, 진실기본값 이론을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의외로 폴 에크먼의 권위에 도전하며, 투명성 가정의 실패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폴 에크먼, 그는 FBI니 CIS에서도 높이 모시는 표정연구의 대가이다. 하지만 말콤 글레드웰은 표정은 내면을 감출 수 없다는 투명성이 신화라는 증거를 여럿 제시한다.

4부에서는 911이후 무려 4년간의 심문 끝에 자백을 한 테러리스트 KSM이 선진신문기법으로 자백은 했으나, 과연 그 이야기가 진실인가하는 날카로운 의심을 던지다.

결국 5부에서는 샌드라 블랜드 사례로 돌아온다. 마치 나쁜 일은 하나로 오는 게 아니라 몰려온다는 뉘앙스로 이해했는데,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데는 조건(상황)의 결합이 필요하다. 샌드라 블랜드 역시 당사자들의 성격적 특징이나 화법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보다 구조적 차원의 조건에서부터 여러 상황들의 결합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타인의 해석]만 읽어봐서는 아직 내가 말콤 글레드웰의 팬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작은 하나의 사건을 꼬투리 삼아 큰 이야기로 발전시켜내는 그의 생각의 흐름, 자료 전개하는 법 등에서 배운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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