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대 위에서 이따금 우울해진다 - UNTRUE
웬즈데이 마틴 지음, 엄성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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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질투하는 건가? 웬즈데이 마틴의 새 책, [Untrue] 실망스러웠다.




저자는 명문대 박사학위 소지자인데, 대중을 겨냥한 가벼운 책으로 이미 유명세를 탔다. 그녀에게 인터뷰 요청이 많았던 데에는 잘 관리된 외모도 한 몫 했을 것이다.



Joel Moser / CC BY 3.0



 게다가 전작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에서 그녀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많이 흘렸다시피 그녀의 시댁은 물론 그녀 본인의 가정도 꽤 잘 산다. "아무나 주소지 삼을 수 없는"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시누이, 시부모 그리고 그녀 자신도 살았었다.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는 "아무나 들여다 볼 수 없는" 뉴욕 최상류층 여성들의 이야기를 "내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외부자"로 썼기 때문에 히트칠 수 밖에 없었다. 글솜씨가 아무리 좋은 작가인들, 최상류층 여성들을 이웃사촌으로  접근하여 관찰하기는 어려울테니, 웬즈데이 마틴의 소재선택은 우선 그 희소성 자체에서 탁월한 한 수! 


이번에는 불륜, 폴리아모리, 제도와 관습에서 자유로운 성을 꿈꾸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썼다. 이 선택 역시 탁월한 한 수! 게다가 이처럼 인상적인 Ph. D 학력과 우아한 상류층 외모의 작가가, 자신도 남편과 시들하다거나 여성들의 난교파티에 초대받아 초밀착 블랙 원피스를 입고 다녀왔다는 에피소드를 흘리니, 일반 대중들이 어찌 혹하지 않을까! 웬즈데이 마틴은 셈에 능하고 베팅을 잘하는 작가로군.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를 읽으면서도, 양수가 터져 긴박한 와중에도 페디큐어 샵에 가서 발톱을 다듬는(왜냐하면 산부인과 의사가 자신의 발톱을 보고 자신을 판단할 것이므로) 저자의 허영기어린 선택에 눈치는 챘다. [Untrue]를 읽으며 한 번 더 확신했다. 그녀가 셈법에 빠르고, 자기 연출에 능한 캐릭터라는 것을. 이건 질투인가?


한국 출판사에서도 [나는 침대 위에서 이따금 우울해진다]라는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출간했다. 저자는 테블로이드 가쉽란에 나올만한 에피소드들과 사라 블래퍼 하디 같이 저명한 학자들과의 인터뷰를 섞어 짜 넣어서 전무후무 독특한 높낮이의 책을 썼다. 그녀의 주장은 이미 몇십년전 사라 블래퍼 하디가 [여성은 진화하지 않앗다]에서 펼쳤고, 이후에도 많은 학자들이 목소리를 더한 것인지라 새롭지는 않다. 다만, 그녀가 이런저런 연망을 동원하여 여성 잡지 가쉽성 에피소드들을 좀 더 가미해 더 대중에게 친숙해보이도록 가공한 면은 있다. 


궁금한 점 하나. 그녀는 잘 나가다가 갑자기 별도로 흑인 여성들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장을 마련했다. 

뭐, 읽기 전부터 짐작했으나 여성에 대한 차별에 더해 "흑인"이라는 인종적 차별까지 더해져 이중 삼중의 차별을 받는다는 이야기인데.


구색 맞추기 용 챕터처럼 느껴졌다. 마치 흑인/백인의 구별이 선명하게 있는양, '흑인'으로 간주되는 이들은 모두 차별의 대상인양 제시한 모든 에피소드가 천편일률의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되레 저자가 '흑인됨, 흑인성'이라는 걸 실체처럼 상정하고 있다는 오해가 들만큼.....


뒤틀린 심정에서 뒤틀린 후기를 쓴 건지 모르겠다. 몇 주 휴지기를 두었다가 다시 읽어보면 다른 후기가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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